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GM대우 부평공장 야적장 모습
 GM대우 부평공장 야적장 모습
ⓒ 한만송

관련사진보기


국내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우차' 브랜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국내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GM은 내수시장 점유율 증대를 위해서 올 3~4월중 GM대우를 없애고 GM의 글로벌 브랜드이자 자회사인 '시보레'로 전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상당한 반발도 예상돼 GM의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GM이 전환과 더불어 설명한 내용과 달리 GM이 GM대우를 시보레로 전환키로 한 속내에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GM은 지난해 파산보호 신청 후 뉴GM(이하 GM)의 글로벌 경영전략 차원에서 상하이에 있는 GM-상하이차 합작 기술연구소 페이텍(PATAC)을 강화하고 중국 현지 생산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조치는 그 첫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GM이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결여된 주장'이라는 해석과 함께 '브랜드만 바꾼다고 경쟁력이 생긴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비판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산차에 '로열티' 지불해야 하는데 내수 진작?"

지난 11일 GM대우 출범 7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프리츠 헨더슨(Fritz Henderson) GM 전 사장 겸 CEO는 GM대우 부평 본사를 방문, 출범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임직원을 격려했다. 사진 왼쪽 두 번째부터 마이크 아카몬(Mike Arcamone) GM대우 사장, 이남묵 전국금속노조 GM대우차지부 전 지부장, 헨더슨 전 사장, 사진 맨 오른쪽 닉 라일리(Nick Reilly)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사진 제공ㆍGM대우>
 지난 11일 GM대우 출범 7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프리츠 헨더슨(Fritz Henderson) GM 전 사장 겸 CEO는 GM대우 부평 본사를 방문, 출범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임직원을 격려했다. 사진 왼쪽 두 번째부터 마이크 아카몬(Mike Arcamone) GM대우 사장, 이남묵 전국금속노조 GM대우차지부 전 지부장, 헨더슨 전 사장, 사진 맨 오른쪽 닉 라일리(Nick Reilly)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사진 제공ㆍGM대우>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은 현지시간으로 12일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GM대우 브랜드를 시보레로 전환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번 1분기 안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 브랜드가 시보레로 바뀌게 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GM대우 차량들은 'GM시보레' 로고를 장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82년 출범 후 30년 가까이 사용되던 '대우차' 브랜드가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아카몬 사장은 "시보레는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라면서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시보레 브랜드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브랜드 전환을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GM그룹에서 아시아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톰 리 사장 역시 "시보레 브랜드가 한국에서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해 브랜드 교체를 사실상 인정했다.

GM대우가 브랜드를 교체하면서 밝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다. GM대우의 내수시장 점유율(대우차시절 30%내외)은 2006년 11%를 정점으로 지난해 8.3%대로 떨어졌다. GM대우는 이처럼 떨어진 내수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브랜드를 교체하겠다는 것.

하지만 GM대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내수시장에서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피부로 느끼는 이는 현장 '딜러'들이다. 이들은 GM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GM대우차 한 딜러는 "GM대우차가 수출될 때는 전량 GM대우가 아닌 시보레나 GMC 등의 브랜드를 달고 나간다. 대우자동차 시절 판매망이 다 무너진 상태에서 GM의 글로벌 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국내는 다소 차이점이 있다. GM대우차를 구매한 이들이 자기차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튜닝'하는 것처럼 시보레 브랜드를 다는 것을 두고 국내에서 시보레 브랜드에 대한 기호가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데 이번 조치는 GM대우 브랜드를 아예 없애는 것이다. 전량 시보레로 나오는데 무슨 차이가 있겠냐? 오히려 그런 '튜닝'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며 "현대기아차가 유럽과 북미에서 인기를 끄는 모델이 있다고 해서 그 모델의 국산 브랜드를 바꾸진 않는다. 한국시장은 한국 사람의 정서가 있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로열티 지급도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와 관련 GM대우차노동조합 교선실장은 "우선 아카몬 사장이 일본에서 귀국하는 대로 면담을 통해 진의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당장 로열티 지급문제가 발생한다. 분명 한국에서 양산하는 자동차인데 로열티를 지급한다? 그래놓고 내수를 올린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내수시장에서 시보레 브랜드가 호응이 좋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자동차산업 요람 '부평공장', "우리의 역사"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국내 최초로 자동차생산 종합공장이 들어선 곳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요람이다. 이후 부평공장은 자동차산업과 함께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1962년 : 새나라자동차 경기도 부평(현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국내 최초 자동차회사 설립
1965년 : 신진공업사,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해 1966년 신진자동차 설립 
1971년 : 신진자동차공업(주)-제너럴모터스(GM)합작, GM 코리아 설립.
1976년 : 산업은행 지분인수, 새한자동차로 상호변경.
1978년 : 대우그룹, 산업은행 보유분 지분 인수해 경영참여.
1982년 : 대우자동차로 사명변경.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설립.
1986년 :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자동차공장 증설.
1992년 : GM과 합작관계 청산.
1993년 : 판매부문 자회사인 대우자동차판매(주) 설립.
1994년 : 영국 IAD 인수해 워딩 기술센터, 생산기술연구소 설립.
1995년 : 체코 국영 트럭회사인 아비아(AVIA), 폴란드 자동차 회사 FSO 인수.
1996년 : 우즈베키스탄 및 베트남 현지공장 준공.
1997년 : 전라북도 군산시에 종합 자동차공장 준공.
1998년 : 쌍용자동차 인수합병.
2000년 : 부도로 법정관리 개시.
2001년 : GM과 채권단, 대우자동차 인수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
2002년 : GM대우(GM DAEWOO)자동차 출범.
2008년 : GM대우 파생상품손실 2조 3000억원, 유동성위기 심화
2009년 : GM 파산보호 신청 후 GM대우 (뉴)GM 편입
2010년 : GM, GM대우를 '시보레'로 전환 예정

1961년 박정희 육군소장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후 자동차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키로 한 '자동차공업보호법'을 제정 한 후 이듬해 새나라자동차가 현 GM대우 부평공장 터에 국내 최초 자동차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신진공업사가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해 신진자동차를 설립했으며, 71년 신진은 GM과 합작으로 GM코리아를 설립했다. 그 뒤 70년대 들어서 GM자본 철수 후 새한자동차로 다시 바뀌었으며, 대우그룹이 인수해 1982년 대우자동차로 거듭났다가 2000년 '대우그룹사태' 후 2002년 현 GM대우가 출범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요람인 부평공장과 GM의 질긴 악연은 1972년부터 시작됐다. 60년대부터 70년대 초반까지 국내 자동차업계 1위를 달리던 신진자동차는 그해 GM에 지분 50%를 넘기면서 GM코리아로 바뀐다.

국내 1위를 달렸던 GM코리아는 '시보레1700'의 부품을 들여다 조립하는 수준에 머문다. 곧 70년대 석유파동이 닥치자 연비가 약했던 시보레는 현대의 포니나 기아의 브리사를 당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GM은 해마다 75만달러의 경영지도료와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거둬갔다. 결국 GM코리아는 경영난으로 76년 산업은행 관리대상기업으로 전락했다.

산업은행 관리 아래서 회사명만 새한으로 바뀌었을 뿐, GM은 여전히 현지화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09년 산업은행과 GM간 유동성문제와 인수 지분 확보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30년 전에 1차전을 치렀던 셈이다.  

이후 대우그룹이 1978년 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해 1982년 회사명을 '대우자동차'로 바꿨다. 이윽고 1980년 전두환 정부의 '중화학공업 합리화조처(중소형 상용차는 기아로 일원화, 승용차는 현대와 새한으로 이원화)'로 대우차는 현대와 함께 자동차업계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때도 GM이 신차 개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GM은 여전히 대우차를 조립기지로만 여겼던 것. 즉, 대우차의 독자적인 신차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이 매번 막혔던 것은 GM 때문이다.

이에 대우차는 1992년 GM의 지분을 사들여 GM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4년 동안 신차개발에 집중해 영원한 국민차 '티코'를 출시했고, 이후 1996년 말 대우차의 3총사라 불린 라노스·누비라·레간자를 동시에 내놓았다. 그리고 대우사태 이후 대우차는 다시 GM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대우차 부평공장은 국내자동차 산업과 함께 영욕의 세월을 함께 했다. 그만큼 대우차에 대한 노동자와 시민들의 애증은 남다르다.

이와 관련 GM대우노조 관계자는 "브랜드를 바꿔 내수가 올라간다면 우리가 나서서 그렇게 하겠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이번 조치는 GM의 2012년을 목표로 한 글로벌경영전략의 수순일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GM은 중국의 상하이-GM생산라인과 연구소는 강화하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냐? 바로 하청기지화다. 그렇게는 안 된다. 대우차는 국내 자동차산업과 이를 이끈 노동자의 자존심이자 역사"라고 말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처장은 "GM이 대우차를 인수한 뒤 한 게 뭐 있나? 기술은 기술대로 다 써먹고, 이제 브랜드를 바꿔 내수를 끌어올린다? 대우차는 소형차 파워트레인에 강한 자동차업체"라며 "여기에는 노동자의 숱한 땀방울이 배어 있고, 인천시민들의 애증이 겹겹이 쌓여있다. 본사가 있는 것과 하청기지가 있는 것은 근본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브랜드만 바꿔? 한국시장 '졸'로 보는 것"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 중국이 있는 동북아시아다. 

2007년 동북아 3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3310만대로 세계 생산능력의 35.2%를 차지했으며, 수요는 1600만대로 세계 수요의 24%를 점유했다. 2008년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에 동북아 3국인 일본(1156만대)·중국(934만대)·한국(382만대)이 모두 포함됐다.

그래서 향후 세계 자동차산업은 아시아 4개사(도요타·혼다·닛산·현대)와 폭스바겐을 포함한 5대 업체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업체 간 디자인·연비·성능 향상과 그린카 개발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결국 GM대우다.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동북아로 이동한다고 해도 생산차량의 84%를 GM판매망에 의한 수출에 의존하는 GM대우의 경우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에 GM이 GM대우를 시보레로 바꾸기로 하면서 GM대우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GM대우차노조 관계자는 "내수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도 이는 너무 미흡한 조치다. 내수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브랜드 때문인가? 대우자동차시절 내수시장 점유율이 30%내외였다"며 "시장은 냉정하다. 결국 품질과 기술력이 핵심인데 브랜드를 바꿔 이를 올리겠다. 기술과 품질에 대한 업그레이드 없이 뭘 하겠다는 것은 한국소시장을 '졸'로 보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송원 처장 또한 "정부와 산업은행, 정치권은 대체 무얼 하고 있나 모르겠다. 환 손실로 수천억 날리고도 한국 측에 유동성지원 요청하더니 이젠 브랜드마저 바꾸려 한다"며 "글로벌 경제위기 속 각국이 자국의 산업을 강화하는 이 때, 이쯤 되면 국내산업 강화를 위해 정치권이 나서야하는 것 아닌가? 자동차산업이 동북아시아로 이동하는 지금 GM대우의 확인 되 잠재력을 끌어 올려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GM, #GM대우, #시보레, #대우자동차, #자동차산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