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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길다. 그래서 봄이 더 그립다. 화사한 꽃을 만나고 싶은데 자주 내린 눈으로 차가워진 기온은 아직 꽃을 피우기엔 역부족이어서 봄이 멀기만 하다. 집에 있으면 몸도 마음도 자유롭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일지 않는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면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어 가슴이 열린다. 그래서 아무런 기대없이 집을 나서 화순군 이양면에 있는 쌍봉사로 향했다.

아직 내부는 완성되지 않았다
▲ 천왕문 아직 내부는 완성되지 않았다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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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쌍봉사는 기대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松廣寺)의 말사인 쌍봉사는 신라 경문왕(景文王) 때 도윤(道允)이 창건하고 자신의 도호(道號)를 따 쌍봉사라 하고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사자선문(獅子山門)의 기초를 닦았다고 한다.

삼층
▲ 대웅전 삼층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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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84년 신도의 부주의 때문에 화재로 소실되고 다시 지어졌는데 대웅전에 모셔진 목조 삼존불은 하마트면 다시 볼 수 없을 뻔했는데 한 농부의 용감한 행동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대웅전이 불타고 있을 때 마을에 사는 농부가 달려와서 불속으로 뛰어들어가 세 불상을 한 분씩 한 분씩  업어서 밖으로 모셔서 오늘까지 보존이 된 것이라 한다. 불심 깊은 한 사람의 행동이 소중한 역사를 지킨 것이다. 이 화재로 인하여 보물 163호였던 대웅전은 문화재 지정에서 해제되었다.

농부가 불속에 들어가 모시고 나왔다 한다
▲ 목조삼존불 농부가 불속에 들어가 모시고 나왔다 한다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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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은 평면이 네모 반듯한 3층 전각으로 목조탑파(木造塔婆)의 형식인 희귀한 건축물이다. 이런 건축은 법주사의 팔상전과 함께 전국에 단 두 동 뿐이라 한다. 대웅전의 모습이 다른 사찰들과 달라 오래도록 눈길을 끌었다. 또한 다른 사찰들과는 달리 모든 건물들에 벽에 벽화들이 그려져 있어 삭막하지 않고 분위기가 달랐다. 그래서인지 겨울날 작은 절인데도 대형 관광버스가 두 대나 방문을 했고, 일반 방문객들도 많았다.

몇 해 전에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일출을 자랑하는 낙산사가 불탔고, 지지난 해에는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탔고, 지난 해에는 향일암이 불탔다. 곳곳에서 화재로 인하여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들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별한 대책마련이 없는 한 목조건물인 이런 문화재들은 계속 사라질 것이다.

단풍나무
▲ 극락전과 단풍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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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물들과 달리 극락전은 유일하게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대웅전이 불탈 때 함께 소실될 위기에 처했으나 대웅전에서 극락전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 있는 단풍나무가 그 불길을 막아 안전하게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단풍나무는 가지를 잃었고 그 불탄 자리는 시멘트로 발라놓았다. 하여 사람뿐 아니라 모든 자연에는 불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극락전과 단풍나무를 바라보는 느낌도 색다르게 다가와 깊은 감동을 주었다.

지옥도
▲ 지장전의 벽화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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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도
▲ 지장전의 벽화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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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장전은 양쪽 옆면과 뒷면에 지옥도를 여러 개의 벽화로 그려놓았다. 지옥도는 삼악도의 하나로 죄를 지은 중생이 죽은 뒤에 태어나는 지옥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지옥이라는 것은 이 땅 아래 있는 까닭에 지옥이라고 한 것으로서 이른바 팔한(八寒)과 팔열(八熱) 등의 큰 지옥이 있고 각각 권속이 있어 그 종류가 무수하다고 한다. 그 속에서 괴로움을 받는 자는 그 지은 업에 따라 각각 경중(輕重)이 있고 겁(劫)을 지내는 시간이 있어서 가장 무거운 곳에는 하루에 8만 4천 번을 나고 죽으면서 한량없는 겁을 지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봄을 열 꽃망울
▲ 목련 봄을 열 꽃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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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멀기만 했는데 천왕문 옆에는 목련나무가 꽃망울을 달고 있었다. 이제 곧 화사하게 피어나 대지에 등불을 밝혀줄 것이다. 그러면 꽃피고 새우는 따스한 봄날 다시 찾으리라.


태그:#쌍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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