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의 인사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투표를 통해 뽑는 직위공모제 대상 자리에 신청하려는 일부 간부공무원들이 직원들 이메일이나 휴대폰 등을 통해 사전 선거운동을 벌여 물의를 빚고 있다. 사천시는 이 같은 방법으로 지지나 청탁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직위공모에 신청하려는 일부 6급 공무원들이 자신과 친분이 있거나 평소 알고 지내던 공무원 등에게 이메일이나 휴대폰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직위공모에 응하려는 6급 간부공무원 2~4명이 이 같은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모 6급 공무원이 하위직 공무원에게 보낸 이메일 중 일부를 입수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인사계장에 나가려고 하는데, 부족한 게 많습니다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번에 인사계장 직위공모에 나올 계획인데, 절박한 심정으로 도움을 구하고자 합니다. (중략)......" 사실상 청탁이나 다름없는 내용이다. 사천시는 아직 직위공모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일부 몰지각한 6급 공무원들이 지지나 청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직위공모제 대상은 5급의 경우 총무과장, 기획감사담당관 6급은 인사, 예산, 감사, 기획 등으로 시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이며 전 직원 투표를 통해 뽑는다. 고위 간부의 부당한 지시나 외압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소신껏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직위공모제를 통해 뽑도록 내부에서 정해놓았다. 중요 부서인 만큼 근무평정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공무원 내부에서는 선호하는 자리다.
이런 사실이 사천시 공무원 내부에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천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아이디 '야 이것들아'는 "인사계장 직위공모 공고문이 아직 안 나왔는데, 한 달 전부터 편지, 메일, 전화로 연락이 왔다"면서 "이런 후보는 시장님이나 노조지부장님이 직위공모에 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지나가다'는 "b, k, I, g씨 문자 보내지 마세여 짜증 납니다"며 편지를 보낸 일부 간부공원을 간접적으로 거론하며 싸잡아 비판했다.
대부분 댓글은 편지를 보낸 일부 간부공무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아이디 '도리깨'는 '직위공모 사전운동 지나치다'는 제목에서 "지금 운동하고 설치는 사람들의 자격을 박탈해야 하고 (시에) 경고조치를 주문했으며 아이디 '기가차'는 "직위공모 목적 자체를 훼손하는 행위인 만큼 사전 운동한 사람들은 모두 직위공모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적었다.
사천시는 직위공모제의 목적을 훼손하는 이런 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해 지지나 청탁 그리고 사모임을 가지지 못하도록 직위공모제 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즉, 지지나 청탁을 할 경우 자격을 박탈하도록 한 것이다.
사천시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편지를 보낸 행위는 지지나 청탁에 해당돼 자격을 박탈하도록 직위공모제 지침에 규정하고 있다"며 "담당과인 총무과가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천시 총무과 관계자는 "공무원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있지만, 편지를 보낸 공무원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고 있다"면서 "내부에서 고발이 들어오지 않는 한 조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천시 얘기대로 금지하도록 한 행위가 엄연히 벌어졌는데도, 내부 고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손을 놓는다면 시 스스로 사전선거운동을 조장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또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무마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닌지 의문스럽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