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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참 많은 제주도에서는 돌로 만들어낸 것들도 참 많다. 돌하르방, 동자석, 돌미륵 따위의 석상도 그렇고, 마을에 생기는 안 좋은 일을 막는 방편으로 쌓은 방사탑도 그렇다. 그뿐 아니라 바닷가에서 밀물에 들어온 멸치 따위를 썰물에는 나가지 못하게 가두어 잡는 원담(갯담)도 있다. 말하자면 돌을 담처럼 쌓아 물높이의 차이를 이용하는 독특한 어구인 셈이다.

아무튼 이 돌로 쌓은 담도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택 사이의 경계인 돌담, 밭 사이의 경계인 밭담, 묘소와 다른 구역을 가름하는 산담 따위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돌담은 이웃과 이웃 사이의 구역을 나누어주는 담을 이르는데, 그런 탓에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서늘한 그늘과 따스한 햇살을 동시에 품은 돌담.
▲ 돌담과 골목 서늘한 그늘과 따스한 햇살을 동시에 품은 돌담.
ⓒ 이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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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이지만, 돌담은 필요하면 들어내어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장점을 자랑한다.

돌담에서 들어낸 돌로 뚜껑을 누르고 있다
▲ 장독을 누르는 돌 돌담에서 들어낸 돌로 뚜껑을 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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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돌담에도 세월의 흐름에 따르는 역사가 있는 것인데다 그리 멀리 다니지 않아도 쉽게 눈에 띄는 장점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표정의 돌담을 만날 수 있다.

애초의 돌담은 다른 혼합 재료가 필요없는 고스란히 돌로만 이루어진 것이다. 그 돌도 그냥 아무렇게 주워다 막 쌓은 듯이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나름대로 다듬어 놓은 흔적이 보이는 돌담도 있다.

다듬은 돌로 쌓은 돌담이다.
▲ 돌담 다듬은 돌로 쌓은 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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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경우도 돌로 벽을 쌓고, 짚을 이긴 흙을 발라 마감한 경우가 전통초가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오늘날엔 보기가 쉽지 않다.

무너져가는 지붕이 위태롭다
▲ 전통초가와 돌담 무너져가는 지붕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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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나 블록 따위의 건축 재료가 등장하게 되어 돌담도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원래의 돌담은 그대로 두고 덧바르는 방식을 쓰거나, 아예 돌담을 무너 없애고 그 자리에 블록담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시멘트로 메워서 평면적이며, 무늬처럼 보인다.
▲ 돌담 시멘트로 메워서 평면적이며, 무늬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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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로 메운 위에 네모로 돌출되게 하였다
▲ 돌담 시멘트로 메운 위에 네모로 돌출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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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반이 되는 돌담 위에 블록을 쌓거나, 한쪽은 돌담으로 두고 옆쪽은 블록담으로 신축하는 식의 절충형 담도 생겨난다.

한쪽은 돌담, 다른 쪽은 블록담이다.
▲ 돌담 한쪽은 돌담, 다른 쪽은 블록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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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현무암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돌들을 이용하여 함께 쌓은 경우도 있고, 조형성을 가미하여 한 장의 추상 패턴을 보여주는 듯한 담들도 보인다.

사각형을 주제로 만든 한 편의 비구상화
▲ 돌담 사각형을 주제로 만든 한 편의 비구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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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담은 말 그대로 밭과 밭 사이의 경계를 표시하는 것으로 이 담에 쓰이는 돌들은 대부분 소유자의 밭에서 나오는 것을 이용한다. 워낙에 많은 돌로 된 척박한 지대인지라 밭을 갈다 보면 나오는 처치 곤란의 돌들을 밭담으로 쌓아 해결한 지혜가 돋보인다. 밭담 말고도 밭 가운데나 어귀에 따로 방사탑처럼 쌓아놓은 모양을 보면 돌이 많기는 많은 곳이다.
경사진 땅을 따라 층을 이룬 밭담.
▲ 밭담 경사진 땅을 따라 층을 이룬 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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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묘의 봉분 주위에도 돌로 담을 쌓아 사방을 둘러 놓는데 이를 산담이라고 부른다. 죽은 이는 산담 덕에 생전의 모습과 같은 방식으로 잠들어 있게 되는 것이다. 산담은 말이나 들짐승으로부터 봉분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현실적인 목적도 달고 있다.

봉분을 막아놓아 외부로부터 보호한다.
▲ 산담 봉분을 막아놓아 외부로부터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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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도에 있거나 방문할 계획이라면 또 어떤 재미있는 돌담의 표정이 나올지 기대하며 제주도의 여러 길들을 직접 거닐어 보는 것도 좋겠다. 이 담들은 이름난 관광지나 멋진 풍경을 뽐내는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숙소로 삼은 허름한 여관이나 허기를 달래러 들르는 구수한 식당으로 걷는 길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니, 오로지 필요한 것은 두리번거리는 고개와 눈! 이것으로 족하다.

제주도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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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도,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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