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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은 오늘 새로운 교육의 출발을 선언합니다. 2014년까지 도내 초·중학생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겠습니다. 외고 등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입시 다양화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합니다. 2010년은 '교육의 희망점'이 될 것입니다."

 

검찰의 소환 통보를 거부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오히려 한 발 더 치고 나갔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도 "냉전적이고 전근대적이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2010년은 교육자치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교육감 재선 도전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또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 자신의 핵심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교과부 고발, 과연 선출직 기관장 소환할 일인가"

 

김 교육감은 14일 오전 수원 경기도교육청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임기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애초 이날은 검찰이 김 교육감을 소환하겠다고 한 날이었다. 그러나 소환 불응을 검찰에 통보한 김 교육감이 보란 듯이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 것이다. 

 

우선 김 교육감은 검찰의 소환 방침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의 고발 내용은 새롭게 사실 관계를 파악할 건 없고 법리 해석의 문제일 뿐"이라며 "그게 과연 선출직 기관장을 소환할 정도의 사안이냐"고 반발했다. 검찰의 소환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김 교육감은 자신을 고발한 교과부에 대해 "한때의 감성적 판단, 개인적 판단이 아닌 전문가 자문과 교육적 견지에 따라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유보한 것인 만큼 교과부도 숙고해 결정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육감은 지방선거와 함께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2010년은 공교육 개혁의 원년, 교육자치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경기도교육감 재선에 도전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교육감 재선 도전 시사 "2014년까지 도내 초·중학생 전원 무상급식 실시"

 

김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 핵심 정책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도 구체적으로 말했다.

 

김 교육감은 "무상급식 5개년 계획을 통해 2014년까지 도내 초·중학생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실현해 나가겠다"며 "또한 모든 학습준비물을 학교가 지급해 의무교육 주체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추진 정신은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자율적인 자기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체벌이나 두발 규제 등을 금지하되 학교 내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학생들이 참여해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학부모와 학생에게서 빚어지는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교권보호헌장'을 제정해 교사의 권위가 더욱 굳건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혁신학교에 대해서도 김 교육감은 "역시 5개년 계획을 세워 2014년까지 혁신학교 운동에 일반학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며 "혁신학교 범 경기도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 교육감은 ▲ 도교육청 및 지역교육청의 장학관과 장학사에 대한 교육현장의 상향식 평가제 도입 ▲ 교장공모제 확대 실시 ▲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교원능력개발 평가제 도입 ▲ 맞벌이 부부를 위한 학교 보육프로그램 확대 ▲ 교복 공동구매 확대 실시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김 교육감이 자신 있게 정책 방향을 밝힌 배경에는 지난 재임 기간 동안 일정한 성과를 남겼다는 자체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김 교육감은 "2009년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경기교육은 많은 변화와 성과를 얻은 한 해였다고 자부한다"며 "논란이 있었지만 무상급식은 이미 농·산·어촌에서 시작됐고, 교복 공동 구매도 경기도 전역에서 70% 이상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감을 얻은 김 교육감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인 특목고 확대와 일제고사 실시를 비판했다.

 

그는 "고교다양화 프로젝트로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늘리는 정책은 입시 병목현상을 가속화하고 학교 간 격차를 유발해 사교육시장을 확대한다"며 "외고를 비롯해 설립취지에 맞지 않고 교육현장을 왜곡하는 '입시 다양화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육감은 "경기도에 외고가 9개 있는데, 설립 목적을 벗어난 특목고는 바로잡아야 한다"며 경기도 내 특목고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문수는 냉전적이고 전근대적... 뭔가를 비판할 땐 좀 더 숙고하라"

 

또 김 교육감은 "교육양극화가 빚어낸 교육외적 현실을 살피지 않는 전수식 일제고사는 지역 간, 학교 간, 학생 간 서열화를 조장하는 정책으로 교육현장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교육감은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무조건 배급하자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향해 "냉전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평가가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교육감은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입장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뭔가를 평가하고 비판할 때는 좀 더 숙고하라"고 충고했다. 

 


태그:#김상곤, #무상급식,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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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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