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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2010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종합 공청회'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조례 제정에 대한 토론자들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자료 사진).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2010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종합 공청회'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조례 제정에 대한 토론자들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자료 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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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수언론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학생들이 탈선할 것이라고 합창하듯 말한다. 학생인권조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오히려 어른들이다." (고양 화정중 김명진 학생)

"어른들이 모든 규칙을 만들고 학생들에게 그걸 따르고 지키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수원 매원고등학교 이소연)

"천부인권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침해받지 않고 존중받을 인권을 가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만 자유를 준다는 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왜 인권 보장에 전제 조건을 제시하나." (A학생)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언젠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이 질문하지 않는 것이고, 질문하는 방법 자체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부당한 현실과 상황을 맞닥뜨려도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적절한 지적이다.

하지만 이 말은 최소한 24일 오후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경기도학생인권조례 공청회' 상황에는 들어맞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중고생들만이 토론자로 나선, 학생들을 위한 공청회였다. 약 70여 명의 중고생이 청중으로 참석했다.

"천부인권을 말하면서 왜 책임이라는 조건을 다나"

일부 어른들에게 "어리고 미성숙해서 여전히 훈육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고 있는 청소년들은 이날 거침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토론자는 서성대지 않았고, 질문자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밝히는 청중 토론시간에는 16명이 앞으로 나섰다. 더 많은 학생들이 견해를 밝히고 싶어 했지만, 시간이 짧아 그 정도에서 끊어야 했다.

공청회 자리를 끝까지 지킨 심상정 전 의원이 "아이들에게 미성숙하고, 어리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이 자리에 왔다면 그런 말을 쉽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학생들이 어른을 찾아와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다가가 "의견 잘 들었다"고 악수를 청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김명진 학생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다고 해서 교권이 일방적으로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편견을 버려달라"며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명진 학생은 자신의 토론문을 당당히 읽었다.

"우리를 인격적으로 대할수록 교권도 세워질 것입니다. 평화적인 집회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권리입니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당연한 권리를 학교 규정이라는 이유로 금지하지 마십시오. 체벌은 교육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폭력은 사라져야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교사는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고양시 대양중학교 3학년 신재윤 학생은 "(학생인권조례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말은 오류다, 어떻게 인권에 시기상조라는 말이 가능한가"라며 "학생에게는 인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크나큰 오류이자 오만, 편견 그리고 자신(어른)들만의 특권을 누리려는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 올라온 두발 검사 사진. 단속에 걸린 학생들이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다(자료 사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 올라온 두발 검사 사진. 단속에 걸린 학생들이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다(자료 사진).
ⓒ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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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과 폭력은 교권이 아닙니다"

이어 신재윤 학생은 "학생인권조례는 학교라는 사회가 야만에서 인륜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 어디에도 교사가 학생을 폭행할 권리나, 폭언을 통해 그 학생의 존엄성을 훼손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또 신재윤 학생은 이런 말을 남겼다.

"학교에서 무조건 학생들을 때리고 막말을 해가면서 가르쳐야 학생들이 말을 듣는가? 아니다. 오히려 말 한마디에 쉽게 수긍하고 행동을 고치는 경우가 많다. 폭력과 폭언은 교사들의 교권이 아니다."

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초안 발표 이후 이를 비판해온 보수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남양주시 청학고 1학년 한소영 학생은 "학생인권조례에 반발하는 언론들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데, 그럼 언제까지 학생인권을 쉬쉬할 것인지 궁금하다"며 "미성숙하기 때문에 시기상조라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논리에 학생들은 진절머리가 난다"고 밝혔다.

이어 한소영 학생은 "도교육위원회와 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또 수원 매탄고 1학년 홍석진 학생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10대들도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접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학교만 오면 선생님들은 그저 우리를 어린애들 취급하고 자기 관리도 못하는 소위 '찌질이'로 바라본다"고 지적했다.

"미성숙해서 시기상조? 학생들은 진절머리가 난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곽노현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과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최선의 판관이라는 말이 생각이 났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상정 전 의원 역시 "학생인권조례는 시기상조가 아니라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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