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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여성장애인을 소재로한 영화 <오아시스>의 한 장면.
 뇌성마비 여성장애인을 소재로한 영화 <오아시스>의 한 장면.
ⓒ 이스트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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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정(가명)씨는 두 다리를 못 쓰기 때문에 항상 콜밴이나 자원봉사자차량을 타고다니던 지체장애인이다. 수십 년간 집에만 있다가 장애인단체에서 교육을 받고 문화활동을 하게 되면서, 어렵게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차량융자금을 지원받아 차를 구입했다.

아무래도 해피콜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콜밴이나 택시를 탈 경우 마음씨 좋은 기사를 만나지 않으면 눈총과 박대를 받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운전을 배워서 직접 차를 운전하려고 한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장애인차량가스지원비 혜택 때문이었다. 한달에 10만 원어치 가스를 넣는다고 할 때 실제로 나가는 돈은 7만 원가량이기 때문에 감당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택시를 왕복으로 타면 하루에만 만원이나 써야 하기 때문에, 차비를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성 중증 장애인 중엔 수급비 중 얼마는 병원비와 약값으로, 또 얼마는 교통비로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전혀 없어, 도저히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택한 사람도 있었다.

백미정씨는 그렇게 몇 년 전, 눈치 보며 택시를 타는 것보다 직접 운전을 하며 다른 장애인들도 태워주자는 생각에 차를 산 것이다. 하지만 24일 항상 3~5만 원어치 넣던 가스를 2만 원어치만 넣는 것 아닌가.

그렇게 가스를 충전하던 그는 "앞으로 친구들을 자주 태워주거나 멀리 있는 곳으로 활동가는 것은 참고 절약해야 할 것 같다"며 "아직 장애고용공단 차량지원금을 1/3도 갚지 못한 상태라서 아득하다"고 말했다. 이자가 싸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빌리기는 했지만 빚은 빚이기 때문이다.

정부, 장애인 차량 LP가스 지원비 끊다

정부가 22일자로 전국의 장애인 차량 LP가스지원비를 끊었다. 수입은 늘어난 것이 없는데, 지원을 끊어버리면... 어쩌라는 것인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일부 남겨뒀던 장애 1, 2급이면서 아주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6월에 완전히 끊는다고 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없었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차를 구입하지 않거나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하면서 살아갔을 터였다. 차츰 차츰 현장수요에 따라 없는 것을 새로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선진복지국가다. 하지만 이렇게 없어지는 건 장애인차량 가스비 지원뿐만이 아니다. 정부차원의 여성장애인출산장려비도 전액 삭감됐다.

장애를 가진 불편한 몸으로 운전대를 잡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쓰는 장애인들을 격려는 못할 망정, 지원을 끊다니... 정말 벼룩의 간을 빼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제는 딸이 퇴근 때 목격한 시내를 운행하는 저상버스의 풍경을 상세히 이야기 해주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말도 못하고 손발도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뇌병변장애인이 저상버스에 올랐단다. 그러나 내릴 때가 되어서 운전기사가 작동해야 하는 저상버스 리프트판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기사는 처음에는 안간힘을 쓰고 친절히 애를 썼지만, 자주 쓰지 않는 철판리프트라서 그런지, 유독 추워서 그랬는지 하차 문은 10여 분간 계속 열려있었다고 한다. 이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간신히 리프트가 작동했지만 가로수에 걸려 또 난관에 부딪친 것.

이를 지켜보던 버스안 승객들은 앉아서 계속 "기사아저씨! 좀 잘해보세요!", "좀 빨리 해보세요!" 이렇게 계속 기사를 채근했다고. 결국 버스기사는 어쩔 줄을 몰라했고, 승객 중 한 아저씨는 "에이... 이 추운 날 집에 있지 왜 나와가지고..."라는 노골적인 혼잣말을 내뱉기도 했단다.

저상버스 탄 그 장애인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러나 정작 딸이 보기 더 딱했던 것은 자기때문에 엄동설한 추운날 버스가 10분이나 문을 연 채로 그렇게 작은 소동이 벌어지는데 어떤 말도 표현하지 못하고 손과 발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렇게 가만히 있던 장애인의 표정이었다고 한다.

"다시는 저상버스를 타지 말아야지!"
"어떻해! 어떻해!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추워서... 아유... 정말 미안해!"
"아니야 꿋꿋하게 잘 견뎌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씩씩하게 내려서 무사히 목적지까지 가야해! 이런 것을 다 각오하고 나왔어!"

딸아이는 장애인의 표정에 이런 말들이 담겨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장애인차량연료지원비를 줄이면, 그 대신 공공시설에 접근을 잘 할 수 있는 작동이 잘 되는 저상버스나 장애인단체에 리프트차량을 더 많이 지원해주어야 한다.

현재 저상버스 하나를 타도 이렇게 인격적인 모욕까지 이어지는 차별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그런데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어렵게 세상속으로 한 걸음씩 나와 자립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면 세상사람들은 까맣게 모를 뒤로 가는 정책이다.


태그:#점점 더 뒤로가는 장애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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