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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 땀이 흐르고, 가슴이 답답해져요. 정말 그걸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그는 금세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서울 성북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신아무개씨(51).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난 25일 신씨는 "어찌 보면 '살아 있는 게 운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신씨는 두 달째 자신의 차량 인도를 거부한 채, 외국 유명 수입자동차 회사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국토해양부 뿐만 아니라 한국소비자원 등 관련 정부기관을 찾아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신씨는 "차량 결함도 큰 문제이지만, 더 큰 상처는 수입차 업체 쪽의 '나 몰라라'식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었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볼보자동차의 럭셔리 세단인 S80.
볼보자동차의 럭셔리 세단인 S80. ⓒ 볼보코리아자동차

"내 돈 주고 산 차를 왜 목숨 걸고 타야 하나?"

도대체 신씨에게 지난 두 달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신씨는 작년 11월 13일 볼보 S80 D5 차량(2010년식 디젤엔진)을 넘겨받았다. 안전성에서는 세계 어느 자동차 브랜드보다 뛰어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신씨의 S80급 차량은 볼보자동차에서도 프리미엄급으로, 가격만 5480만 원이다.

하지만 신씨가 차량을 넘겨받은 지 1주일여 만에 일부 기기 작동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신씨는 "내비게이션 인식과 주유경고등에서 오작동이 일어났고, 주차 시 이상 징후를 알려주는 센서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차량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25일까지 정비사업소에서 종합 점검을 받아야 했다.

당시 볼보자동차코리아 쪽에선 점검 결과, 차량 자체에 이상은 없었으며 신씨가 일부 기기의 작동 방법에 익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28일 토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를 달리던 때였다. 신씨는 "시속 130킬로미터로 1차선(추월선)을 달리는데 갑자기 차의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이어 계기판에 경고표시가 나타나면서 시동이 꺼졌다"고 회고했다.

너무 놀란 신씨는 핸들을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돌렸지만, 핸들은 곧장 자동적으로 잠김상태가 되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브레이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결국 (해당 차량이) 수십여 미터 이상 그 상태로 움직였고, 1차선을 지나 2, 3차선을 거쳐서 갓길에 가까스로 멈춰섰다"고 말했다.

신씨는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이 사고 당시 뒤를 따라오던 차량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추돌사고 등을 피할 수 있었던 점"이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차량 견인하는 데만 4시간...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어 분통"

신씨는 이후 곧장 차에서 내려 고속도로 경찰과 볼보자동차코리아 쪽에 연락을 취했다. 그는 "볼보 쪽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견인 등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견인차량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2시간이 지난 후였다"고 말했다. 신씨는 "처음 도착한 견인차가 차량 견인에 실패한 후에 또 다른 (견인) 차량을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결국 우리 부부는 고속도로 가드레일 밖에서 4시간이 넘도록 추위에 떨어야 했다"면서 "어떻게 유명 수입자동차 회사에서 이처럼 긴급 상황 시 고객에 대한 대응이 미숙하고 안일하게 하는지 너무나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이에 볼보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당초 주말 근무 시간이 지났음에도 고객의 상황을 접수하고 나름대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견인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로 올라온 신씨는 회사쪽과 이번 사고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불신감만 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객이 최고급 차량을 받은 지 2주일 만에 고속주행에서 시동이 꺼지는 중대사고를 당했는데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자동차회사에서는 정작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행거리가 500킬로미터 정도 된 차량에 대해 이미 회사 쪽에서 종합 점검까지 했고, (점검 후) 3일 만에 다시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중대 결함까지 나왔는데도 '고쳐주면 될 것 아니냐'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일부 부품 교환"... 국토부, 제작 결함 가능성 조사 검토 중

이에 볼보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고객의 주행 중 엔진 시동이 꺼진 것은 전자제어장치(Electronic Control Module)의 통신 장애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해당 장치를 교환하고 관련 배선도 점검하는 등 수리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씨는 "해당 S80 디젤차량의 경우 이미 과거에도 차량부품에 문제가 있어 리콜이 있었다"면서 "(내 차의 경우) 종합 점검을 받은 이후에도 시동이 꺼지는 중대 결함이 나왔는데, 어떻게 마음 편히 차를 탈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현재 회사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차량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볼보자동차코리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 나오는 차량은 전자장치가 많은 거대한 컴퓨터와 비슷하다"면서 "우리가 쓰는 컴퓨터도 한번쯤은 다운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해당 업체가 컴퓨터를 교환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회사 쪽에선 한 달 이내에 중대 결함이 2회 이상 반복해서 발생해야 교환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들어, 신씨의 차량 교환 요구를 거부한 상태다. 회사 쪽 관계자는 "차량 교환은 어렵지만, 애프터서비스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의 다른 보상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한국소비자원에는 신씨와 같은 차종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고가 이미 3건 이상 접수돼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에서는 최근 외국산 디젤차량의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제작 결함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시동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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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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