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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째 썬 도미회. 도미껍질이 소나무껍질과 유사해서 소나무도미(마츠가와 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껍질째 썬 도미회. 도미껍질이 소나무껍질과 유사해서 소나무도미(마츠가와 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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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돔이다. 흔히 '도미'라고 하는 그 녀석. 정말 소중한 참돔은 껍질을 벗기지 않는다. 껍질 벗겨진 도미는 광어라는 오해를 사기 때문이다. 양식 광어 줄무늬는 갈색이거나 핑크빛이지만 자연산 광어의 겨우 도미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붉다.

자연산 도미는 표면이 밝다. 때문에 양식산을 감추기 위해 껍질을 벗겨내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껍질 벗겨진 도미는 도미가 아니'라고도 말할 정도다. 그래, 껍질도미는 하얀 껍질과 붉은 속살의 조화로움을 추구하지만 시각미 때문만은 아니다. 껍질도미의 매력은 껍질과 그 밑의 지방, 살코기를 한번에 먹는 데에 있다.

이로 인해 미각은 쫄깃함과 고소함, 담백함을 취하게 된다. 그런데 자연 상태의 도미 껍질은 질기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껍질 가장자리부터 뜨거운 물을 부어 얼음물로 식힌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껍질은 쫄깃해지고 지방은 고소함이 배가 된다. 그 때문인지 껍질도미를 선호하는 인구가 많지만 난 몇 점이면 족하다. 분명 특색 있는 회이긴 하지만 내 취향은 식감보다는 부드럽고 녹아나는 맛에 포인트를 두기 때문이다.

껍질도미를 많은 이들이 '마츠가와 타이(松がわ タイ)'라고 표기한다. 마츠가와는 소나무껍질이고 타이는 도미를 뜻한다. 그러니까 마츠가와 타이는 글자 그래도 소나무껍질 도미라는 뜻이다. 도미 껍질이 소나무껍질을 닮아 그래 부른다. 그렇지만 정식 명칭도 아닌 별칭을 굳이 일본어로 표기해야 옳을까. 정 그래 부르고 싶다면 소나무도미라고 불러도 충분하잖은가. 오지랖 넓게 웬 참견이냐 한다면 할말 없고.

도미 한 점의 크기는 제법 된다. 때문에 오래 씹게 되고 또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뒷맛이 상당히 감쳤다. '고기는 씹어야 맛을 안다"는 말도 있지만 숙성이 제대로 된 사시미에 적용해도 틀리지가 않는다. 이 사시미 역시 씹으면 씹을수록  아, 고기와 사시미가 이리 닮은 부분이 있구나 느끼게 된다.

그런데 사진 속 도미의 껍질은 하얗지 못한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양식 도미의 껍질은 거무튀튀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저 도미는 양식이란 말인가. 하지만 또, 속살은 양식도미에서 보이는 검은 실핏줄 같은 게 없고 대신 자연산에서 보이는 하얀 힘줄이 보인다. 자연산으로 알고 먹었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껍질을 제거한 도미회
 껍질을 제거한 도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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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이 벗겨진 도미도 나왔다. 백민현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틀 넘게도 숙성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 식감은 절정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혀를 감치는 맛은 상승할대로 상승하여 그동안 흰살 생선에서 느껴보지 못한 미각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오래 숙성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자연산을 물기가 닿지 않게 포를 떠 숙성 시킬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광어회다. 숙성을 시키면 시킬수록 색상은 어두워진다. 하지만 감치는 맛은 활어회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숙성회만의 참맛이다
 광어회다. 숙성을 시키면 시킬수록 색상은 어두워진다. 하지만 감치는 맛은 활어회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숙성회만의 참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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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다. 붉은 줄무늬 사이에 하얀 막이 전혀 손상되지 않게 회를 쳤다. 이것만 봐도 얼마만큼 섬세하게 회를 쳤는지 설명하나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학공치의 경우 쉽게 껍질을 벗기기 위해 칼등으로 쭉 밀어 버리기도 하는데 백민현 부장은 그런 꼴을 봐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로 인해 고객은 남다른 사시미를 먹게 된다. 아쉽게도 이날 학공치가 없어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상상만으로도 어떤 맛인지 알수는 있었다.

각가 숙성시간이 다른 광어회
 각가 숙성시간이 다른 광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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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생선회의 숙성에 대한 부분에 이르자 부장이 비교해 보라며 숙성 시기가 다른 세 종류를 내놓는다. 평가를 하러 왔다가 내가 시험에 든 건 아닌가 싶다. 사진 오른쪽 아래는 그날 점심에 뜬 것이고 그 위는 아침에 또 왼쪽은 전날의 것이다. 가장 최근의 것부터 맛을 봤다. 쫄깃하지만 싱거운 감도 있다. 물이 덜 빠져 맛의 농도도 그만큼 옅은 탓이다.

아침에 뜬 것을 잇새에 안겼다. 쭐깃함도 상승했고 맛도 진하다. 평균적인 한국인의 미각이 가장 선호할 상태였다. 세번째 것, 그러니까 전날부터 숙성시키고 있는 건 두번째보다 식감은 떨어졌다. 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감치는 맛은 갓 잡은 흰살생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하다. 물론 이 정도의 숙성도를 한국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단골들은 이 단계의 것만 찾는다고 한다. 맛의 포인트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내 미각 취향은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숙성의 묘를 살린 사시미가 거듭되면서 기분도 업된다. 더군다나 전통주 장인의 막걸리와 요리 장인의 사시미를 함께 조화시키는 기쁨이란. 순도 백프로 송명섭 장인의 막걸리가 있어 행복한 요즘이다.

또 다시 도미와 광어가 나온다. 모두 이틀 숙성시킨 것이다. 숙성 기간이 길어지면서 도미와 광어의 식감도 확연하게 구분되어진다. 도미에 비해 광어는 보다 육질의 가닥이 나위어지는 식감이다. 마치 우럭 육질이 5배 정도 섬세해졌을 때의 질감이랄까.

광어지느러미살은 톡톡 터지는 질감에 풍부한 지방이 행복한 미각을 선사한다.
 광어지느러미살은 톡톡 터지는 질감에 풍부한 지방이 행복한 미각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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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온 것은 광어 지느러미살(엔가와) 부위다. 색상이 아주 깨끗한 게 내 이런 지느러미살을 언제 또 먹은 적 있었던가 되새겨 볼 정도다.  칼집이 세세해 톡톡 터지는 맛은 반감되지만 육즙의 향연을 즐기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농어회는 철아 아니라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농어회는 철아 아니라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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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3대 흰살생선이라 하면 도미, 광어, 농어이다. 모리스시도 이런 사시미 정통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편이다. 괜찮은 자연산 농어 한마리가 보이길래 집어온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역시 제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광어나 도미에 비해 맛과 식감 다 떨어진다. 부장은 내놓지 않을까 하다가 그래도 맛이나 보라며 내놓았다고 한다.

방어회가 제철이다. 지방이 흘러내릴 것만 같다
 방어회가 제철이다. 지방이 흘러내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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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를 끝으로 흰살생선의 시간에서 붉은살로 넘어갔다. 첫 주자는 방어였다. 포항산이라는데 제주산보다 나은 이유를 들었지만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제주산을 가장 좋다고 믿고 있었기에. 제철이라 지방이 흘러내릴 정도로 올랐다.

참치회. 등살과 뱃살로 구성되었다
 참치회. 등살과 뱃살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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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미 라스트는 참치가 장식했다. 몸통살(아까미), 세도로(3등급 뱃살), 가마도로(머리와 몸통사이 뱃살)등이 나왔다.

고등어초절임회(시메사바)를 폰즈에 담가 냈다
 고등어초절임회(시메사바)를 폰즈에 담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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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고등어초절임회(시메사바)는 없냐고 물었더니 바로 내준다. 색다르게 폰즈 소스에 담가져서 나온다. 이렇게도 먹을 수 있구나 느끼면서 음식의 세계는 배워도 끝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새큼함이 강조되어 더욱 산뜻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이제 마무리 단계라는 것을 암시하듯 달걀말이가 나온다. 일부 업소의 달걀말이는 달아서 못먹을 정도인데 이건 무턱대고 달진 않아 맘에 든다.

해산물 3세트(개불, 해삼, 전복)가 나오자 해삼은 폰즈 소스에 담가서 달라고 청했다. 이쯤에서 끝인가 했더니만 2부에서 소개했던 아귀간(안키모)가 나온다. 더 이상 요리는 내 놓지 말라고 하자 도미대가리 소금구이만큼은 꼭 맛봐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미대가리소금구이라니. 세상 없어도 맛은 봐야겠다.

도미대가리 소금구이까지 먹고 나야 제대로 대접받았다 할 수 있다
 도미대가리 소금구이까지 먹고 나야 제대로 대접받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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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깔부터 차지하고 나서 짭쪼롬한 뻐를 쪽쪽 빨아먹는 맛은 살점 먹는 맛보다 좋아한다. 그런데 지느러미에 소금을 묻혀 구워냈다. 부장이 그 이유를 아냐고 묻는다. 내가 알기론 생선구이에서 지느러미가 가장 먼저 타기 때문에 소금을 바르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구이를 먹다가 간이 약하면 지느러미에 묻은 소금에 찍어서 먹는 게 요령이란다. 음식이란 이모저모를 알고 나면 더욱 풍부한 맛을 경험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선회, #사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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