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만 오르면 뭐 합니까, 서비스는 늘 제자리인걸요."
서민들의 '발'인 시내버스 요금이 올랐다. 천안만 오른 것은 아니다. 충남의 16개 시·군이 2월부터 다 오른다. 2007년 14.1% 인상 이후 3년만의 인상. 이번에는 평균 9% 인상됐다. 요금 인상은 지난 12일 충청남도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인상 요금은 2월부터 적용된다. 다음달부터 성인은 일반 시내버스 승차시 1천2백 원을 지불해야 한다. 지금보다 100원이 많다. 좌석버스는 1천500원에서 1천650원으로 10% 더 내야 한다. 교통카드 사용자는 50원을 할인 받는다. 어린이는 성인 인상 요금의 50%, 청소년은 20%를 감면 받는다. 현금 탑승시 어린이는 600원, 청소년은 960원을 준비해야 한다.
작년 5월 택시기본요금이 30% 가까이 오른 뒤 시내버스 요금마저 연초부터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울상'이다. 어쩔 수 없이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면 인상요금을 감수하더라도 제 값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3불' 떠 올리는 천안시 시내버스
지난 19일 시내버스를 타고 야우리 백화점에서 쌍용동 롯데마트까지 이동한 이우선씨. 급출발, 급정지에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신호를 무시하고 운행하는 시내버스 운전사를 보며 가슴이 여러 차례 철렁했다. 버스에 비치된 불편함 신고엽서를 사용할까 쳐다 보니 갖고 가지 못하도록 밀봉돼 있었다.
지난 20일 천안시 인터넷 신문고 게시판에 남긴 글에서 이우선씨는 천안 시내버스를 떠 올리면 "불친절, 불편함, 불법, 세 글자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눈까지 내린 지난 5일. 신방동에 살고 있는 최재영씨는 오지 않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엄동설한에 30여 분간 오들오들 떨었다. 최씨는 버스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나갔지만 그날 시내버스는 아무런 예고나 안내 없이 결행했다.
불친절하고 제때 오지 않거나 불쑥 결행까지 감행하는 시내버스마저 없어 불편 겪는 시민들도 있다.
청수택지개발지구내 신축돼 2009년 11월 26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청수동 주공(현 LH공사) 휴먼시아 버들마을. 이곳의 주민인 신명식씨는 시내버스 탑승을 위해선 아파트 단지와 떨어진 청수초등학교 앞까지 걸어가야 한다. 사고로 한쪽 다리에 장애까지 갖고 있는 그에게는 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정류장이다.
아파트 단지 앞에 시내버스 정류장 신설을 염원하지만 시내버스 증차와 노선개편이 선행되지 않는 한 당분간 어렵다는 답변만 천안시에서 받았다.
요금 인상, 운수회사와 종사자도 불만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천안시가 실시한 '제1회 천안시 사회조사'에서도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그대로 반영됐다. 천안에 살고 있는 1천200가구의 만 15세 이상 가구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시민들은 시내.시외버스 이용의 첫 번째 불만족으로 '운행시간, 배차간격'(46.3%)을 꼽았다. '운전기사의 불친절'과 '비싼 요금'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각각 18.4%, 11.3%를 보였다.
시민들이 시내버스에 대해 갖는 불만은 단지 요금에 합당한 서비스를 누리지 못한다는 정도가 아니다. 시민들의 권리는 1회 탑승에 필요한 요금 1천200원 '이상'이다.
천안시는 벽지노선 손실보상, 비수익노선 손실보상, 대폐차 구입지원, 무료환승 손실보상 등의 명목으로 2007년 한해동안만 3개 시내버스 회사에 61억 원을 지원했다. 2008년은 지원액이 더욱 증가해 9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도 10월 말까지 63억3200만 원을 시내버스 운수회사에 각종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시내버스 운행에 한해 수십억 원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민들의 불만이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요금인상의 불만은 시내버스 운수 사업자나 종사자들도 갖고 있다. 9.8%로 귀결되기는 했지만 애당초 충남버스운송조합은 시내버스 요금 인상율로 34%를 제시했다.
천안의 A시내버스 관계자는 "시민들은 시내버스 요금 인상을 불평하겠지만 불만이 있기는 운수회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의 물가와 유류값, 인건비 상승 등을 따져볼 때 9.8% 인상은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보성여객 노동조합 조정근 위원장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조 위원장은 시내버스 요금이 오른다고 운수 종사자들의 임금도 덩달아 오르는 것은 아니라며 "운행시간을 맞추느라 식사도 거르는 등 시내버스 운수 종사자들의 근로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시장님도 시내버스 타시죠?" 시내버스 증차, 노선 개편 등 서비스 개선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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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수요보다 부족한 시내버스 차량 숫자도 한몫하고 있다.
1월 현재 천안의 시내버스는 총 3백30대. 천안시는 수요에 비해 시내버스가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시 대중교통팀의 이명창씨는 "천안은 신방통정지구나 청수지구처럼 몇 년 새 시세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시내버스 노선 신설의 요구도 많아졌지만 현재의 시내버스 규모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천안시도 매년 시내버스 증차를 추진한다.
올해도 12억 원을 들여 저상버스 3대를 포함해 시내버스 15대를 증차한다는 계획. 당초 하반기 증차를 구상했지만 시내버스 요금 인상 등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을 예상해 증차를 상반기로 앞당겨 추진중이다. 증차 시점에 맞춰 각 읍.면.동 의견을 수렴하고 시내버스 공동관리위원회와 협의해 시내버스 운행 시간대와 지역을 손질하는 노선 재조정도 진행한다.
증차와 노선 조정이 대시민 만족도를 높이는 하드웨어라면 서비스 질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도 간과할 수 없다.
천안시는 시민들의 신고 및 자체 지도단속으로 시내버스의 불친절과 결행, 정류장 미정차 등이 확인될 경우 과태료나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고 있다. 2007년에 105건, 539만 원을 처분했다. 2008년은 181건, 1170만 원을 처분했다. 2009년은 286건, 3035만 원으로 2007년에 비해 행정처분 건수와 금액이 배 이상 대폭 늘었다.
행정처분을 비웃듯 매년 적발되는 시내버스의 위법행위는 오히려 증가하자 시는 더욱 강한 채찍을 꺼내 들었다. 올해부터는 운수회사가 불친절과 운행질서 미준수로 행정처분을 당하면 건수에 따라 천안시의 재정지원금이 차등 지급된다. 시내버스 증차 시에도 불이익이 주어진다.
이렇게 되면, 요금인상에도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수그러들까?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천안시의회 노동곤 의원은 작년 4월 시정질문에서 시내버스 서비스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이색 제안을 내 놓았다.
"한달에 한 두 번이라도 출퇴근 시간에 시장님과 부시장님, 천안시의원님, 각 국장, 소장님, 과장님들도 이제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줄 것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에너지 절약에 도움되고 천안시 대중교통은 한층 더 발전 될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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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5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