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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8월, 고향으로 이사를 이틀 앞두고 마지막 장을 봤던 '구포시장'을 얼마 전 찾았다. 이사하고 몇 차례 부산에 갔지만, 마음은 태산 같아도 볼일을 마치면 곧바로 돌아오는 바람에 아쉬워하다 시간을 내어 들르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조금은 가슴이 설렜는데, 도망간 밥맛을 잡아준 상추장수 할머니와 콩나물 가게 아주머니, 탤런트 뺨치는 반찬가게 아가씨, 항상 웃는 얼굴이었던 김밥 아주머니 등은 하나같이 "서울로 갔다 카더니 다시 온 갑네예!"라며 반가워했다.

 

콩나물을 1천 원어치 사면서도 조금 더 담으라고 닦달하는 손님과 손바닥만 크게 벌렸지 실제는 다른 손님과 다를 게 없이 줬으면서 장사 못 해먹겠다고 호들갑 떠는 아주머니의 줄다리기 모습은 전통 재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사투리가 심해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는 게 아쉽다. 하지만, 억척 살림꾼과 30년 경력의 콩나물 장수 아주머니가 밀고 당기는 눈치싸움과 상추장수 할머니의 구성진 경상도 사투리는 무료한 생활에 원기를 북돋아주는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놀라운 재래시장 물가 상승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이었던 2008년 1월5일에 올린 제목 '이명박 당선인이 꼭 봐야 할 사진' 기사가 떠오른 것도 시장을 다시 찾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인데 2년 사이에 재래시장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조사해보고 싶어서였다.

 

 

예상대로 시장 입구에 들어서며 트럭에 쌓인 밀감 가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년 전에는 씨알이 굵은 밀감이 한 개에 1백 원이었다. 그런데 크기도 그만 못하고 신선도도 떨어지는데도 한 소쿠리에 10개 남짓 담아 2천 원씩 팔고 있기 때문이었다.

 

2년 전 기사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1년, 3년 후에도 밀감을 1천 원에 10개씩 사먹을 수 있도록 물가 관리를 한다면 진정한 경제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고 했는데 50% 가까이 오르다니 '수구언론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대통령답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었다.

 

 

밀감뿐이 아니었다. 거리에 내놓은 고구마, 시금치, 햇감자, 미나리 등도 기본이 1천 원이었던 2년 전보다 엄청나게 올랐는데, 고구마 2천 원, 햇감자도 2천 원, 미나리는 1천5백 원이었다. 그래도 양파와 수입 호박과 당근이 1천 원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었다.

 

배추와 무, 파, 나물 등 채소류도 2년 전에는 기본이 1천 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양배추 한 포기에 1천5백 원이었고, 애호박은 2천5백 원, 파프리카는 4천 원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손님이 놀라운 물가 상승을 표정으로 말해주는 듯했다.

 

반찬 종류도 오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주로 사먹었던 겉절이, 파김치, 굴 무침, 갈치조림, 멸치볶음, 콩자반, 쌈장, 젓갈 등을 2천 원어치씩 사다 먹었다. 그런데 요즘은 멸치볶음이나 콩자반 등 기본반찬 몇 가지 외에는 3천 원어치가 기본이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구포시장'을 찾아가던 23일은 가죽 장갑을 낀 손끝이 시릴 정도로 무척 추웠다. 반찬가게 골목은 지붕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천정이 뜯겨나간 것처럼 휑뎅그렁해서 쪼그리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더욱 춥게 보였다.

 

 

상인들은 매서운 칼바람을 피하려고 머리에 수건과 방한모를 쓰고 있었다. 그들은 작년 추석 지나고 공사를 시작할 때는 올 2월에 끝난다고 하더니 지방선거가 있는 6월도 넘길 것 같다면서 하나같이 불만을 털어놓았다. 

 

손수레 한 대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행상들은 구청 단속반에 신경 쓰랴, 장사하랴 정신이 없었는데 거리행상 20년이 넘었다는 아저씨는 경기가 2년 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우리가 묵고살도록만 해주믄 더는 바랄 게 없죠. 그란데 골목에서도 장사를 못하게 단속을 해대서 노이로제 걸리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2년 전 필자는 이명박 당선인은 사탕발림 같은 거창한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물가 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하고, 특히 서민들이 많이 찾는 재래시장 상인들 생활이 안정돼야 국가 경제도 살아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말 바꾸기를 밥 먹듯 해오고 있으며, 대기업과는 다방면으로 소통하면서도 서민들 목소리는 귀에 담기는커녕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조차 박탈하고 있어 미래가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서민경제는 중소기업이 살아야

 

 

재래시장 경기와 물가는 중소기업 경기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4대 강 사업'으로 이름만 바꾼 '대운하'사업과 '세종시'에서 보듯 땅투기꾼들과 대기업 퍼주기에 집중하고 있어 여간 우려되는 게 아니다. 자연훼손이요. 서민경제와는 무관한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전자부품 제조업체 사장이 종업원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종업원 보기에 미안하다며 차에 농약을 가지고 다니고, 회사문을 닫고 잠적해버리는 사장도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

 

지난해 체불 임금이 1조 3천억 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보도도 그렇다. 중소기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통계이기도 한데, 지난해 노동부에 신고된 임금 체불 총액은 1조 3천4백억 원으로 근로자는 3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작년 체불 액수는 2008년보다 무려 40%가 증가했고 근로자 수는 20%가 증가했다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여론몰이만 하고 있어 '권언유착'과 '정경유착'으로 외환위기를 불러온 개발독재를 떠오르게 한다.

 

재래시장의 한 축인 중소기업이 살아야 서민경제가 안정된다는 주장은 골백번을 외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경영난으로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기업이 크게 늘면서 체불 임금 규모가 사상 최대에 이르고 있다는 뉴스가 불길한 예감마저 들게 한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부도, 아니면 입금을 몇 달씩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실질적인 활성화 대책은 외면하고, 녹음기처럼 체불 임금 청산을 지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법과 통치만으로는 중소기업과 서민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을 몰라서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부자보다 서민들 호주머니가 두둑해져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필자의 조언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구포시장, #물가상승, #서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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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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