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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산 아래에 자리한 외암리 민속마을의 겨울풍경
▲ 외암리 민속마을 겨울 풍경 설화산 아래에 자리한 외암리 민속마을의 겨울풍경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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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집 앞의 개울가로 나갔다. 개울에서 먹이를 찾던 두루미는 낯선 사람이 나타나자 깜짝 놀라 어디론가 급히 사라진다. 아쉬운 마음에 날아가는 두루미를 멀리 까지 바라보았다. 안개로 자욱하기만 했던 하늘이 오늘따라 유난히 화창하다.

주말을 맞아  가족과 주말 나들이 할 생각으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집을 나서자 시골길은 연초에 내린 많은 눈으로 아직 다 녹지 않고 군데군데 얼어 있다. 공주에서 유구를 지나 충남 아산의 송악면으로 들어섰다. 제설되지 않은 응달진 산길은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빙판길이다. 산길을 조심스럽게 돌아 나오자 송악저수지가 설원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 잠시 내려 눈으로 하얗게 덮인 저수지를 내려다보았다. 티 하나 없이 깨끗하게 펼쳐져 있는 그곳은 마치 하늘 아래 처음 펼쳐진 세상처럼 순수하고 깨끗하기만 하다. 그곳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잡다한 번뇌가 말끔히 사라지고 어느새 마음속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하얗게 눈 덮인 송악저수지를 지나 십여 분 달리자 옛 민속마을인 외암리 마을로 향하는 이정표가 안내를 한다. 멀리 제법 기품이 있는 높은 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아래로 하얗게 눈 덮인 옛 농촌 마을이 이채롭게 들어온다. 국도를 벗어나 외암리 마을로 들어섰다. 주차장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눈밭 그대로다. 그 앞으로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고 마을로 들어서는 콘크리트 다리와 나무로 만들어진 징검다리가 있어 예스러운 운치를 더해준다.

눈덮인 외암리 마을의 개울 모습
▲ 외암리 마을의 겨울풍경 눈덮인 외암리 마을의 개울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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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를 지나 민속 마을로 들어서는 다리를 건너자, 마을 입구에 커다란 소나무들이 무더기로 서 있다. 묘를 둘러쌓고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는 소나무는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매서운 동장군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그 소나무 옆으로 반가(班家)인 듯한 기와집이 하얀 눈을 맞은 채 말없이 서있다. 담 너머로 안채를 살펴보니 사람이 사는 것 같은데 조용하기만하다. 그러나 어디선가 곧 주인이 나타날 것 같아 무턱대고 집안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기와집을 돌아보며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골목길은 잘 쌓여진 돌담으로 길게 이어지고 초가집들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초가집 처마에는 예전처럼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그 초가지붕 너머로 서산에 걸린 해가 붉은 노을속으로 곱게 떨어진다. 눈 덮인 둥근 초가지붕너머로 떨어지는 외암리 마을의 일몰은 오래전 시골마을에 와 있는 것처럼 옛날의 감상에 빠져들게 한다.

외암리 마을에서 바라본 일몰풍경
▲ 외암리 마을의 저녁풍경 외암리 마을에서 바라본 일몰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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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리 민속마을 처마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 초가지붕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 외암리 민속마을 처마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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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산의 남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외암리 민속마을은 십여 채의 기와집과 이십여 채의 초가집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민속마을로 사람들이 실제 주거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아이를 등에 업은 할머니를 골목에서 만날 수도 있고 방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를 이따금씩 들을 수도 있다. 더욱이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골목마다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고, 때론 왁자지껄한 골목길이 되어 그때 당시의 마을 분위기로 되살아난다.

이 외암리 마을은 500여 년 전에는 강씨(姜氏)와 목씨(睦氏)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조선 명종 때 장사랑(將仕郞)을 지낸 이정(李挺) 일가가 낙향하여 이곳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그 후로  예안이씨(禮安李氏) 세거지가 되었으며 그 후손들이 번창하여  반촌(班村)의 면모를 갖춘 반가(班家)의 가옥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 뒤 이정의 6대손이며 조선 숙종 때 학자인 이간(李柬:1677~1727)이 설화산의 우뚝 솟은 형상을 따서 호를 외암(巍巖)이라 지었는데 그의 호를 따서 마을 이름도 외암이라고 불렀으며 한자만 외암(外巖)으로 바뀌었다 한다

또한 이 마을에는 조선시대 이정렬(李貞烈)이 고종에게 하사받아 지은 아산 외암리 참판댁(중요민속자료 195)을 비롯해 영암댁, 송화댁, 외암 종가댁, 참봉댁 등의 반가와 그 주변의 초가집들이 원형을 유지한 채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민속마을은 2000년 1월 7일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되어 있다 

눈 쌓인 외암리 마을의 골목길 풍경
▲ 눈 쌓인 외암리 마을 풍경 눈 쌓인 외암리 마을의 골목길 풍경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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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리 마을은 다른 시골 마을처럼 큰 느티나무를 비롯한 많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새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마을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까치와 두루미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새들이 쉼 없이 마을을 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또한 외암리 마을은 소나무 등으로 잘 가꾸어진 기와집 정원과 높지 않은 돌담으로 이어지는 정다운 골목길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곳으로 실제 이곳 사람들이 거주하는 민속마을이다. 그래서 겨울에도 많은 사람들이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곳을 찾고 있다. 따라서 겨울에 눈 내린 외암리 마을을 돌아보는 것은 옛 민속마을의 겨울 진풍경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외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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