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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새들에게 집을 지어줄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토목 회사 사장 유태영(47,두영산업개발(주)) 씨는 건설 현장에서 쓰다가 남은 자투리 나무들을 모아 지금까지 수원 , 서울, 안양에 새 집 약 300개를 지어 줬다. 전화했다. 시원스런 음성이 전화기 너머에서 들린다.

"하하 몇 개 되지도 않는데 쑥스럽습니다. 이거 참 한 만개는 지어놓고 생색을 내야 하는데......!"
"한번 뵐 수 있을까요?"
"그럽시다"

1월 26일 오후 유태영씨를 만났다. 인사도 나누는 둥 마는 둥, 다짜고짜 어떤 계기로 새들에게 집을 지어줄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나무위에 새집 걸쳐 있는 사진보고 마음이 푸근

새집, 왼쪽-유태영 사장
 새집, 왼쪽-유태영 사장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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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집이 있으면 겨울에 춥지 않고 따뜻할 것  같아서...하하...어느 잡지에서 우연히 봤어요. 독일 어느 공원인데 나무위에 새집을 지어 놓았어요. 그 사진을 보니 마음이 갑자기 푸근해 지더라구요. 그 집 안에 새들도 있을 것 같고. 우리도 그런 새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무 위에 걸쳐 있는 새집을 보고 마음이 푸근해 졌다는 말을 듣고 하마터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180cm가 넘어 보이는 큰 키에 우람한 체격, 험한 상황에서 만나면 같은 남자라도 주눅이 들것 같은 터프한 얼굴과 걸쭉한 목소리, 그의 모습 어디를 살펴봐도 섬세한 구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가 깊어지면서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같이 살아야 하니까요. 새들도 물고기도 모두 살려고 나온 생명이잖아요. 사실 인간 때문에 피해 많이 봤잖아요. 이젠 인간들이 나눠 줘야지요. 저는 집에 쥐가 들어와도 죽이지는 않아요. 먹이를 던져주면서 유인해서 내 쫒아요. 우리 집에 들어온 게 죽을 만큼 잘못 한건 아니잖아요"

이 말을 듣고 그가 새 들에게 집을 지어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 때문이었다. 투박한 인상 너머에 있는 정이 새들에게 집을 지어 주게 했던 것이다. 그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 하는데 신경 써야 합니다. 인간 만들어 놓은 문명 때문에 사라진 생물들을 되살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죄를 짓는 겁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한 인디언 추장이 한 말인데 '어떻게 땅을 사고 팔 수 있느냐' 고 했어요. 후손들에게 땅 을 빌려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소유하려고 하느냐는 말이죠. 이게 진리라고 생각 합니다. 소유 했다고 생각 하니까 마구 쓰는 거죠. 빌려 쓰다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슬 수 없죠. 소유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무 위에 새 집을 지어 놓는 이유도 소유하지 않고 새를 키우기 위한 방편 이다. 새 집을 지어서 나무 위에 올려놓으면 새가 올 것이다. 그러면 날아온 새를 보며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새를 키우는 이유가 즐거움을 느끼기 위함이라면 굳이 철창 안에 가둬 놓을 필요가 없다고 유태영씨는 강조한다.

그는 이렇게 소유하지 않고 집 밖에서 새를 키우기 위해 새 먹이도 주고 있다. 새 집을 지어서 나무 위에 올려놓은 후 매조(새먹이) 를 한 움큼 씩 넣어 준다.

새 집을 하나 만들려면 약2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유태영 사장이 처음 새 집을 만들 때 는 사업이 아주 어려울 때 였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 눈초리가 곱지만은 않았다고.

"그 돈 있으면 차라리 술이나 한잔 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사업도 힘든데 뭣 땜에 그런데 돈 쓰냐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근데, 한 개 만들어서 달 때마다 가슴이 뿌듯한 거예요. 사실, 그 뿌듯함으로 힘든 시기 견뎌 내기도 했지요"

유태영 사장은 쑥스러움을 많이 탄다. 대화 중, 새 집 몇 개 만들어준 것도 이야기 거리가 됩니까? 라고 몇 번을 캐물었다. 그 때 마다 이야기 거리가 된다고, 이 얘기가 널리 퍼지면 세상이 아름다워 질 거라고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는 나누고 싶어 한다. 인간들끼리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과 나누고 싶어한다.  한 차원 업그레드 된 나눔인 것이다. 아파트 숲을 이루고 있는 도시도 본래는 새들이 날아다니던 푸른 숲이었다. 그는 그 푸른 숲을 인간들이 빼앗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새들에게 다시 돌려주려 하는 것이다. 새 집을 지어서라도.

유태영 사장은 새 집 1만개를 만들어서 도심에 있는 공원이나 학교 아파트 부근에 설치하려한다. 또 도심을 가로 지르는 냇가에 미꾸라지를 방생 하려는 계획을 세우려 하고 있다. 혼자 그 일 다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힘도 들 텐데? 라고 묻자 그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하하 돈 벌어서 해야지요. 사실 이렇게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이야기 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저 혼자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 들것 같아요. 제 얘기를 듣고 누군가 자극 받아서 함께 해 주길 바라는 거죠. 어렵지 않잖아요. 각자 새 집 하나씩 만든 다음 아들이나 딸 이름 써서 집 근처 나무에 올려놓는 겁니다. 멋진 일 아닌가요? 가끔 모이도 주고요. 애들한테 좋은 추억도 될 테고...이런 게 산교육 아닌가요?"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유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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