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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고로 중심마을에서 더 깊은 마을로 가는 길입니다.
▲ 마을로 가는 길 베고로 중심마을에서 더 깊은 마을로 가는 길입니다.
ⓒ 차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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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차량을 사기 직전까지 그랬다.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아침저녁을 오가는 아이들과 아낙들이 즐비한 도로 위를 달리는 일제 4륜구동 차라니? 아무리 스물두 개 학교 현장을 자주 오가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고작 하루에 차 몇 대가 다닐까 하는 그 숲길 위를 뿌연 황토먼지를 내며 달리는 것도 미안한데 사륜구동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다 몇 번의 모니터링을 거치는 동안 내가 탄 시골 방문 차량이 이동하며 내뿜는 탁한 먼지가 물동이를 이고 가는 아이들의 머리와 어깨 위로 부서지는 것을 보면서, 적지 않게 마음이 불편했다.

"몰라도 정말 너무 모르는군요? 소형차로는 도저히 안 된다니까요!"

스물두 개 학교를 걸어서 다닐 수는 없어, 생각 끝에 얻은 묘안이 국산 소형차를 타는 것이었는데 시골길 특히 우기의 아프리카를 너무 모른다는 질책을 한동안은 완강히 버티었다.

나름대로 아크라 시내 자동차 매매소를 돌며 시장조사를 거친 끝에 가장 싸고 튼튼한 차를 골랐지만, '국수주의 아니냐?'는 현지 직원의 반문을 듣고 더 이상 고집 부리고 싶지 않았다.

9년식 사륜구동. 아프리카 지형과 온도를 고려해 만들었다는 차인데, 9년간 미 해안경비단을 위해서 충성을 다했다 한다.

흙길을 따라 모니터링을 다니다보면, 유난히 맑은 하늘 속에 끝도 없이 나타나는 구름을 쫓아가는 것만 같아, 녀석을 '구름 사냥꾼'이라 이름붙였다. 사업부지 모니터링 6개월 간 어지간히 도움도 많이 받았다. 땅이 질퍽해지고, 도처에 도랑이 만들어지면 차가 진흙에 처박혀 애를 먹이는 경우도 잦았지만, 한국산 소형차를 살 뻔 했던 내 아집을 생각하면 정말 이들 말대로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이동 중 어김없이 나를 기다리는 크고 작은 사고

펑크가 난 타이어를 수리중입니다.
▲ 타이어 수리 중 펑크가 난 타이어를 수리중입니다.
ⓒ 차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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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건축사업과 교사훈련 사업이 모두 수도 아크라가 아니라 가나 동부지역에서 이루어지지만, 한국대사관과 가나교육부, 그리고 월드비전 가나 본부에 수시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보고를 해야 해서 계속 이동하면서 지내야 했다.

수도에 머물다 시골로 가는 건지, 시골에 머물다 수도로 오는 건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정착보다 떠돌이 생활을 좋아하는 나에겐 딱 맞는 생활방식이라 하루하루가 늘 즐겁다. 그러나 그 이동 중에 어김없이 나를 기다리는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원치 않는 크고 작은 사고'였다.

차를 세워두고 밥을 먹는 사이 경비원 여럿이 버젓이 있는 주차장에서 '요술 열쇠'로 차량 문을 따고는 안에 있는 노트북과 캠코더, 그리고 각종 주요 문서를 훔친 것은 그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타이어가 펑크가 나는 것은 기본, 운전 중에 차가 서버리거나 갑자기 까닭 모를 연기가 솟아나기도 하고, '팅 탱'거리는 매우 불쾌하고 성가신 소리가 나서 거북이걸음으로 고속도로 위를 달려야만 했던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구름 사냥꾼이 당한 가장 황당한 사건 중 하나는, 동부지역 수도 코포리두아 시를 막 벗어나던 순간, 갑자기 2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유턴을 해버리던 상황이었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급브레이크를 밟는 일뿐. 늘 느린 속도로 달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에 망정이지 시내 외곽 2차선에서 여느 차량처럼 고속으로 질주하고 있었다면, 2차선에서 어이없게 유턴을 시도하는 그 차량을 거의 다 파손하고도 남았을지 모른다. 아찔하게도 그 차량 안에는 젖먹이 아기와 어린아이 한 명을 대동한 일가족이 타고 있었다.

아이들과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는 몇 번이고 가슴을 쓸어내렸고, 운전사를 향해 항의할 기운도 잃고 말았다. 전화번호를 절대 내어주지 않으려던 상대 운전자에게서 기어코 연락처를 받고 나서 다시 수도로 돌아오는 시간, 절도사건 이후 쉴새없이 이어질 구름사냥꾼에 얽힌 사고를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었다.

깊숙이 박힌 별들을 보던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2차선에서 갑자기 유턴을 해버리면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 어이없는 사고와 구름사냥꾼 2차선에서 갑자기 유턴을 해버리면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 차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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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사냥꾼은 만날 때부터 실은 생각만큼 아주 건강한 녀석은 아니었다. 그리고 부속품 여기저기가 고장이 나 수리소에 맡기고 나면 꼭 그 다음 여정에서는 다른 부분에서 말썽을 피우는 것이, 험한 바윗길을 오랜 시간 동안 다니기엔 이 노년의 차는 그동안 미국에서 너무 '쉬운 삶'을 살아온 게 아닌가 하며, 녀석을 핀잔할 뿐이다.

"모니터링 갈 때마다 자꾸 그런 일이 발생하니 이걸 어쩐대요?"

움푹 들어간 자동차 범퍼를 보며 걱정 가득한 눈으로 차량과 나를 연신 쳐다보던 주가나 한국대사관 직원 김연수 과장이 드디어 염려가 되었는지 이번 사업장 방문에 함께 동행을 하기로 했다.

"그래도 시골에는 그 모든 것을 상쇄시켜주는 게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첫 번째는 매일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이고, 두 번째는 아다코페 초등학교로 가는 길 위의 언덕입니다."
"......?"

한번은 차량연료가 다 떨어진 상황에서 시골지역 주유소 역시 모두 연료가 동이 나서, 이 마을 저 마을을 전전할 때가 있었다. 마을 중심가까지 다다르기 전에 밤이 깊어버렸는데 다행히 현지인의 도움으로 아주 작은 한 통의 연료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때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 깊숙이 박힌 별들을 보던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은하수가, 쌀가루를 뿌린 듯 보드랍고 하얀 은하수가 하늘 이쪽에서 저쪽까지 광목처럼 펼쳐지고 있었고 맑고 투명한 검은 밤하늘 속에는 눈이 어지러울 만큼이나 많은 별들이 숨이 막힐 듯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건 마치, 온 우주가 계획을 하고 지구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듯 강렬한 느낌이었다. 때마침 차에 기름이 떨어진 것을 무던히도 감사해 하며, 그 장면 하나를 보기 위해서라도 아프리카에 비행기 값을 내고 올 값어치가 있음을 몇 번이고 혼자서 되새겼다.

아다코페 초등학교로 가는 길, 마지막 언덕에서 바라다 본 풍경입니다.
▲ 볼타호수 아다코페 초등학교로 가는 길, 마지막 언덕에서 바라다 본 풍경입니다.
ⓒ 차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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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아다코페 초등학교 가는 길. 판테아크와 군 중심가인 베고로 마을에서 비포장도로 시골길을 따라 풀과 나무, 언덕이 연거푸 반복되는 들판 지형을 한 시간 가량 가다 보면 마지막 언덕에 다다르게 되는데, 바로 이 언덕을 넘어서는 순간, 또 다시 다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장면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건 바로 세계 최대의 인공 호수라는 볼타호수가 발밑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언덕 아래로 펼쳐진 들판과 숲은 호수까지 이어지는 데 시야에 들어오는 이 장면의 폭과 넓이가 너무 넓어, 이 장면을 보고서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지 않을 수가 없다. 호수와 들판의 북방과 남방 끝이 서로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이어진다.

도무지 이 아름다운 광경과 각종 전염병과는 어울릴 것 같지가 않은데, 여전히 저 호숫가 마을 사람들이 '사상충'과 '체체파리', '기니아 웜', 그리고 '말라리아'로 고생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넘치는 시각적 풍요, 함부로 '가난'을 말할 수 없는 땅

작업 중인 노동자들 일부는 지역주민들입니다.
▲ 응칸카마 중학교 작업 중인 노동자들 일부는 지역주민들입니다.
ⓒ 차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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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코페 초등학교로 가는 길에 우리는 코이카 교육사업으로 신축하는 또 다른 대상지인 응칸카마 중학교와 교사숙소 건축현장을 방문했다. 판테아크와 군 열한 개소 건축현장에서 가장 빠른 공사속도를 보이는 학교이다. 학교는 바닥공사를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창틀부분까지 거의 마치고 있었다. 십여 명 노동자들이 부지런히 공사를 진행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판테아크와 지역 주민들로 특별한 기술이 없는 비숙련노동자들이고, 숙련노동자들은 건축업체에서 전속 계약해 일하는 이들로 동부지역 수도인 코포리두아 시에서 많이들 왔다.

원조사업을 통해 학교가 지어지는 것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도 창출하고, 또한 현지인들이 본 사업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경험을 쌓아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도 본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애초부터 고민해왔던 부분이다. 막대한 규모의 굴지 외국계 회사에 사업을 맡겼으면 사업관리자로서 마음 편히 사업을 수행했을지 모르겠지만, 원조사업이 가진 여러 가지 철학들을 감안했을 때 현지 업체에 본 사업을 맡긴 것이 그르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건축사업 현장에서 누차 확인할 수 있었다.

땀 흘리며 일하는 현지 노동자들에게 얼음에 담긴 차가운 '봉지 물'을 건네주고 우리는 다시 부지런히 아다코페 초등학교로 출발하여 호수가 내다보이는 마지막 언덕에 다다랐다.

가나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겪는 여러 어려움들을 한꺼번에 상쇄시켜준다고 자부하는 바로 그 언덕 위에서 우리는 잠시 여유를 부렸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실은 마음 한 구석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피어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함부로 '가난'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말자고 다짐하는 건, 바로 이런 넘치는 시각적 풍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또 한편, 이런 아름다운 장면은 어쩌면 나와 같이 '지나가는 이'에게만 더 도드라지게 다가오는 자연의 위장일 수도 있다. 허리가 꼬부라지게 벼를 베는 가을녘 농촌 풍경이 한 날 소풍을 온 도회지 여행자에게는 그저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광 그 이외의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단순하게 아름답다고 넘기지 못하는 내 복잡한 심경을 탓하며 다시 구름사냥꾼을 깨웠다. 아래로 보이는 들판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지나 들판 아래에 다다를 무렵부터 들풀에 뒤덮인 길 위를 지나는 데 어디가 길이고 밭인지 구분이 되지를 않았다. 무성한 풀숲에 도취된 탓이었을까?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길이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해서 자꾸 우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

밭일을 하던 아줌마들은 킥킥대며 웃고만 있었습니다.
▲ 사고수습직후 밭일을 하던 아줌마들은 킥킥대며 웃고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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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의 몽롱하고 아득한 유혹을 뿌리치고자 우리는 마침 숲길을 지나던 한 주민을 만나 동행을 부탁했다. 다행히 아다코페 초등학교를 아는 마을 주민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그러나 그 역시 숲으로 뒤덮인 흙길을 분간하기가 쉽지는 않은 법, 그의 안내에 따라 삼십여 분 수풀 위를 달리던 중 '쿵'하는 소리가 나더니, 차 앞바퀴가 드디어 1m가량 되는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밭에서 고추를 따던 주민 아줌마들이 상황의 위중함을 모르는지 아는지, '백인들이 차 타고 밭을 지나다가 고랑에 빠졌네......' 하면서 키득거리며 웃고 있는데 여간 서운하지가 않았다. 들풀로 덮여 있는 길 속사정이 이렇게 안 좋은 줄 알면 미리 신호 좀 보내주면 좋았을 것을 하면서 아쉬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해는 이미 중천을 지나 오후 3시를 넘기고 있었기에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한 여정을 서둘러 재촉해야만 했다.

아주머니들의 비웃음에 웃음으로 맞장구를 쳐주며, 우리는 경계를 알리며 세워놓은 막대기를 뽑아 모으기 시작했다. 구덩이에 빠진 차를 어떻게든 건져내야 한다. 아주머니들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여기 저기 밭일을 하던 분들이 모여들어 수군대고 웅성거린다. 차는 연신 헛바퀴를 돌리고, 차에선 거멓고 허연 연기들만 짜증을 내며 하늘로 치솟는다.

삼십여 분을 실랑이 속에 사투를 벌이고 나서야, 차는 드디어 마른 나무뭉치를 지렛대 삼아 다시 길 위로 돌아갔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던 아주머니들은 말 대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함박웃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경황없는 와중에 사방에 소란을 피우며 정신을 사납게 하던 아주머니들이 조금은 밉상스럽긴 했지만, 이 허허벌판 속에서 왁자지껄한 사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생각해보니 고맙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싶어, 학생들과 일꾼들에게 나누어주려던 귤 몇 봉지를 꺼내어 감사의 인사를 대신하고 서둘러 아다코페 가는 길을 다시 찾았다.

진작 큰 길에다 푯말을 세울 것이지!

우리를 안내한 지역주민 스티브 씨와 한국대사관 김연수 과장
▲ 아다코페 초등학교 푯말 우리를 안내한 지역주민 스티브 씨와 한국대사관 김연수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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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헤매다 겨우 동행한 주민, 스티브가 아는 길을 만나 한 시간여를 더 달려가니 덤불 사이로 아다코페 초등학교 푯말이 서 있다. 이거야 원! 여기까지 온 이상, 길은 하나밖에 없고 이제 마을에 거의 다다른 것 같은데 여기서 푯말이 무슨 의미람? 진작 큰 길에다 푯말을 세울 것이지!

한참을 숲에서 방황하게 하고 나서, 이미 학교에 거의 다 오고서야 세워진 생뚱맞은 푯말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숲속에 세워진 푯말이 너무 신비하게 다가와 우리는 차를 세우고 사진 속에 그 신비로움을 잠시 담아보았다.

역시, 학교는 이미 다다른 상태였다. 푯말을 뒤로 하고 한 오 분 가량 더 가니, 아다코페 초등학교 옛 건물과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학교는 바닥콘크리트 타설 중이라, 바닥공사도 조금 지나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듯 했다. 응칸카마 중학교를 비롯하여 상당수 학교가 모두 비탈길에 서 있어 바닥공사에 애를 많이 먹었는데, 호숫가 마을에 들어선 아다코페 초등학교는 다행히 건축부지가 평지라 다소 쉽게 바닥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시멘트와 흙을 잔뜩 뒤집어 쓴 건축노동자들이 무척이나 안쓰러웠지만, 흥겨운 라디오 음악을 벗한 채 시종 밝은 얼굴로 일하는 게 마음이 그나마 놓였다. 일품을 받으며 일을 하는 것이겠지만, 이들의 땀방울이 만들어내는 수고로 하루하루 학교공사가 진행이 되는 거라 무조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따로 가지고 간 차가운 '봉지물'과 귤을 나누어주었다.

두 분의 노동자들이 부지런히 바닥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아다코페 초등학교는 공사 중 두 분의 노동자들이 부지런히 바닥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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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공사 중으로 콘크리트를 타설 중입니다.
▲ 아다코페 초등학교는 공사 중 2 바닥공사 중으로 콘크리트를 타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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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코페 옛 학교를 둘러보니 아이들은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교실은 거의 비어 있었고 학교 인근에 사는 아이들만 교실에 앉은 채 무료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귤을 나누어주는 사이, 동행한 대사관 김연수 과장은 아크라에서는 쉬이 보지 못하는 장면들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어느새 마을 안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 우리는 학교 공사 진행에 대해 노동자들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구름사냥꾼을 채근했다.

그리고는 그 신비한 푯말을 지나치기 무섭게 무언가 이상이 발생한 듯했다. 온도계기판은 거의 극에 달해 있었고 차에선 뭔가 타들어가는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내 하얀 연기가 차량 앞부분에서 피어올랐고, 우리는 황급히 차를 멈추었다. 사방에 풀과 나무뿐인 깊은 숲이었다.

아차! 냉각수를 저장하는 탱크에서 대량의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다. 아다코페 가는 길에 있었던 '구덩이 사고' 때 냉각수탱크에 충격이 가해진 것이다. 노년에 원치 않는 험한 곳에서 뜻밖의 고생을 한다며 불평이 가득한 채 기력을 잃은 구름사냥꾼을 달래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숲을 지나던 저녁 바람으로 엔진을 겨우 달랜 후, 가지고 있던 비상용 물통 몇 개를 비워 밑 빠진 냉각수 탱크에 채웠다. 아주 느린 속도로 베고로를 향해 길을 떠나기가 무섭게 다시 온도계기판이 극에 달하기를 연거푸 반복하더니, 이번에는 차 어딘가에서 신경에 매우 거슬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찌익~쿵' '찌익~쿵'

구름사냥꾼!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아주 골병이 들었군! 이번 모니터링도 역시나 그냥 넘어가주질 않네! 군데군데 바위가 박혀 있는 시골 황토길을 두어 시간여를 그렇게 녀석을 달래다보니 겨우 다시 베고로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고, 밤은 이미 깊어버렸다. 그리고 구름사냥꾼은 다시 심야 대수술에 들어갔다.

베고로 마을에서는 쌀가루 뿌려진 은하수를 만날 수 없었다. 희뿌연 가로등이 언덕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로 우리를 안내했다.

냉각수를 토해내며 잔뜩 화가 나 있는 구름사냥꾼을 저녁바람으로 겨우 달래고 있습니다.
▲ 노년에 이게 무슨 고생? 냉각수를 토해내며 잔뜩 화가 나 있는 구름사냥꾼을 저녁바람으로 겨우 달래고 있습니다.
ⓒ 차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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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가나, #교육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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