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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공식 회의석상에서 정면충돌했다. "세종시에 대한 당내 의견수렴에 나서겠다"는 정몽준 당 대표에 맞서 친박(친박근혜)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이 "당을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정몽준 대표는 2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므로 지금부터라도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내 주요 의사결정이 한 사람 뜻에 따라 이루어질 정도로 (한나라당이) 폐쇄적이거나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든 의견을 모아 당의 입장이 결정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미 수정안 쪽으로 결정을 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하는 토론은 토론이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정 대표는 "세종시 관련 발언을 하니까 다들 표정이 심각한 것 같다"며 화제를 돌렸지만 그의 발언이 끝나자 반격이 나왔다. 정 대표 바로 옆 자리에 나란히 않아 있던 허태열 최고위원이 자신의 발언 차례가 돌아오자 작심한 듯 말을 받았다.

 

작심한 허태열 "5년 묵은 당론, 확인해서 뭐하나"

 

허 최고위원은 "세종시 당론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공약했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확인했고 당 지도부도 지난 재보선 때 원안 추진이 당론이라고 공언했다"며 "5년이나 묵은 당론인데 뭘 다시 확인하자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왜 새 당론을 정해야 하는 것처럼 무슨 몰이를 하듯 발언하느냐"며 "특정지역 관련 문제를 표결로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표의 발언은 당을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과정에서 말 한마디를 놓고 오해가 빚어지기도 했다. 허 최고위원이 '몰이'라고 표현한 것을 정 대표가 '모의'라고 잘못 알아들어 불쾌감을 타나낸 것.

 

정 대표는 "나는 모의하듯 꿍꿍이가 있거나 폐쇄적으로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며 정색했다.

 

정 대표는 또 "지난 재보선 때 기존 당론을 바꾸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현재로선 한나라당의 당론은 원안 유지다, 행정부,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거듭 "언론을 통한 간접 대화는 도움이 안된다, 집안 식구끼리 만나서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벌어지자 친이계인 박순자 최고위원이 정 대표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 최고위원은 "수정에 찬성하는 여론도 절반인 만큼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되는 방향으로도 노력하고 생각해야 한다"며 "당리당략을 떠나 품격 있는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한편 정 대표와 불화를 빚어온 장광근 사무총장도 허태열 최고위원의 발언을 반박하려 했지만 정 대표의 만류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장 사무총장이 "허 최고위원을 반박하게 돼서 죄송하지만..."이라고 운을 떼자 정 대표는 "오늘 회의는 최고위원회의니 최고위원의 말을 폄하하는 발언은 비공개 회의 때 해달라"고 제지한 것이다. 정 대표와 장 사무총장은 최근 당직개편에서 거취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해 왔다.

덧붙이는 글 | 11기 대학생 인턴기자 엄민입니다


태그:#세종시 수정안, #허태열, #정몽준,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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