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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석가삼존불
 목조 석가삼존불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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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을 열심히 보는데 일본 측 오쿠라 회장이 우리를 부른다. 박물관 학예과장이 인사차 나왔다고 한다. 우리는 잠시 그와 인사를 나누고, 일본의 불상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일본 측 오쿠라 회장과 우리 측 장준식 교수가 불교미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일본 불상의 조각기법이 정교한 것은 나무이기 때문이고, 보존이 잘 된 것은 전쟁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리고 또 불상이 채색되어 있어 종교성보다는 오히려 예술성이 더 많이 느껴진다는 점에서도 의견의 접근을 보았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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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 전시에 나온 불상들이 일본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불상들이 퇴락해서 예술성이나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들 불상은 구마모토 지방뿐 아니라 큐슈지방을 대표하는 목조불상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역사성과 종교성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구마모토 현 남부의 불상'전에서 본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화려한 불상은 목조 석가삼존불이다. 법신과 광배에 칠해진 화려한 금박, 나발과 육계의 파란 채색이 멋진 대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삼존불 가운데 석가모니 부처님이 좌정하고, 그 좌우에 푸른 사자를 탄 문수보살과 흰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복장에서 나온 묵서명을 통해 이들 삼존불이 1370년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목조 약사삼존불과 십이신장상

약사삼존불과 12신장상
 약사삼존불과 12신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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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눈에 띄는 부처님은 약사여래와 그 권속인 십이신장상이다. 목조 약사여래 좌우에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협시하고 있으며, 그 바깥으로 좌우에 여섯 구씩 12신장이 약사삼존불을 호위하고 있다. 약사여래는 전체적으로 아미타여래와 같은 인상을 주며, 선각(線刻)과 두발(頭髮)의 모양은 석가여래를 닮았다.

약사여래와 일광, 월광보살
 약사여래와 일광, 월광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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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여래를 협시하고 있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은 파란색과 녹색 그리고 빨간색과 흰색의 천의를 걸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보살 중 어떤 분이 일광인지 월광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두 보살 중 하나는 손가락이 훼손되어 있으며, 받침대도 후대에 새로 만들어 붙였다.

12신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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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십이신장상은 각기 다른 모습과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것은 원래 신장상이 각각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작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마쿠라시대, 무로마치시대, 에도시대에 각각 만들어져 한 군데 모아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에도시대 만들어진 것만 구별이 되지 다른 것들은 구별이 쉽지 않다. 이들 신장상은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역동성과 운동감이 아주 뛰어나다.    

상설전시실에서 만난 오륜탑과 지장삼존도 비판(碑版)

오륜탑
 오륜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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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실의 목조 불상을 보고 나서 우리는 1층의 상설전시실로 갔다. 이곳에는 절 또는 번주(藩主)가 소유하던 고문서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일본의 대표적인 연극 노(能)에 쓰이는 가면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내 눈을 끄는 것은 최근 큐슈에 신간센을 건설하면서 발굴하게 된 고분 출토물과, 고록성 유적에서 나온 오륜탑(五輪塔)이라는 특이한 돌이다.

고록성은 야스시로시 고록정에 있는 성터로 1335~1578년 사이에 축성된 중세의 성이다. 이곳을 발굴하다 오륜탑이 나왔는데 탑 안에서 유골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륜탑은 묘소 또는 일종의 부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륜이란 지, 수, 화, 풍, 공륜의 다섯 수레를 말한다. 이들 지수화풍공(地水火風空)은 우주의 5대 원소다. 오륜탑은 대일여래를 숭배하는 밀교의 탑으로 헤이안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장삼존도 비판(碑版)
 지장삼존도 비판(碑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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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비석모양의 네모난 돌에 새긴 지장삼존도다. 처음에 나는 별 생각 없이 비판(碑版)에 대한 설명서를 읽어나갔다. 그런데 그 지장삼존도가 잘 보이질 않는다. 그때 마침 이시하라 상이 와서 조명을 켠다.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 도상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지장보살이라면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보살로 약사여래와 함께 우리 인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분이다.

이 지장보살이 가운데 있고 그 좌우에 구생신(俱生神)이 있다. 구생신은 사람의 좌우 어깨위에 있으면서 행동의 선악(善惡)을 감시하는 남녀신이다. 남신(男神)의 이름은 동명(同名)이며, 왼쪽 어깨 위에서 선업(善業)을 기록한다. 그리고 여신(女神)은 동생(同生)이라 하여 오른쪽 어깨 위에서 악업(惡業)을 기록한다. 이들은 함께 태어난 사람이 죽은 후 그의 선악행위를 염마왕에게 보고한다. 그래서인지 가운데 지장보살을 염마왕이라고도 표기해 놓았다. 

박물관 카페에서의 담소

우리를 안내한 사토 상: 위로 '끽다거'라는 선문답과 엔카 가수 사진이 보인다. (박물관 카페)
 우리를 안내한 사토 상: 위로 '끽다거'라는 선문답과 엔카 가수 사진이 보인다. (박물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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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유물을 보고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러 2층의 카페로 갔다. 휴관일이라 카페는 비어 있다. 우리는 각자 자리에 앉아 전시실에서 본 유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차를 마시며 각자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 담소를 나눈다. 요즘 일본에서 인기 있는 엔카(戀歌) 가수가 이곳 야스시로 사람이라느니, 구마모토 지역이 옛날 이타이 이타이 병이나 미나마타 병과 같은 공해병으로 유명한 곳이라느니 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나서 오쿠라 회장이 이곳 야스시로 박물관장을 지내서인지 야스시로 박물관의 애환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야스시로 박물관은 오쿠라 회장의 박물관장 재임시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의 일환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멋진 외관에 비해 실내공간의 구성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차례 박물관 내부의 리모델링을 요구했는데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한다.

야스시로 박물관과 전시 안내판
 야스시로 박물관과 전시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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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훌륭한 건축에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쾌적한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외적으로 멋진 건물에 산다는 명목으로 불편을 겪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유명한 건물이라서 자기 마음대로 내부를 고치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모양이다. 여하튼 지금도 박물관 직원들은 그 불편을 감수하면서 산다고 한다.

오쿠라 회장은 다음으로 우리가 가게 될 답사코스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줬다. 박물관에서 500m쯤 동쪽으로 가면 야스시로 성이 있는데, 잠시 후 그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스시로 성은 구마모토 성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바닷가에 있어 방어성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인다.

자료에 보니 야스시로 성은 1622년 가토 다다히로(加藤忠廣)에 의해 축성되었다. 가토는 당시 구마모토의 번주였는데 이름으로 보아, 임진왜란 때 일본 장수로 참전했다가 나중에 구마모토 번주가 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후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태그:#야스시로 박물관, #삼존불 , #십이신장상, #오륜탑, #지장삼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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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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