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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와 어묵, 호떡은 겨울 주전부리 중 가장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군고구마는 어릴 때 소죽을 끓이면서 자주 구워 먹었고, 어묵 역시 초등학교 어머니를 따라 읍내 시장에서 먹었지만 호떡은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먹었습니다. 그 때 호떡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한 후 호떡을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겨울바람을 뚫고 사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때는 아내가 얼마나 얄미웠는지 모릅니다.

 

이런 기억때문인지 우리집 겨울 주전부리는 군고구마와 어묵보다는 호떡입니다. 호떡집 앞을 지날 때마다 설탕이 녹아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면 겨울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발걸음을 멈추게 하여 "호떡 2천원어치만 주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호떡을 한 입 먹을 때마다 입안에 흘러내리는 설탕 맛은 호떡을 끊임없이 사 먹게 합니다.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들이 없습니다.

 

우리집 아이들도 호떡을 좋아합니다. 바깥 나들이를 다녀오면 아빠 손에 호떡이 들려 있으면 한바탕 웃음이지요. 들려있지 않으면 당연히 울상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번에는 자기들이 호떡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대형마트에 호떡 가루를 팔기에 샀는데 자기들이 앞치마를 두른 후 반죽을 합니다.

 

"아빠 오늘 호떡 구워드릴게요."

"인헌이 너 호떡도 구울 줄 알아? 엄마가 구워 주는 것 먹자, 너희들이 할 수 있겠어?"

"물 넣고 반죽만 하면 돼요."

"물만 넣고 반죽만 하면 되는 호떡 맛이 있을라나. 모르겠네."

"내가 구워니까 맛있을 거예요."

"우리 인헌이 음식 솜씨는 아빠가 인정하지."

"나는 음식 만들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지루하지 않고 싫은 마음도 없어요. 만날 요리만 하면 좋겠어요."

"인헌아 요리도 공부를 해야 잘하는 거다. 공부하지 않으면 진짜 훌륭하고 인정받는 요리는 할 수 없어. 요리는 예술이다. 예술."

 

집에서도 호떡을 구워 먹을 수 있다니.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자기들이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구운 호떡이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가 큽니다. 앞치마를 두른 아이들을 보니 영락없이 호떡 장수입니다.

 

"너희들 호떡 장수다. 호떡 장수."

"아빠, 내가 호떡 장수할까요?"

"막둥이가 호떡 장수하면 장사가 되겠니? 네가 다 먹을 버릴 것인데."

"아니예요. 호떡 장수하면 안 먹어요."

"막둥이가 안 먹는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막둥이가 다 먹을 것 같은데."

 

호떡 장수 막둥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둥이가 호떡 장수를 하면 한 달이 안 돼 호떡 집 문을 닫아야 할 것입니다. 호떡 굽는 냄새가 코 안으로 들어오는데 입 안에 침이 고입니다. 겨울바람에 떨면서 사 먹어야 진짜 호떡 맛있겠지만 아이들이 직접 구워주는 호떡도 맛있을 같습니다. 자기들이 다 구울 때까지 엄마와 아빠는 방 안에 가만히 있으라고 합니다. 호떡을 다 구운 후 상에 차렸는데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정말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호떡은 처음이다."

"아빠, 우리가 반죽하고 구웠잖아요. 당연히 맛있지요."

"우리 호떡 집 한 번 해볼까?"

"호떡 집이요?"

"그래 아빠는 호떡 집 사장하고, 엄마는 반죽하고, 너희들은 호떡 구워 팔고."

"우리가 만들면 좋은데 결국 모든 것은 내가 다 해야 하잖아요? 당신이 만들겠어요, 아이들이 하겠어요?"

"엄마 우리가 할 수 있어요. 하면 재미있겠어요."

"엄마는 반대다. 반대. 아이들에게 호떡 장사를 시킨다구요? 내가 알기로는 15살 이하 어린이들에게 돈을 벌게 하는 것은 불법이에요. 불법. 당신 아이들에게 호떡 장사를 시키는 순간 잡혀 가요. 잡혀 가."

"아 맞다. 맞어! 너희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할 수 없지. 아빠가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구나. 잘못했으면 아빠 잡혀갈 뻔했다."

 

호떡 때문에 남편이 잡혀가기 생겼다는 아내 말에 마음 한 쪽이 뜨끔했고, 아이들은 엄마 말에 한바탕 웃음입니다. 이번에는 대형 마트에서 파는 호떡 가루로 반죽하고, 구워 먹었지만 다음에는 집에서 직접 만든 가루를 반죽해 진짜 우리집표 호떡을 구워 먹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구워 준 겨울밤 주전부리 호떡 '으뜸'이었습니다.


태그:#호떡, #주전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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