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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테 전면디자인
포르테 전면디자인 ⓒ 장소교

포르테를 타면서 건축가 Mies van der Rohe 가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일반적으로 준중형 차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포르테를 타고 다닌 하루하루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져있었다.

헤드라이트 안에 숨어 있는 디테일은 뒤 테일램프에서도 나타났고, 그 형태는 A-pillar가 후드를 만나는 곳뿐만 아니라 실내 도어 핸들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뒷문을 열었을 때 깔끔한 실루엣을 위해 노력한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의 밤샘작업도 느껴졌다. 실내에서 만나는 A-pillar의 색상은 대시 보드보다 더 밝게 사용하며 실내공간이 수평으로 넓은 느낌을 해주는 것도 인상적이였다. 이처럼 라인 하나, 디테일 하나는 목적과 테마를 담고 있었고 그 디테일들이 합쳐져 전체적인 밸런스를 잘 잡아주고 있었다.

포르테를 타고 다니면서 찾은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싶지만, 실물로 봐야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다. 포르테를 자세히 볼 기회가 생기면 이곳들을 봐달라고 하고 싶다…

 포르테의 실내에서 8가지 다른종류의 소재를 발견할 수 있다.
포르테의 실내에서 8가지 다른종류의 소재를 발견할 수 있다. ⓒ 장소교

 포르테 캐릭터라인을 인테리어에서도 찾을 수 있다.
포르테 캐릭터라인을 인테리어에서도 찾을 수 있다. ⓒ 장소교

* 옆면에서 트렁크부터 범퍼로 떨어지는 라인을 보면 중간에 테일램프가 있지만 그 속의 디테일들로 그 라인이 이어진다.
* 뒷 문을 열면 깨끗하게 잘려진 문의 실루엣…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이 힘들게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다.
* 헤드라이트, 테일램프 속에 담겨져 있는 섬세한 디테일은 포르테의 기본 테마가 담겨져 있는 모습.
* 앞 크롬 그릴 윗부분은 매끄럽고, 아래부분은 각이 둥근 모양에서 나오는 무게감을 각으로 덜어준다.
* A-pillar에서 후드가 열리는 후드라인은 다른 차에 비해 많이 다르다. 정면에서 보이는 후드컷을 깔끔하고 넓게 보여준다.
* 스마트키는 기존의 열쇠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 목적인데 외관에 스마트키 센서가 덕지덕지 붙여있는 차들에 비해 포르테는 흔적이 없다.
* 스마트키의 무게 또한 마음에 든다. 묵직하지만 부담이 없다.
* 문을 열고 도어 트림을 보면 문의 보이지 않는 가장자리까지 마감이 되어 있다.
* 인테리어에 있는 소재가 다양하다. (인조가족의 크러시패드를 포함, 8가지가 넘는다.)
* 크롬으로 마감된 트림은 각 버튼 하나 하나에 정성이 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시동 버튼).
* 오토기어 페턴은 'gate'식이다. 운전중에 실수로 기어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고급 차들에게만 있던 디테일이었는데 놀랍게도 포르테에 적용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고 좋아했던 부분은 포르테의 정직함과 건강함이었다. 요즘 크기가 작은 차들은 자신의 크기보다 더 커 보이려고 헤드라이트나 테일 램프를 차의 전체적인 볼륨을 능가할 정도로 성형수술을 해주는 억지스러운 모습들에 비해 포르테는 마치 운동을 통해 탄력 있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았다.

포르테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할 만한 편의사항이 많아 차를 보여줄 때마다 바빴다. 이중 가장 놀랍고 좋아했던 사양은 백미러에 마술처럼 나타나는 후방카메라였다. 이 기술을 인터넷에서 처음 봤을 때 '설마…' 하며 의심했던 기술이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니 놀라웠다. 전자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이미지에 너무나도 잘 맞는 디테일이라고 느껴졌고, 차체 뒷부분이 조금 높아 주차하기 힘들 것 같았던 문제에 대한 효과적, 실용적인 해결책이었다. 혹시 포르테를 구매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옵션은 필히 추천하고 싶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원/USB 포트의 마감과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MP3나 다른 기기를 담기가 좋아 실용적이어서 편리했지만 다른 실내 디자인에 비해 다른 부품 같았다. 물론, 운전중에 전원을 꽂는 과정에서 스크래치가 많이 갈 수 있는 부분이라 무광을 선택한 것 같지만 무광의 면적을 조금 줄였으면 좋겠다. 다른 한 가지는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엔진의 반박자 느린 반응이었는데 이는 오르막길 외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포르테를 보고 한국차 같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난 포르테만큼 한국다운 차가 없는것 같다. 경쾌하고, 정직하며, 백미러에 담기는 후방카메라 처럼 최첨단 기술도 있고, 군더더기 없는 맑은 디자인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잘 담아주고 있는것 같다.

영국에서 외국 디자이너들과 함께 처음 포르테를 보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고 그들도 기아의 디자인을 높게 평가했다. 이런 디자인을 보며 한국에서 경쟁차종을 파는 판매직원이 한 말이 인상적이였다. "포르테는… 디자인이… 좀… 그렇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디자인을 막상 한국에서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보여 안타까웠다.

 12월의 마지막 일요일 올림픽대로
12월의 마지막 일요일 올림픽대로 ⓒ 장소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의 첫 폭설이 내리던 12월의 마지막 일요일은 포르테와 함께 올림픽대로상에 있었다. 김포공항부터 대치동까지 가야 했던 먼 길이였지만 그 시간만큼은 도로상에 어떤 차와도 바꾸고 싶지 않았다.

차의 크기, 무게, 엔진, 등 이런 날씨에 운전하기에는 정말 완벽하다는 생각을 했다. 차량에 장착된 제어장치와 ABS시스템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했고 내가 조향하고 내가 밟는 대로 포르테는 오차 없이 나갔다. 눈길 운전을 하면서 차의 믿음이 갔고, 평소 맑은 날씨에 찾아올 수 있는 비상시에도 날 지켜줄 수 있는 자신감도 느낄 수 있었다. 아늑한 색상과 소재로 둘러 쌓인 실내와 열선시트에서 올라오는 따뜻함은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와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다.

'신은 디테일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여홍구 렌더링중 하나
여홍구 렌더링중 하나 ⓒ 장소교
CarM.co.kr
여홍구 맥라렌 자동차 디자이너
영국 왕립예술대학원(RCA) 수석 졸업 (폭스바겐 후원)
미국 CCS 대학 졸업 (포드 장학금)

미국 GM 본사 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이너/모델러
독일 폭스바겐 인테리어 디자인 인턴
영국 멕라렌 디자이너

▲ 동양인 최초 맥라렌 디자이너 여홍구의 포르테 시승기 오마이TV면에서 고화질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장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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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홍구 맥라렌 자동차 디자이너


이기사는 카엠 CarM.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포르테#카엠#C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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