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진기 경제연구소 대표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최진기쌤의 알기 쉬운 경제학' 특강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최진기 경제연구소 대표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최진기쌤의 알기 쉬운 경제학' 특강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지금은 정기예금이 가장 안전하고, 부동산은 만만치 않고, 주식은 기회를 엿볼 때입니다."

'최쌤'의 마지막 훈수는 더 강렬했다. 5주 강의를 마무리 짓는 '최진기쌤의 알기 쉬운 경제학' 다섯 번째 특강 주제는 '재테크의 절대원칙'이었다. 

최진기 '최진기경제연구소' 대표는 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강연 첫머리에서 '지니계수'를 통해 한국의 재테크 열풍부터 짚었다. 

재테크 열풍과 쌍용차 사태 원인은 같다

지니계수란 한 나라의 빈부격차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0에 가까울수록 빈부격차가 적고 1에 가까울수록 크다. 보통 0.4를 기준으로 삼는데 한국의 경우 소득 지니계수는 0.35로 비교적 양호한 반면, 자산 지니계수는 0.89로 자산불평등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평등한 것 같지만 불평등한 나라입니다. 버는 것 비슷하지만 빈부 격차가 엄청 큰 나라에선 경제위기가 닥치면 노숙자가 확 늘어납니다. 다들 옛날엔 멀쩡한 회사원, 중소기업 사장하던 사람들이죠. 왜냐? 버는 건 남들 만큼 벌었는데 자산이 없어 일자리 잃으면 바로 노숙자 되는 거죠. 한국 사회처럼 자산을 일부 계층이 독점한 나라에서 불안한 사람들의 소망은 자산 늘리기 일 수밖에 없는 거죠."

반면 소득지니계수와 자산지니계수의 격차가 적고 미래 안정성이 담보되는 복지국가에선 재테크 열풍이 거의 없다. 결국 재테크가 사라지려면 우리도 복지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노조가 센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된 직장은 있지만 자산이 없으니 직장 잃으면 계층 하락이 명백하니까 목숨 걸고 싸우는 거죠. 쌍용차 사태 때 절박한 투쟁을 벌인 것도 직장 잃으면 모든 거 다 잃게 되니까 그런 거죠."

그렇다고 재테크가 만만한 것도 아니다. 재테크는 근로소득이 아닌 불로소득을 먹는 것이다 보니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그나마 개인들의 일반적 투자수단인 주식, 부동산, 예금에 맞는 재테크 원칙을 총정리했다.

[예금] "실질금리 플러스면 정기예금은 매력적인 상품"

 최진기 경제연구소 대표
최진기 경제연구소 대표 ⓒ 권우성
"은행 정기예금은 절대 안전하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합니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플러스일 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최근 물가상승률이 3% 정도고 제2금융권 1년 정기예금 금리가 6%대니까 지금 상황은 간신히 그냥그냥 할 만한 상태죠."

반면 2004년처럼 은행 금리와 물가상승률이 거의 같을 때 은행에 돈 넣는 건 바보나 할 짓이라는 것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엔 주식과 부동산이 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기예금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복리의 마술' 때문이다.

"중국관광객 매년 100만 명씩 와도 130년 뒤엔 대운하 빚 1경이 넘습니다."

최 대표는 '복리의 마술'을 대운하 사업에 빗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대운하 건설하면 중국 관광객 100만 명이 130년간 올 것"이라고 한 발언을 떠올리며, 과연 관광 수입으로 대운하 건설비용을 메울 수 있는지 한번 계산해 보자는 것.

대운하 건설비 10조 원을 연 6% 이자(월 복리)로 빌리고, 관광객 한 명당 5만 원 정도 수익이 나 한해 관광 수입이 500억 원이고 매년 5%씩 증가한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매년 대출원금에 대출 이자를 더하고 관광 수입을 빼는 식으로 따져봤을 때, 130년 뒤엔 1경 1조 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빚만 남게 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산술적인 계산일뿐이지만 그만큼 복리의 힘이 무섭다는 걸 방증한다.
   
2억 만들기 프로젝트도 마찬가지. 2억 원을 대출받아 복리 6.5%로 매월 150만 원씩 갚아 나갔을 때 20년 동안 '은행의 노예'로 살아야 하는 반면, 같은 조건으로 매달 150만 원씩 적금을 부으면 불과 8년 반 뒤엔 2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실질금리가 플러스라면 정기예금은 분명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얘기다.

[주식] "주식 투자는 금리 낮을 때나 하는 것"

반면 현 시점에서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는 부정적이다. 주식은 예상수익률이 금리보다 리스크 비용 2%를 더한 것보다 높을 때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주식투자는 금리가 낮을 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요즘 잘 팔리는 재테크 책 2위가 데이트레이딩이던데, 그거 보통 고수가 아니면 감당 못해요. 초보자와 고수가 실력 차이 상관 없이 맞붙는 시장은 주식과 카지노 밖에 없어요. 2차 대전 때 전차, 전투기 앞세운 독일군에 총칼로 맞섰던 폴란드 기병처럼 돼선 안 되겠죠."

최 대표는 주식투자 타이밍 3가지 키포인트로 실질금리추이와 기업실적, 경기호황 지속 여부를 꼽았다. 지금은 실질금리가 플러스이고 기업실적과 경기호황 여부는 불투명해 주식 투자 적기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높아진다는 신호가 오고 주식으로 가도 됩니다. 경기회복 신호가 온다면 1년 이상은 갈 수 있습니다."

[부동산] 부동산 투자 때는 기회비용부터 따져야

'재테크의 꽃'이라는 부동산 전망은 어떨까? 최 대표는 부동산이야말로 국민 경제적 차원에서 최악의 재테크라고 혹평한다. 적어도 주식 투기는 기업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고 네덜란드 '튤립 투기'와 같은 현물 투기는 개발을 활성화하는 효과라도 있지만 부동산 투기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는 것. 

부동산 투자 시엔 기회비용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5억짜리 주택을 3억 현금에 2억 대출을 받아 3년을 보유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기회비용은 3억 현금을 5% 이자로 정기 예금했을 때 이자 4500만 원과, 2억 원을 7%에 빌렸을 때 대출이자 4200만 원을 합한 8700만 원이라는 것.

"여기에 부동산 복비 등 거래비용까지 따졌을 때 적어도 5억짜리 집이 6억 돼야 본전인데 그런 상황에서 5억짜리가 4억 돼 보세요. 미치는 거죠. 지금 국내 개인 자산 80%는 부동산에 묶여 있고 미분양이 늘면서 지방은 곡소리 납니다. 최근 제 주변에 아파트 권하거나 집 사 모으는 부자 못 봤습니다."


#최진기#경제학특강#주식투자#부동산투자#예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