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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과 동무가 된 건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지 싶다.

그 전에는 연탄이 아니라 삭정이와 장작 따위를

산에서 주어다 아궁이에 때서 겨울철 난방을 했다.

 

그러한 땔감은 겨울이 닥치기 전에 서둘러 비축을 하여야만 했다.

그렇지 아니 하면 급습한 동장군의 위세에 밀려

그만 냉방에서 자다가 얼어 죽을 수도 있었으므로.

 

그러다가 점차로 산에서 주워오는 땔감도 줄어들었고

딱히 누가 나서서 그걸 전담하기도 뭣하여

우리도 연탄으로 겨울철 난방을 해결하기에 이르렀다.

 

연탄 한 장의 수명은 보통 10시간에서 12시간까지 간다.

그래서 낮에 간 연탄은 밤이 되면 자다가도 일어나 반드시 갈아줘야만 했다.

 

때론 연탄가스가 연통의 역풍(逆風)으로 말미암아

잠을 자는 사이에 방안으로 스며들어 저승의 문턱에까지 갔다 온 적이 있었다.

그랬음에도 병원에 실려가기는커녕 동치미 김칫국물

두 접시로 때워야 했으니 그 시절의 빈궁함이 오죽했을지는 익히 유추되는 바이다.

 

아이들이 중,고교에 다닐 무렵 얼추 알거지가 되었다.

하는 일마다 안 되어 그야말로 죽고만 싶던 삭풍의 계절이었다.

보증금도 얼마 안 되는 누옥(陋屋)을 찾았다.

 

매달 월세를 주는 조건으로 이사를 하였는데 식구는 넷인데 반해 방은 두 개뿐이었다.

한창 공부에 열중하여야 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쾌적한 각자의 방(房)과

더불어 그러한 환경의 조성에 노력을 경주해도

부족할 판이거늘 내 어찌 이런 꼬락서니로까지 전락했단 말인가!!'

 

비통함에 술을 마시면 자격지심은 하늘까지 찌르면서 눈물만 났다.

여하튼 다시 살아보자...

 

내가 못 배웠기에 이처럼 허술하게 사는 삶의

아이들에게로의 세습과 전이만큼은 피해보자!

그러나 '가불 인생'의 꼬리표를 여전히 못 떼면서 지리멸렬하게

사노라면 흡사 나 자신이 빚에 쫓겨 저 먼 섬으로까지

팔려가는 작부(酌婦)와도 같다는 자괴감까지 들어 괴로웠다.

 

더욱 이를 악물었다.

내 아무리 일엽편주로써 깜깜한 바다를 정처 없이 가는 것 같긴 하더라도

결국 고진감래(苦盡甘來)의 항구는 반드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지녔다.

 

지성이면 감천(感天)이 아니라 아이들이 먼저 알아줬다.

둘 다 모두 자신이 원한 대학에 '알아서' 가 주었으며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방금 전 거실 연탄난로의 거의 다 탄 연탄을 갈았다.

거실에 훈훈한 연탄난로가 있음으로 하여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고 화초도 크는 것이다.

 

오늘은 마침 사랑하는 딸의 생일이다.

녀석이 서울에 있어 미역국을 끓여주지는 못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딸을 향한 뜨거운 이 아빠의 딸 사랑이란

연탄불과도 같은 어떤 연탄지정(煉炭之情)을 딸은 알 것이다.   

덧붙이는 글 | cbs라디오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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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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