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월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지도부 교체 등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로 구성된 '국민모임'은 14일 오전 민주당의 진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고 당 안팎의 의견을 모았다.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3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그야말로 민주당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100석이 넘는 규모의 토론회장은 청중들로 꽉 채워졌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서서 토론을 지켜볼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 국민모임 소속 의원 외에도 박주선 최고위원과 박지원 정책위의장, 김영진·추미애 의원 등이 토론자와 청중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손호철 "민주대연합? 정세균 대권연합이겠지..."

 

발제자와 지정토론자들의 입에선 민주당을 향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자폐정당", "한나라당 아류", "전두환 시절의 민주한국당 수준"이라는 독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부는 "애정어린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이대로는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는데 동의했다.

 

손호철(서강대) 교수는 민주당이 안팎의 비판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의 편협하고 자폐적인 태도로 볼 때 민주당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몰아붙였다. 또 정세균 대표가 '성장'을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인 뉴민주당플랜은 "엉뚱한 성찰과 엉뚱한 혁신의 결과"라고 깎아내렸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양극화를 심화시킨 가장 반서민적 정부"로 규정한 그는 민주당이 '좌클릭'하지 않으면 집권대안세력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지방선거 전략으로 민주당이 내세운 '민주대연합'에는 "벌써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단언했다. 민주당이 지난 10월 재보선 당시 안산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패권적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민주대연합'은 "정세균 대권연합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는 것이다.

 

박명림(연세대) 교수도 민주당의 안일한 정국 인식을 거침없이 비난했다. 미디어법, 예산투쟁, 노동관계법 등 싸울 때마다 "올인(all-in, 다 걸기) 하면서 올 로스트(all-lost, 다 잃기) 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도대체 사안마다 올인 하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무조건 올인하다 보니 국민에게 더 이상 감동도 주지 못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그는 또 '의석수가 부족해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는 당 지도부의 푸념에도 "탄핵 사태 이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 시절 DJ와 YS를 한번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의석수 부족을 핑계로 대며 스스로 전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국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투쟁, 견제능력의 허약성도 민주당의 문제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대안정부로서의 능력과 이미지, 가능성을 거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반대당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판단이다.

 

의석수가 부족해 못 싸운다? "박정희 정권 때 YS-DJ를 보라"

 

토론자들의 비판도 매서웠다.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자괴감이 든다"는 고충을 토로한 박주선 최고위원은 정세균 대표를 향해 "원칙도 없고 대안도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학진 의원은 한발 더 나가 "지방선거 전에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집단지도체제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대표가 물러나는 길 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호기(연세대) 교수는 민주당이 DJ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권했다. 야당 시절 DJ는 소수였지만, 이른바 '헤게모니(주도권)'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 심각한 것은 헤게모니가 없는 소수라는 점"이라며 "헤게모니 있는 정치적 소수 세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화석화 된 민주당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연대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MB' 구호가 아니라 실천 가능한 행위로서의 '선거연합'이 "민주당으로서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모임은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지도부 교체론을 공론화할 태세다. 지난 12~13일 두 차례에 걸쳐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정리해 온 국민모임은 이날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몇 차례 간담회를 더 연 뒤 당내 노선투쟁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민주당, #국민모임, #토론회, #손호철, #민주대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