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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46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촬영상을 받은 '미인도'의 박희주 촬영감독은 13년쯤의 촬영조수생활을 하였고 입봉(도제의 과정이 끝나서 데뷔하는 것) 후 20여년간 촬영감독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촬영부의 조수로 찍은 영화를 제외하더라도 <은행나무침대>, <지상만가>, <베사메무쵸>, <식객> 등 17편을 찍었고 대종상 촬영상 외에도 청룡상 촬영상, 백상예술대상 촬영상, 영평상 촬영상, 춘사영화제 촬영상 등 10여개의 각종 촬영상을 수상한 분이지요.

 그는 넉넉한 풍채보다 마음씀이 더 넉넉한 분입니다.
그는 넉넉한 풍채보다 마음씀이 더 넉넉한 분입니다. ⓒ 이안수

하지만 영화하는 일을 참 고통스러워합니다. 몸을 쓰는 고통이 아니라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몇 개월간 물입해야 하는 그 창작의 시간들이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영화는 0.1초의 예술입니다. 1초만 지루하면 관객들은 하품을 합니다."

그의 말이 그가 겪어온 온갖 신산(辛酸)의 시간들을 대변합니다. 영화 관람은 많은 관객들에게는 여가를 즐기는 휴식이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0.1초와 다투어야하는 고된 정신 노역인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평소 생활은 시간을 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집 뒤에 밤나무가 있는 교하의 들판 끝자리 코너에 사무실을 얻어 연탄난로에 연탄을 갈고, 멸치 다싯물을 우려서 지인들을 위해 잔치국수를 만듭니다. 때로는 촛불 켜는 밤을 만들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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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그의 사무실로 가는 길은 눈 덮인 심학산 아래의 교하들판을 지나야 합니다. 사무실 뒤란에는 부부가 나란히 눈을 덮고 영면하고 계시고, 간밤에 다녀간 야생 새들의 발자국이 선명합니다. 그리고 그 한쪽에는 대처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연탄이 쌓여 있습니다. 그는 외부에 외출했다가도 연탄을 갈 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사무실로 귀환해야 합니다.

그의 음식 솜씨는 달인의 경지에 이른 수준입니다. 30여년이 넘는 동안 영화촬영을 위해 전국 곳곳에 가보지 않은 곳이 없고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개월 그 현장에서 지내다 보니 전국의 소문난 맛집들은 그의 손바닥 안에 들게 되었습니다. 촬영이 없는 평소에는 그의 사무실에서 그 맛집들의 맛의 비결을 벗기는 실험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그 맛의 진수를 넘어서는 해법을 찾아내곤 합니다.

잔치국수를 위한 멸치 다싯물을 우리기 위해 사용하는 멸치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초여름에 갓 부화한 세멸(지리멸)과 한여름에 성큼성큼 자라는 청년기의 멸치인 자멸(지리가이리), 소멸(가이리고바), 중멸(고주바)과 가을에서 봄까지 성어가 된 대멸(오주바)를 다양한 비율로 섞어서 그 맛을 실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볶음으로 해서 우려보기도 합니다. 그는 <식객>의 촬영감독이었으며, 식객의 그 맛나는 영상은 바로 천성적으로 음식에 대해 큰 흥미와 재능을 가진 그의 요리하는 정성의 결과인 것입니다.

그는 기꺼이 참새방앗간의 주인이 되고 지인들은 참새 되기를 자처합니다. 방앗간에 참새들이 모이는 날은 그의 사무실은 풍류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시간은 곧게 뻗은 0.1초의 디지털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멈추기도 하는 사행천(蛇行川)의 아날로그로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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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박희주 촬영감독 FILMOGRAPHY

촬영
1. 미인도 (2008)
2. 식객 (2007)
3. 날아라 허동구 (2006)
4. 파랑주의보 (2005)
5. 달마야, 서울가자 (2004)
6. 키다리 아저씨 (2004)
7. 하얀방 (2002)
8. 싸이렌(2002)
9. 베사메무쵸 (2001)
10. 달마야 놀자 (2001)
11. 남자의 향기 (1998)
12. 닥터K (1998)
13. 지상만가 (地上滿歌, 1997)
14. 깊은 슬픔 (1997)
15. 은행나무 침대 (1996)
16. 공포특급(1993)
17.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1992)

수상경력   
1. 미인도
-2009년 46회 대종상 영화제 촬영상
-춘사예술상 촬영상
-황금촬영상 조명상

2. 은행나무 침대
-1996년 17회 청룡 영화상 촬영상
-백상예술대상 촬영상
-영화평론가상 촬영상

3. 지상만가
-황금촬영상

4. 베사메무쵸
-황금촬영상

5.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대종상 촬영상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게 포스팅됩니다.



#촬영감독#박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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