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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해철(42)씨가 최근 검찰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한 소회를 자신의 홈페이지신해철닷컴(www.shinhaechul.com)에 직접 밝혔다.
 가수 신해철(42)씨가 최근 검찰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한 소회를 자신의 홈페이지신해철닷컴(www.shinhaechul.com)에 직접 밝혔다.
ⓒ 신해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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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위반혐의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아쉽네요.(ㅋ)"

최근 검찰로부터 국보법 위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가수 신해철(42)씨의 첫 마디는 "아쉽다"였다.

신해철씨는 1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인 신해철닷컴(www.shinhaechul.com)에 올린 '무혐의 유감(ㅋ)'이란 제목의 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데 대한 소회를 피력했다.

"현 정권의 대국민 겁주기 및 길들이기가 해프닝의 진원지"

신씨는 우선 자신이 극우·보수단체로부터 국보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하고 검찰에서 조사까지 받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현 정권에서 시작 된 대국민 겁주기 및 길들이기라는 민주주의의 명백한 퇴보 현상이 이 해프닝의 진원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시적인 민주주의의 퇴보는 우리 모두에게 오히려 새로운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광화문에 가득하던 촛불 든 사람들이 겁먹어서 집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신씨는 자신이 홈페이지에 '(북한) 미사일 경축' 발언을 쓴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증오와 공포의 무한 재생산'이라는 방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끊임없이 휘둘러대는 사람들에 대한 반발과 조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면서 "물이 끓어 넘치면 불을 줄여야지, 맹렬히 솥을 비난 한다고 문제가 해결 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적'의 자리엔 '동족'을, '증오'의 자리엔 '화해'가 자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저를 포함 해 이미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되었다"며 "이는 국보법으로도, 협박과 폭력으로도, 제어 할 수 없는 시대의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극우세력이 스스로를 보수라 칭하며 인명살상만을 제외한 나머지 방법을 총동원해 '소프트 테러'를 퍼붓는 것은 또한 역설적으로 말해 자신들이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실컷 뛰어 다니세요. 뛸 수 있을 때"라고 꼬집었다.

신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의 인간적인 모욕감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수사과정에서는 어떠한 폭력이나 폭언도 없었지만, 나이가 마흔살이 넘고 두아이의 아버지인 내가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는 나의 생각'에 대해 끊임 없이 남에게 검토 받아야하는 시간 자체가 폭력이고 굴욕이었다"고 말했다.

검찰 "반성해서 무혐의"... 신해철 "반성? 누가?"

그룹 넥스트의 신해철이 지난해 7월 10일 저녁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그룹 넥스트의 신해철이 지난해 7월 10일 저녁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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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신씨는 지난해 4월 신해철닷컴에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합당한 주권에 의거하여, 또한 적법한 국제 절차에 따라 로켓(굳이 icbm이라고 하진 않겠다)의 발사에 성공하였음을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일부 극우.보수단체들은 신씨를 국보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달 29일 "신해철의 발언이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신해철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히 검찰은 "당시 문제의 발언이 불과 한 차례 게재됐고, (신해철이)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글을 쓴 다음 곧바로 자신의 행위를 반성해 글을 삭제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신해철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신씨는 "'술자리의 건배사를 옮겨 적었다'는 게 어째서 '술김에 적었다'의 뉘앙스로 변하는지도 모르겠고, '문제의 문장을 삭제 해 줄 수 있느냐'라는 정중한 요청에 '볼 사람 다 봤는데 어려울 거 뭐 있냐'며 삭제한 게 왜 '반성의 표시'로 변하는지는 모르겠다"며 "'반성 했으니 용서해줬다'라는 명분이 매우, 간절히 필요했던 것만은 이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마이뉴스>에 신해철씨의 소식을 알려온 제보자는 "최근 보수단체들이 검찰.법원 나눠서 법원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 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보수단체에서 뭐라고 할 지 궁금하다, 보수단체쪽 의견도 들어보면 좋겠다, 검찰도 '빨갱이'라 할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님들, 협박 역효과 조심하세요들..."

다음은 신해철씨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이다.

무혐의 유감 (ㅋ)

예상대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아쉽네요.(ㅋ) 염려해 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다음 앨범의 마무리와 싸이렌 실용음악학원의(http://www.sirenacademy.co.kr ㅋㅋㅋ) 오픈으로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그간 통 소식을 전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소회를 몇 자 적습니다. (시간이 없거든요..글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

이 사안은 표피적으로 보면 단순한 해프닝입니다. 일개 가수가 자기 홈페이지에 쓴 글을 극우단체가 고발 했고, 검경은 수사 후 무혐의로 발표 했습니다. 검경이 스스로 잡아들인 것도 아닌 고발 건에다가,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것도 아닌 수사 단계에서의 무혐의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뉴스가 된 이유는 현 정권에서 시작 된 대국민 겁주기 및 길들이기라는 민주주의의 명백한 퇴보 현상이 이 해프닝의 진원지이기 때문입니다.

님들, 협박 역효과 조심하세요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국민들은 자존심이 강한데다가 이미 민주주의의 맛을 경험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말조심하지 않으면 잡혀간다"는 사회 분위기를 계속 용납하진 않을 것입니다.

일시적인 민주주의의 퇴보는 우리 모두에게 오히려 새로운 학습의 기회 - 민주주의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 없이는 후퇴 할 수도 있고, 설령 그 후퇴의 보상으로 경제가 좋아진다 한들(말도 안되는 가정이지만) 생각하고 말하는 것 조차 남의 눈치를 봐야하는 세상에서 내 자식을 노예로 자라게 할 수는 없다는 인식을 굳게 할 기회 - 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겁줘봤자 역효과란 거죠. 광화문에 가득하던 촛불 든 사람들이 겁먹어서 집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북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제 상식의 영역

내가 홈페이지에 미사일경축발언을 쓴 이유는 '증오와 공포의 무한 재생산'이라는 방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끊임없이 휘둘러대는 사람들에 대한 반발과 조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코믹 퍼포먼스라는 말을 "북한에 대한 퍼포먼스"로 주장하는 분도 있었지만 그건 좀;;;)

물이 끓어 넘치면 불을 줄여야지, 맹렬히 솥을 비난 한다고 문제가 해결 되진 않습니다.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 증오와 경쟁을 부추키는 것은 이미 효력이 상실된 통치방법입니다. 이미 남한은 경제발전을 이룸으로서 일정부분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민주화를 이루면서 비로소 완전한 우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이 승리를 악용하여 그들을 구석으로 몰아 패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함께 역사의 승자로 서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여 그들을 초대하되 그들을 손님이 아닌 주인의 자리에 함께 앉게 하는 것입니다. 통일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닌 공동의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주적'의 자리엔 '동족'을, '증오'의 자리엔 '화해'가 자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저를 포함 해 이미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개인 개인들은 '좌빨'도 아니고 주체사상에 경도 된 사람들도 아닙니다.

남북한의 경제력과 군사력, 국제정세를 판단 할 수 있는 정보는 일반화 되었고, 이는 한 개인이 증오와 공포의 무한재생산에서 벗어나 미래를 재단하기에 충분한 양이므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이는 국가보안법으로도 협박과 폭력으로도 제어 할 수 없는 시대의 자연스런 흐름입니다.

극우세력은 이러한 흐름을 이해 할 수 없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기에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들을 좌빨이라 부르고 전멸 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노골적인 분노를 표시하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말해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말살하려는 것은 북한에서나 하는 짓입니다. 극우세력이 스스로를 보수라 칭하며 인명살상만을 제외한 나머지 방법을 총동원해 '소프트 테러'를 퍼붓는 것은 또한 역설적으로 말해 자신들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실컷 뛰어 다니세요. 뛸 수 있을 때.

어쩌다 국가보안법 이라는 고발 당하는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만, 나는 내가 태어난 이 나라, 그리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라든가, 올림픽에서 상위권에 든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우리는 고단한 역사의 부침 속에서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독재정치를 떨구어내고 민주주의를 이뤄낸 사람들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백주대로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그 민주주의 말입니다. 일개 가수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의 생각을 쓸 수 있는 권리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목숨을 잃은 댓가로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입니다.

과정은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내가 사는 나라는 정말로 내게 자랑스런 조국이 되었습니다.  나는 일개 음악인이지만 또한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주로 내가 생각하고 말 할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사과정에서는 어떠한 폭력이나 폭언도 없었지만, 나이가 마흔살이 넘고 두아이의 아버지인 내가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는 나의 생각'에 대해 끊임 없이 남에게 검토 받아야하는 시간 자체가 폭력이고 굴욕이겠습니다. 허나 내가 겪었던 짜증스러운 시간들은 지금의 불쾌한 시대와 불화를 겪고 있는 다른 분들의 고충에 비하면 좆도 아니기에 엄살은 떨지 않으려 하며, 이 조그만 해프닝이 이 시대의 부당함을 증거하는데 자그마한 표시라도 된다면 일생의 보람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땡큐. 굿나잇.

사족 : '술자리의 건배사를 옮겨 적었다'는 게 어째서 '술김에 적었다'의 뉘앙스로 변하는지도 모르겠고, '문제의 문장을 삭제 해 줄 수 있느냐'라는 정중한 요청에 '볼 사람 다 봤는데 어려울 거 뭐 있냐'며 삭제한 게 왜 '반성의 표시'로 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성 했으니 용서해줬다'라는 명분이 매우, 간절히 필요했던 것만은 이해하려 합니다.

참고로 경찰 수사 일지 말미에 포복절도 수준의 처절한 반성문 하나 남겨놨으니 공개하시려면 그걸 공개하시는게 어떨지.


태그:#신해철, #국가보안법 , #무혐의, #극우보수단체, #북 미사일 경축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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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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