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에 일어난 간토(関東) 조선인학살사건. 이는 근거없는 조선인 음해와 재생산되고 확산되는 유언비어로 인해 전국적으로 자경단이 조직되어 마침내 6천여 명의 재일조선인들을 학살한 사건이었다. 이러한 1923년의 조선인학살사건을 떠올리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2010년 1월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아시아하우스에 서 '간토(関東) 조선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한.일.在日시민연대'가 모임을 했다. 우선 각 지역별 활동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이날 긴급 논의 주제는 '1923년 간토조선인제노사이드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 정부가 빨리 진상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하자는 것이었다. 아울러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재특회(在特会, 재일특권을용서하지않는시민의모임)의 난동에 대한 한일 시민의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소위 '미친' 우익들의 '쇼'와 같은 행동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2009년 12월 4일, '재일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이하 재특회)'의 일본인들은 쿄토 제일초급학교를 찾아가 "조선학교가 불법으로 공원을 점거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테러에 가까운 난동을 부렸다. 재특회는 '너희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 토지는 일본이 전쟁을 하여 남자들이 없는 틈을 타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학살하여 빼앗은 것이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였다.
심지어 조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나 교원들에게 '너희들은 스파이의 자식들'이라면서, '조선학교를 확 불질러버리자'는 등 민족차별적인 발언과 공갈, 협박을 퍼부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잔뜩 겁에 질려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자 조선학교는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들은 확성기를 통해 퍼부어대는 재특회의 공갈협박을 제지하지 않았다.
재특회는 '재일외국인에 지방선거 참정권 부여'의 문제를 극렬하게 반대하며 외국인들에게 지방선거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주는 것은 테러이다. 테러에는 테러로 대항한다'며 전국에 지부를 만들어 자신의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재일외국인 특히 재일코리안에 대한 민족차별행위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재특회의 난동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2009년 12월 14일에도 재일조선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쿄토 우토로 마을로 가서 '재일조선인들은 당장 나와라', '너희들은 (일본의 토지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 '일본을 바보로 아는 재일조선인들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자위대 여러분! 여기를 빨리 습격해 주십시오'라고 공갈협박하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이에 관동대진재 조선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한∙일∙재일 시민연대(이하 '1923시민연대')는 이 상황을 '1923년에 일어났던 간토 조선인 제노사이드의 진행형'으로 보고 일본사회가 각별히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아울러 일본정부의 단호하고 조속한 행정집행을 요구하기로 하였다.
1923년 9월에 일어난 간토(関東) 조선인학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본정부는 서둘러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사건의 책임소재를 밝혀내지 못하도록 하였다. 간토 조선인학살의 경험과 사건은폐는 중국 난징에서도 이어졌다. 이곳에서도 약 30만 명이 학살당한 것. 두 사건 모두 민족주의가 학살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동원된 최악의 범죄행위이다.
'1923시민연대'는 불순한 의도로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벌이는 테러에 가까운 재특회의 난동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재특회의 이러한 난동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서로 공존하는, 평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아시아 민중들의 희망을 훼손시키는 구시대적이고 반평화적인 작태다.
일본정부는 이미 1994년 아동권리조약을 비준하여 민족과 인종을 차별하지 않으며 모든 아동의 인격이나 기본권을 존중할 것을 국제적으로 천명하였다. 이것은 책임있는 국가적 약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한 교육조성금지원에 대한 차별, 우익들의 테러행위, 그리고 이번 재특회의 난동에 대하여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 공갈과 협박없는 평화로운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는 국가의 이익보다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권리를 국가가 지켜갈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은 시민들의 당연한 의무이다.
따라서 일본정부가 진실로 아시아의 이웃국가들을 공동체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대아시아정책을 실현시켜가려 한다면, 하토야마 총리는 즉각 재특회의 난동을 중단시키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다양한 문화를 상호존중하며 살아가는 선진적인 일본시민사회가 될 것이며, 그리고 하토야마 총리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이 진정 이웃국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종수기자는 1923년 간토(関東) 조선인학살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한.일.재일 시민연대의 한국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글은 2010년 1월 23일(토) 도쿄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한 후에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