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하면 뭐가 떠오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선두에 돌하르방이 있음을 부정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장이라도 바깥에 나가 걸어보면 곳곳에서 '나 여기 있수다!' 하고 나타나는 돌하르방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닭이 먼저일지, 달걀이 먼저일지'처럼 애매한 일이지만, 그만큼 관광객들이 선호하기도 하고, 지역에서 돌하르방을 제주도 상징물로 알리는 데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보이는 모조(?) 돌하르방은 원조(?) 돌하르방에 가깝다. 이는 원조 돌하르방이 지닌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 덕분인데, '둥글고 튀어나온 눈, 뭉툭한 콧망울을 지닌 코, 길고 큰 귀, 벙거지(전모)형식의 모자, 양쪽이 위아래로 교차하여 놓인 팔, 표현이 생략된 하체' 따위가 그것이다.
모조는 많은데 원조는 어디에...또한 구멍이 송송 난 현무암이 지닌 독특한 질감 또한 다른 지역과 견주기 좋은 돌하르방의 특징적 요소이다.(위에 든 요소 중 몇 가지는 대정, 성읍 지역에서는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1차적 모방 단계에 그치는 모조 돌하르방은 주로 도로의 다리, 상가, 관공서, 호텔을 막론한 건물 입구 따위에 쌍으로 자리하여 사람들 시선을 끌곤 한다.
더 나아간 단계로 이른바 '캐릭터화'한 돌하르방도 등장한다. 원조 돌하르방이 지닌 여러 특징 가운데 몇몇 특징만을 돋보이게 하거나, 없는 요소를 덧붙여 또다른 성격을 보여주는 모조 돌하르방이 그것이다. 토산품이나 관광상품, 축제·체육대회 같은 행사에 중요한 시각물로 이용된다.
그런데 원조 돌하르방은 안타깝게도 쉬이 찾아볼 수 없다. 읍성이 있고, 성문이 있어서, 그 앞에서 우뚝 지켜서는 문지기 역할을 하던 이 석상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제주시의 경우이다.
하지만 읍성이 사라지고, 성문이 사라졌으니 그 직업도 사라져 실업자 신세라고 말한다면 돌하르방이 섭섭해 할 노릇이다. 제주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들에 터를 잡아 그곳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오늘날에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혹 근무 태만이나 무단 결근을 일삼고 있지나 않은지, 애로 사항이 있기라도 한 건지 실태 점검을 해 보았다.
아래에 그 사진이 있다. 결론은 돌하르방들은 '더욱 열악해진 근무조건'에도, 예상대로 여전히 근무에 충실하다는 것. '열악한 근무조건'에 해당하는 사항은 하나둘이 아니지만, 굵직한 문제들만 간단히 적어본다.
1.관덕정 뒷뜰 돌하르방 : 흙에 너무 깊이 파묻혀 있어 손 일부와 밑부분이 안 보인다.
2. 자연사박물관 입구 돌하르방: 가로등, 은행의 자동화기기설치물, 안내표석 따위의 주변 시설물이 너무 가까이 설치되어 시각, 공간적으로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
3. 삼성혈 입구 돌하르방: 원조 돌하르방 가운데 가장 큰 것인데, 이에 버금가는 표석이 뒤에 세워져 시야가 답답해졌다. 바닥도 정비하면서 받침돌에 변화가 생겼다.
4. 삼성혈 건시문 입구 돌하르방: 계단이 만들어지면서 받침돌이 맞닿았으며 전체 외관을 볼 수 없게 되었다.
5. 공항 입구 돌하르방: 시설물이 가까이 놓여 있고, 받침돌과 몸체를 붙이기 위해 덧바른 흔적이 흉해보인다. 또한 도로 우측 인도에 있는 돌하르방(아래 사진 기준)은 받침돌이 앞과 뒤가 뒤바뀐 채로 몸체와 부착되어 있다.
6. KBS제주방송국 돌하르방: 관상용으로 심어놓은 식물이 무성히 자라나서 오른팔과 몸체 아랫부분을 가리고 있다.
7. 시청 입구 돌하르방 : 바로 앞이 주차장이라 차량에 의한 충돌 파손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 또한 바닥과 받침돌을 붙여버렸다.
원래 제주읍성을 지키던 돌하르방은 성문마다 4기씩 마주보는 형태로 8기가 놓여 있었다고 추정한다. 그런데도 건물 입구에 2기만을 놓은 이 방식은 오늘날 여러 곳에 등장하는 모조 돌하르방에게 영향을 준 듯하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돌하르방의 지위에 걸맞는 대우를 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남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읍성을 복원하고 문화재인 돌하르방을 원래대로 성문 앞에 놓는 것이다. 그와 함께 다른 문화재들에게 적용하는 접근방지책을 설치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상당한 시간과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데다 실현될는지도 미지수이므로, 3개 성문이라도 먼저 복원하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복원 이후로 미루어서도 안될 것이다.
차량이 드나들어 위험을 안고 있는 경우에는 보호하는 장치를 하고, 시각공간적으로 방해, 위협이 되는 요소를 지닌 경우는 그 시설물을 더 먼 쪽으로 옮기며, 석상과 받침돌에 무성의하게 덧발라놓은 것들을 제거하고 난 뒤 제대로 보수하여 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받침돌과 바닥을 시멘트로 고정하여 놓은 것도 분리하여 놓고, 되도록이면 충격과 파손을 완화할 수 있는 소재로 바닥을 깔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가슴속에서 자꾸만 맴돌던 말을 글로나마 뱉어본다.
"지못미, 돌하르방!"
제주도 돌하르방 현황 |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징물 가운데 하나인 돌하르방은 48기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읍성 세 성문 앞에 8기(3*8=24기), 성읍과 대정 지역 세 성문 앞에 각각 4기(2*3*4=24기)씩 해서 48기가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금 성읍과 대정엔 각각 12기씩 남아있으나 제주시에는 21기만 남아 있다. 나머지 3기 가운데 2기는 서울 국립 민속박물관 뜰에 서 있고, 1기는 사라지고 없다.
성읍 지역의 돌하르방은 성을 복원한 덕에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나, 대정과 제주시의 경우는 곳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제주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관덕정(4기),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입구(2기), 삼성혈 입구(4기), 공항입구(2기), 제주시청(2기), 제주대학교(4기), KBS제주방송국(2기), 목석원(1기) 등 모두 8곳에 흩어져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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