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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날씨 속에 서울과 경기지역의 중소상인들 3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자신의 생업을 놔둔 채, 청사 앞으로 모인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맹점 SSM(기업형슈퍼마켓) 허용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이하 중소네트워크)를 비롯해, 상업조정신청지역전국연석회의,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이 주최한 이날 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그동안 정부에서 기업형슈퍼마켓의 직영점 뿐 아니라 가맹점 형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규제해 달라고 주장했다.

재벌들이 동네 슈퍼까지 밀고 들어오다니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등 중소상인단체들이 25일 1시 30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가맹점 SSM'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등 중소상인단체들이 25일 1시 30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가맹점 SSM'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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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네트워크의 안진걸 활동가는 "이미 엄청난 돈을 버는 재벌들이 동네 슈퍼까지 밀고 들어오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의 사업조정제도 때문에 임시휴업하며 주춤하던 SSM이 가맹점 등 '변종SSM' 형태로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맹점 SSM이 사업조정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수익의 일부를 나누는 '바지사장'격인 1명만 살고 수백 명의 중소상인들이 죽는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종소기업청은 사업조정대상에 직영점 형태의 SSM만 포함시켰고 가맹점 형태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박은호 대표는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면서 "제발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만약 가맹점형태의 SSM이 정부의 사업조정 대상이 되면 '사업조정심의위원회'를 거쳐 일정기간 사업 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사업축소를 권고 받는다.

이와 함께 중소상인단체는 이날 회견문에서 "SSM 가맹점은 기존의 직영점과 영업시간, 영업품목, 매장규모, 출점지역이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모든 형태의 가맹점을 사업조정대상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존 상권 지역에서 가맹점 방식으로 사업조정을 피하려는 편법출점을 규제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네트워크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박완기 경제실천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중소기업청이) 만약에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중소상인들을 배반하고 오히려 대기업들의 편을 들어주게 된다"며 "사업조정제도는 무력화되고, 중소상인과 대기업만의 극단적인 대립만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빵꾸똥꾸' 같은 SSM, 중소상인들 "웃을 수 없다"

김정중 수원 호매실지구 비상대책위원장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김정중 수원 호매실지구 비상대책위원장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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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중 수원 호매실지구 비상대책위원장도 "수원의 호매실지구가 삼성 홈플러스의 가맹점 2호점으로 내정되었고, 공사를 강행한다"면서 "상가 영세상인들이 상권을 헌납하겠으니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10원 보상도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는 협상을 원한다. 공생을 원한다. 함께 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26일 중소기업청의 유권해석이 불리하게 내려지면 어쩔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제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며 "내 몸을 불사를 각오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막바지에 안진걸 활동가는 "SSM은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빵꾸똥꾸' 같은 것"이라며 "우스갯소리지만 웃을 수도 없는 처지"라며 절박하고 무력한 심정을 드러냈다. 중소기업단체들은 구호를 외치고 회견을 끝내며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정당한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결의를 다졌다.

덧붙이는 글 | 허진무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SSM, #중소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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