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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한 장면.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한 장면. ⓒ MBC 화면캡쳐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풍파고등학교의 홍순창 교장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자신의 학교에 급식을 공급하는 위탁업체의 사장인 이순재가 그 주인공. 이는 이순재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교감선생 김자옥과 커플이기 때문이다. 이순재와 연적관계인 홍 교장은 사사건건 그와 부딪치며 날카롭게 각을 세운다.

급기야 지난 52회(2009년 11월 20일 방영)에서는 홍 교장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이순재와 김자옥의 데이트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질이 낮은 식재료가 사용됨에도 급식회사 사장과 연애 중인 교감선생의 압력으로 그냥 넘어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급식업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문구를 담은 전단지를 학교에 뿌린 것.

전단지 사건으로 학교 이사회가 소집되고 이순재는 이사장에게 자신과 자옥의 연애를 부정하지만 홍 교장이 속속 내놓는 증거물로 인해 이사장의 의심만 사게 된다. 급식 계약이 깨지게 되면 자신이 운영하는 식품업체 <이순재 F&B>의 운영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이순재는 계약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만약 이때 홍 교장이 단순히 "급식업체를 바꿔야 한다"가 아니라 "학교급식을 위탁급식에서 직영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어땠을까? 그렇잖아도 사회 전반에 걸친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지붕킥>에서 최근 민감한 이슈로 급부상한 학교급식 직영전환 논란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일이 되지 않았을까?

일선 학교장들이 직영전환 반대하는 이유

지난 2006년 수도권 일대 여러 학교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건이 발생한 후 개정된 학교급식법은 전국 초중고교 모든 학교의 급식을 위탁급식에서 직영급식으로 전환할 것을 규정했다. 계약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둬 일선 학교에 3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그 기한이 바로 19일까지. 그런데 아직도 서울시내 상당수 중고교는 직영전환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이들은 전환을 하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도 모자라 또 다시 1년의 유예기간을 얻어냈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8일 학교급식위원회를 열어 학교급식법 시행령 '위탁급식 불가피 사유'에 '1일2식(중식․석식)'을 제공하는 중고교를 포함시키기로 한 것. 직영전환 대상인 서울시내 559개 중고교의 절반에 가까운 267개가 이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전체(262개)의 86%에 달하는 225개 학교가 대상에 포함됐다.

학교급식을 직영전환하지 않고 위탁업체에 맡기고 있는 학교는 전국 1만1백여 곳의 9.7%에 해당하는 약 1천여 곳. 그 중 절반이 넘는 학교가 서울에 있다. 이들 학교가 버티기로 일관하며 직영전환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업무량 증가와 식자재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 증가, 각종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를 교장이 떠안아야 하는 데에서 오는 부담에 있다고 주장한다.

학교급식을 위탁업체에 맡기면 학교와 교장이 하는 일은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위탁업체를 선정해 업무를 위임하고 식대를 지급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직영전환하게 되면 학교장이 전면에 나서 식자재 구입부터 영양교사 채용까지 급식전반에 관련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일선 학교장의 업무량이 위탁급식에 비해 훨씬 많아지기 때문에, 이들은 직영전환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일선 학교장들은 직영급식이 위탁급식보다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같은 식자재를 구입해도 위탁업체에서는 대규모로 구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규모일 수밖에 없는 직영급식보다 단가가 싸다는 것. 또한 직영급식에 필요한 영양교사의 임금 역시 학교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로, 이들의 인건비가 위탁업체의 영양사와 비교했을 때 높다는 것도 문제로 든다.

직영급식에 비해 비싸지만 질은 더 낮은 위탁급식

또한 학교급식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도 직영급식과 위탁급식은 그 책임소재를 다르게 묻는다. 위탁급식은 위탁업체에 책임을 묻지만 직영급식은 학교장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것. 이처럼 업무량은 업무량대로 증가하고, 재정 부담은 늘어나고, 거기에 책임소재까지 지게 되니, 일선 학교장들이 학교급식 직영전환을 반대하는 건 그들 입장에서는 언뜻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바로 '학생'이다. 실제로 급식을 먹게 되는 주체인 학생에 대한 고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급식을 먹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교육자의 자세 역시 함께 사라졌다. 대신 업무량 증가와 재정부담 등을 계산기로 두드리며 손익증감을 따져보는 사업가의 논리만 남았다.

지난해 10월 11일 교육당국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건은 모두 275건으로 이 가운데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한 확률이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보다 4.8배나 높았다. 2006년 식중독 대란 이후 발생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위탁급식의 식중독 발생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학교급식 위탁업체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당연히 위탁급식은 직영급식에 비해 싸고 질 낮은 식자재가 쓰일 수밖에 없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발표한 전국 초중고교 식자재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의 학생들보다 매 끼니 561원을 더 내지만 그들보다 131원 싼 식자재로 만든 급식을 먹고 있었다.

급식비 대비 식재료비 비율을 65% 이상으로 맞추라는 정부의 권고 역시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에서는 상당수 지켜지지 않았다. 직영급식 학교의 급식비 대비 식재료비 비율이 80% 중반에 이르는 것과는 달리 위탁급식 학교의 급식비 대비 식재료비 비율은 60% 초반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수입산 축산물 사용 비율도 위탁급식 학교가 더 높았다. 쉽게 말해 위탁급식 학교의 학생들은 비싼 돈을 내고도 질 낮은 식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직영전환 반대론자들, 충청북도 사례 본받아야

이렇듯 위탁급식의 폐해가 익히 알려졌음에도 직영급식으로의 전환을 반대하고 있는 서울시내 일선 학교장들과 이들의 손을 들어준 서울시 교육청에게 충청북도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급식 개선 종합 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1위와 식중독 무사고 기록을 세운 충청북도 교육청은 그동안 꾸준한 예산 지원과 여러 계획 추진을 통해 학교급식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충청북도 교육청은 위탁급식 학교 100% 직영전환을 추진했으며, 학생들에게 친환경 농산물과 같은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하기 위해 '음식재료 공동 구매제'를 시행하고, 깨끗한 급식을 먹이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일선 학교의 낡은 급식기구를 교체 및 현대화하는 등 급식시설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2년 연속 식중독 무사고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학생의 학력을 신장시키는 것만이 학교와 교사가 할 일은 아니다. 질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여 그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학교와 교사가 할 일이다. 위탁급식의 직영전환 문제에서 일선 학교장들이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학생'이지, 업무량 증가나 재정 부담이 아니다. 그들에게 사업가의 논리가 아닌, 진정한 교육자의 자세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위탁급식#직영전환#이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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