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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민주당 소속 이종걸(52·안양 만안)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이 경기도지사 출사표를 던진다. 심상정(50) 전 진보신당 대표에 이어 두 번째다. 두 사람 외에 김문수(58) 현 경기도지사가 재선을 노리고 있다. 오랫동안 지역 표밭을 다져온 민주당 김진표(62·수원 영통) 최고위원도 출마의 변을 다듬는 중이다. '4파전' 구도가 짜여진 셈이다.

네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가장 연장자인 김 최고위원은 서울대 법대 67학번, 김 지사는 상대 70학번, 이 위원장은 법대 76학번, 심 전 대표는 사범대 78학번이다.

김문수·심상정·이종걸, '운동권 출신' 깊은 인연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첫 일정으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첫 일정으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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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최고위원을 제외한 세 사람은 모두 '운동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인연도 '각별'하게 맞닿아 있다. 특히 '김문수-이종걸-심상정'을 모두 연결시켜 주는 꼭지점은 심 전 대표의 남편인 노동운동가 이승배(53·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씨다.

알려진대로 김 지사와 심 전 대표는 지난 80년대 노동운동의 핵심 인물이었다. 85년 구로동맹파업으로 인연을 맺게 된 두 사람은 함께 서노련을 결성하면 '평생 동지'가 됐다. 이듬해인 86년 5·3 인천시위 주동자로 군사정권에 검거된 김 지사는 보안사 송파분실에서 전기고문을 받으면서도 심 전 대표의 행방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감옥에서 풀려난 김 지사는 심 전 대표와 함께 전노협을 결성했지만, 90년 민중당 창당 때부터 다른 길을 걸었다. 정치권에 뛰어든 김 지사는 94년 신한국당(옛 민자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심 전 대표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만든 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
 이종걸 민주당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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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운동권 동지'였던 86년 심 전 대표는 김 지사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인 이씨를 만났고, 92년 결혼식을 올렸다. 말하자면 김 지사가 심 전 대표의 중매를 서 준 셈이다.

이종걸 위원장도 심 전 대표의 남편 이씨와 가까운 사이다. 그는 대학시절 야학운동에 뛰어든 이 위원장을 이끌어 준 '선배'다. 지금도 이 위원장은 심 전 대표의 남편 이씨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울 정도로 존경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또 심 전 대표가 몸 담고 있는 진보신당의 노회찬(53) 대표와도 30년 넘는 친구다. 유신 시절인 75년 서울 경기고등학교에서 같은 반이던 두 사람은 유신 반대 유인물을 직접 만들어 교실에 뿌릴 정도로 배포 있는 '고교 운동권'이었다.

고려대를 졸업한 노 대표가 노동운동으로 수배 중이던 때 이 위원장의 신혼집에 찾아온 일도 있었다고 한다. 노 대표는 한 여성 활동가를 소개하며 "잠시만 부탁하자"고 요청했고, 이 위원장은 이름도 모르는 그 활동가를 6개월 동안이나 신혼집에 숨겨준 일화도 있다.

이종걸 위원장이 후보단일화(혹은 선거연합)와 관련해 "내가 진보진영과 가장 교집합이 크다"고 자신하는 이유도 이런 인연이 밑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정통 관료' 김진표, YS시절 금융실명제 비밀 작전 주도

김 최고위원은 정통 관료 출신으로 세 사람과 출신 성분이 다르다. 하지만 '민주정부'를 자임한 DJ-노무현 시절,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등 관계 요직도 두루 거쳤다.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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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최고위원의 이력 중 눈에 띄는 점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최고 치적으로 평가되는 '금융실명제'를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93년 재무부 세제총괄심의관 시절, 그는 금융실명제팀의 특명을 받아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했다.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실무요원들은 모두 해외 장기출장 명령을 내고,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서 납치하듯 "끌고 왔다"고 한다. 이후 금융실명제팀은 두 달 동안 과천의 한 아파트에 머물면서 "정보부 첩보요원들처럼" 작업을 마쳤다. "금융실명제는 경제 및 정치권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할 정도로 김 최고위원의 자부심은 크다.

하지만 그는 금융실명제 실시 후 "미리 삼성에 정보를 흘려줬다"는 루머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결혼 전 김 최고위원의 아내가 삼성 이병철 회장의 비서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자서전을 통해 "청와대 조사 결과 이 일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그 일로 아내와 장인으로부터 서운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범야권 후보단일화, '당내 경선-기득권 포기' 난관 넘어야

이처럼 눈길을 끄는 인연과 경력을 가진 '서울대 4인방'은 내달 2일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기점으로 치열한 접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
ⓒ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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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고지는 김문수 현 지사가 먼저 차지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는 절반이 넘는 지지율(51.3%, <오마이뉴스>-더 피플)을 올린 것으로 나왔다. 그 뒤를 김진표(21.5%) 최고위원과 심상정(6.6%) 전 대표가 뒤따랐다. 출마 선언 전인 이 위원장은 조사에서 빠졌다.

범야권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김문수(47.8%) 지사와 김진표(34.4%) 최고위원의 격차는 13.4%로 줄어들었다. 야권으로선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해 볼 만한' 선거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범야권 후보단일화로 가는 길은 한참 멀다. 민주당이 가장 큰 문제다. '정세균(김진표)-정동영(이종걸)' 대리전 구도로 비춰지고 있는 당내 경선은 지방선거 이후 당권 헤게모니 쟁탈전까지 연결돼 있어 쉽지 않은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경선을 무사히 끝내더라도 더 험한 길목이 남아 있다. 김진표 최고위원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진보개혁진영은 지난해 10월 안산 상록을 재보선에서의 분열을 재현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 지지율 1위를 보이는 김 최고위원이 심 전 대표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얼마나 양보하느냐에 따라 범야권 단결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심 전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후보단일화는 민주당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태그:#경기도지사, #김문수, #김진표, #심상정,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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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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