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정치 편향, 부정답변 유도" 비판을 받고 있는 '강기갑 무죄 판결' 관련 설문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또 다시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협은 지난 18일 회원들에게 e-메일로 발송한 설문조사를 25일까지 받아 결과를 취합하기로 했다. 장진영 대변인은 21일 "설문조사를 취합한 뒤 외부 발표는 하지 않고, 내부 자료로만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갑 판결' 무관한 우리법연구회, "해체해야 한다" 답변 유도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
ⓒ 화면캡쳐

관련사진보기


총 4개 문항으로 돼 있는 대한변협 설문조사는 질문과 답변이 강기갑 무죄 판결을 비판하는 쪽으로 맞춰져 있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강기갑 판결의 무죄 이유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 1번의 경우 "(가) 타당하다"는 답변을 빼놓고는 모두 부정적 답변을 하도록 돼 있다. "(나) 무죄 판결을 위한 작위적인 면이 엿보인다", "(다) 공무집행방해의 점에 관해 종전의 판례를 뒤집었다" 거나 "(라) 부당하다"는 식이다.

"판결이 헌법정신에 부합되느냐"는 문항 2번 역시 "(가) 부합된다"를 제외하고는 "(나) 이념적 편향을 보인 판결", "(다)국민들 법감정에 맞지 않다", "(라) 헌법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등 부정적 답변을 유도하고 있다.

문항 3번에는 강기갑 무죄 판결과 관련이 없는 답변도 들어 있다. "판결이 적정하지 못하다면 해결책이 무엇이냐"라고 묻는 질문의 첫 번째 답변은 "(가) 법원 내 이념서클인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의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는 보수언론이 검증한 것처럼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아닌데도, 관련없는 답변을 첫 번째로 넣었다. 설문조사자인 대한변협의 '사심'이 드러난 대목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대한변협의 설문조사 내용이 알려지자 안팎에서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지난 19일 나승철 변호사 등 소장파 회원 50여명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비판 성명을 내고 설문조사 중단을 요구했다.

대한변협 집행부에서도 설문조사 문항을 놓고 비판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설문조사를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해 대한변협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변협 "회원들 의견 듣자는 차원"... 여론조사전문가 "논문 실릴 만한 조사"

장진영 대한변협 대변인은 "설문조사에서 비판받을 만한 내용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법연구회를 두고 법조계에 논란이 있으니 회원들의 의견을 한 번 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내부에서도 설문조사 내용이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 대변인은 또 "일부에서는 설문조사가 끝나기 전에 먼저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비판하지만, 설문조사와 성명서는 처음부터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이 정권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우리의 원칙은 법치주의"라며 "미네르바 구속 사건 때는 무죄 의견을 냈고, 보수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대한변협이 안팎의 비판에도 설문조사를 계속하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법률가들이 나서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여론조사전문가인 김헌태(인하대) 겸임 교수는 "대한변협 설문조사는 심각한 편향성 질문으로 여론조사 교과서에 실리거나 논문 소재가 될 만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또 "만약 선거 관련 설문조사를 이렇게 만들었다면 처벌도 가능할 것"이라며 "특정 주체(강기갑 대표)가 공표금지 가처분신청을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그:#강기갑, #대한변협, #이동연, #공중부양, #설문조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