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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더더더… 더더더…."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음주단속을 할 때 1차 음주 감별기에서 음주 반응이 나왔을 때 2차로 음주 측정기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데, 이때 경찰관들이 운전자에게 건네는 말이다.

 

경찰청은 앞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경찰청은 전국 음주단속 장소를 현행 1000여 곳에서 5000여 곳으로, 5배 가량 확대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경찰서 교통과가 주관하는 음주단속이 있었고 지구대·파출소별로 고정된 장소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속 지점도 수시로 변경해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교통경찰, 지역경찰, 경찰기동대 등 가용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동시다발적인 일제단속도 실시할 계획이다.

 

나는 '운전 도중 음주단속을 하고 있는 곳을 지날 때 운전자와 단속중인 경찰관 간에 무슨 말이 오갈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교통 부서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첫째, 무표정의 '묵묵부답' 운전자

 

음주 단속 현장에는 '음주단속'이라는 입간판이 있다. 그리고 경찰관은 운전자에게 통상 "음주단속 중입니다"라고 하거나, "△△경찰서에서 음주 측정중입니다. 후, 하고 불어 주십시오"고 말을 한다. 그럼 운전자들은 음주 감별기에 '후'하고 불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창문을 내리고 다시 올린 후 출발할 때까지 아무런 이야기나 표정 없이 가는 운전자들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둘째, 무조건 인상 쓰는 운전자

 

사실 누구나가 빨리 가야 하는데 도로가 정체가 되고 아무리 좋은 인상을 가진 경찰관이 단속을 하더라도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는 데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인상부터 쓰고 보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 보인다(경찰관인 내 입장에서는 더욱이나 그렇지만 주변 지인들도 그런 모습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셋째, 단속과 무관하게 질문하는 운전자

 

경찰관을 자주 만날 수 없어서 일까? "사기를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황당한 질문이나, "교통위반 범칙금을 못 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등 음주단속과 무관한 질문을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럼 단속중인 경찰관은 충분한 답변을 해 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로인해 교통 정체가 더욱 심해질 뿐만 아니라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시비'거는 운전자

 

"난 술 안 마셨는데 이거 꼭 불어야 합니까?"라며 음주 감별기를 불지 않겠다는 운전자가 있는가 하면, "경찰이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라며 음주 단속에 대한 불만까지 표현하는 분들도 있다. 분명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자신은 물론 다른 운전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은 깜빡 잊은 듯하다. 경찰관들도 물론 친절해야 하지만, 운전자들도 적극 협조해서 다른 사람들의 불편을 최소화했으면 한다.

 

다섯째, '농담'하는 운전자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니지만 "애인 있으세요?"라고 묻는 운전자들도 있다. 물론 여성 운전자들이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좋은 인상을 본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사위 삼고 싶다는 분들도 있다. 그보다 심한 경우 작업(?)을 거는 운전자까지 있다. 젊은 경찰관들에게는 "애인 있어요?"라고 묻거나 "잘생기셨는데 제가 좋은 사람 하나 소개해 드릴까요?"라고 묻는 운전자들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는 상당히 당황스럽고 곤란해 할 수밖에 없다.

 

여섯째, 따듯한 말 한마디로 '격려'해 주는 운전자

 

먼저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경찰관이 된 첫해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친구들과 강원도를 놀러가는 길이었다. 늦은 저녁 서울에서 출발해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지방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한적한 곳에서 검문중인 경찰관을 만났다. 정확하게는 군복무를 하고 있는 전경이었다.

 

나는 당시 조수석에 타고 있었는데, 전경은 차량에 다가와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면허증 좀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운전을 하던 친구가 음주를 한 것도 아니고 또 신원 확실한 친구들과 놀러 가는 길이라 내가 운전자를 대신해 말을 건넸다. "대원, 저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입니다. 저희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수상해 보이나요?"라고 말을 하자 전경은 갑자기 "운전자분 잠시만 내려 주시겠습니까?"라며, 친구와 나를 경계하는 듯했다.

 

나와 운전을 하던 친구는 전경의 지시에 따라 차량에서 내렸고 그는 검문소 안까지 동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영문도 모르고 전경을 따라 검문소 안으로 들어갔다. 검문소 안에는 경찰관이 다른 업무를 보고 있었다.

 

전경인 대원은 경찰관에게 "저분이 경찰관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조회를 한번 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 황당했지만 우리가 왜 검문소 안까지 가야 했는지는 그때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고 무사히 여행지로 향할 수 있었다. 사실 나중에 생각한 일이지만 당시 내 친구들은 대부분 학생 신분이었고 또 여행을 가는 중이라 굉장히 편한 복장이었다. 나 또한 그리 경찰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뒤로는 검문에 걸리거나 음주단속 현장에서 "저, 경찰관인데요..."라는 식의 답변을 해 본적이 한번도 없다. 그럼 괜히 시간만 더 빼앗기고 의심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항상 "추운데 고생이 많으세요"라는 인사를 하거나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등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그럼 대부분의 상대방인 경찰관들도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 내마음을 더욱 가볍게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분들은 내가 경찰인지 모르고 단순한 운전자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차량에 여자 친구나 지인들이 타고 있을 때는 같이 인사를 하자고 권하고 있다. 그럼 더욱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기 때문이다.

 

"음주단속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무슨 말을 건네십니까?"라고 묻고 싶다. 내 자신이 경찰관이다보니 경찰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해도 음주단속은 일반 운전자나 보행자 더 나아가 음주운전중인 운전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급적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로 격려해 주면 어떨까? 물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경찰은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임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오간다면 더욱 신바람 나게 일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제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경찰, #박승일, #음주단속,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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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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