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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개정이후 법의 유권해석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특별단체교섭을 체결하여 노조전임자 수의 감소를 최소한으로 해보겠다는 금속노조의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노동부와 국회는 올 1월 1일 이후 체결된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게다가 노조전임자의 노조활동 시간을 다룰 근로시간 면제 심의위원회에 노동계 대표로 양대노총 뿐만 아니라 무소속 노조들의 대표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황당한 입장을 펴고 있다. 실체가 존재하지도 않은 뉴라이트 노총의 대표성까지 정부가 나서서 챙겨주는 편파적 행태는 물론 처음부터 예상되었기에 사실 그리 충격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금속노조가 변화된 지형에서 어떠한 전략으로 조직발전을 이룰 것인가라는 점이다.

산별노조, 왜 만들었나?

산별노조란 노조운동진영이 기업별 노조시절 가졌던 투쟁의 고립분산성, 교섭의제의 협소성과 이기성, 노동자 계급의 기업별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제 아무리 조합원이 많다고 자랑하는 대기업 노조라도 정부정책의 변화를 강제할 만한 힘이 없는 현실을 노동자들이 자각하면서 산별노조라는 조직으로 모여든 것이다. 물론 산별조직화의 이면에는 대기업 이기주의라는 비난 앞에서 움츠려 들기만 했던 경험,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담을 그릇이 없었던 경험, 기업 내 교섭마저 지지부진하여 산별교섭으로 바꾸어야 했던 현실적인 경험들이 있었다.

지난 13일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0년 노동정세와 노동운방향 토론회'에서 박유기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0년 노동정세와 노동운방향 토론회'에서 박유기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금속노동자> 신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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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동법 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듯이 노동자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자본은 한 술 더 떠 산별노조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은 듯이 무시하고 있다. 노조조직이 지닌 기본권인 교섭권을 기업별 노조에게만 인정하고 산별교섭권을 사실상 봉쇄하는 법을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별노조가 교섭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에서 항의는커녕 분노도 제대로 표출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는 고사하고 현장에선 기업과의 교섭을 통하여 전임자 수를 지금처럼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쏠린 듯 보이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산별노조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또 다른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리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산별노조를 만들었는지를 한번 되짚어보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도 길은 찾을 수 있다.

산별조직화는 하나의 응답

정부와 자본이 산별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실 새삼스럽지가 않다. 작년까지 대기업 경영진이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내세운 궁색한 변명은 격에 맞지 않다거나 교섭의제가 자신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이런 변명을 하게 된 것도 단위 노조가 산별노조로 조직이 전환된 때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산별노조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즉, 정부와 자본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산별노조가 스스로 조직화 사업을 하면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금속노조는 특별한 조직화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고작해야 조직전환결의를 통해 미전환 노조를 가입시키거나 자생적으로 조직된 신규노조를 산별노조에 가입시키는 방법에 의존하였다. 말 그대로 사방에 널려있는 조직을 주워 담는 수준의 조직화에 만족하여 왔다. 하지만 정부와 자본이 노조활동에 장애를 가져올 환경을 만드는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자신의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이다.

지난 2006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최초고용계약법 반대투쟁을 주도했던 학생들.
 지난 2006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최초고용계약법 반대투쟁을 주도했던 학생들.
ⓒ 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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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다워지려면 조합원 개별가입방식을 이제는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별가입 조합원들의 증가로 인해 법률서비스, 투쟁지원과 같은 사업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은 많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금속산업 전체 노동자계급의 대표성을 주장하려면 이런 비용지불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게다가 청소년 비정규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고용된 아르바이트와 같은 부업형태에서는 교섭의 의미보다 사회적 규탄과 공론형성이 더욱 시급한 실정이다. 금속노조 입장에서 보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은 교섭부담을 덜면서도, 예비노동자들에 대한 사전조직화의 의미와 함께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가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학생회 선거에도 학생노조원들이 하나의 조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의 사례일 수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산별노조를 방해하는 세력에게 타격을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의 기대와 달리 조직이 성장하는 현실로 화답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닌 그들의 변화는 그들이 품었던 희망과 기대를 무참히 깨뜨리면 된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종래 /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금속노동자 ilabor.org>는 금속노조가 만드는 인터넷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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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산별노조,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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