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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깊은 맛은 뼈에 붙은 고기와 기름 속에서 파낸 고기다."

 

신지식인이자 한우명장으로 추앙받고 있는 김상준 행복하누 대표에게서 들은 말이다. 그 말이 진리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고기 역시 갈비(뼈)와 등심(기름)이다. 김상준 명장의 말과 통하는 대목이다. 이는 곧 고기의 참맛은 씹는 맛과 풍부한 육즙에 있다는 말과도 같다. 빵에 올리브유나 버터를 발라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 육즙 없는 고기는 영혼이 없는 인간처럼 무미건조하다. 또, 식감 없는 고기는 기가 빠진 인간처럼 맥아리 없는 맛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근 고기의 참맛을 경험한 곳으로 고양시 화정동에 소재한 수림원을 소개한다. 한우인증점을 달고 있는 곳이니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믿고 먹을 수 없는 곳도 많다는 얘기다. 실제, 수입육을 한우라 속여 파는 업소들이 심심찮게 발각되잖은가. 따라서 한우의 맛은 신뢰감으로부터 시작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한우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모든 음식의 맛은 신뢰로부터 출발한다. 단골집이나 어머니의 음식에는 신뢰가 들어있기에 맛있게 먹을 수 있듯 말이다. 내부는 고깃집이라기보다 한국미를 살린 전통 레스토랑적인 느낌이 풍긴다.

 

이곳에서 한우한마리(600g 4인기준 11만원)를 주문하자 등심, 꽃갈비살, 차돌박이, 안창살이 나온다. 때깔 한번 지대로다. 고기에 앞서 나온 찬들은 하나같이 장난스런 음식들이 아니라서 좋다. 특히 홈메이드풍 모둠장아찌가 인상적이다. 음식의 간 역시 어른의 미각에 맞추어져 개인적으론 흡족하게 여겼다.

 

차돌박이는 나오는 양이 한정되어 있기에 언저리부위가 나오는 곳도 많다. 이 집은 단단한 심이 제대로 박혀 있어 고소한 지방과 씹는 질감의 묘미가 아주 그만이다.

 

안창살은 소한마리에서 1.5kg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 부위다. 주로 구이용으로 소비되며 지방이 거의 없기에 불에 오래두면 질겨지고 풍미도 반감된다. 되도록 살짝 구워 먹는 게 요령이다.

 

등심은 최대 여덟가지로 소분할되기도 한다. 통 털어 등심이라고 하지만 각각의 부위마다 맛과 질감이 다르다. 개인적으론 지방이 넘치도록 충만한 꽃등심보다는 식감까지 느낄 수 있는 윗등심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집의 등심을 맛본 바, 여느 한우에서 느껴지지 않는 향이 난다. 그 향은 고기를 삶아 하루이틀 숙성시킨 향과도 밀접하다는 느낌이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이 집의 고기는 '행주한우' 브랜드육이다. 행주한우 고유의 풍미일수도 있겠다.

 

살치살인가 했더니만 갈비꽃살이다. 살치살의 구수한 풍미에 쫄깃한 식감까지 겸비한 부위다. 개인적으로 이날 가장 맛있게 먹었던 부위다. 식사는 김치말이국수를 선택했다. 대놓고 시고 달지 않는 끈기가 느껴져 나름 공력이 있는 편이다.

 

지인이 선택한 우거지갈비탕에서는 과거와 향토적인 풍미가 향수를 자극한다. 옛맛이 그리운 어르신들이 좋아할만 하겠다.

 

고기는 일단 푸짐하게 차려놓고 배불리 먹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최근 나의 인식은 고기에도 미식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음미. 고기 한 점을 먹더라도 제대로 된 고기를 입에 대자는 주의다. 그 날 수림원에서 먹었던 고기처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우, #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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