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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병원생활로 사회의 큰 변화폭을 느껴....

2005년 그 끔찍한 교통사고를 입고 입원 2년 통원치료 1년 후에도 혼자 자가 재활을 하며 당면한 과제인 재활에만 온 관심이 집중된 세월을 살다보니 상대적으로 일상 일들에는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만 5년으로 접어드는 2010년이 되어서야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타는 몸의 회복에 맞춰 일상적인 세상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절과 이웃한 성장과정을 거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머리를 깎고 출가(出家)해 승려로 살다가 20대 중반에 환속(還俗)한 고등학교 친구가 '출가한 기간 동안의 세상 변화에 생활하며 많이 놀라게 되고 적응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더라'는 이야기가 새삼 실감나는 순간순간이 내게도 참으로 많았다. 통원치료를 하며 어렵게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차를 몰고 거리에 나서면 오가는 차들 중에서 처음 보는 모델들이 눈에 익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더란 것이다.

지난한 세월, 재활에 매진해 2010년이 되면서 몸의 회복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실들에도 관심의 폭이 급격하게 넓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건강할 때 별 의식 없이 사용하던 언어에도 민감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그러한 경험의 하나로, 몸의 회복속도가 빨라지며 주변도 챙기기 시작하게 되었다. 어려운 지경에 빠진 내게 도움을 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어준 사람들에게 관심이 확장되며 어떤 형태로든 고마움을 표시하곤 했다.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며 틈틈이 만들어 운영중인 '신국중의 참 소중한 교육'이란 신국중이사장의 팬카페대문
▲ 작년부터 개설해 운영중인 '신국중의 참 소중한교육'카페대문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며 틈틈이 만들어 운영중인 '신국중의 참 소중한 교육'이란 신국중이사장의 팬카페대문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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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직업이 없는 나를 배려한 말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나를 발견하다

그렇게 주변을 챙기고 돌아보던 때, 유년을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었던 소중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친구 주변 사람들과 함께 술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소중한  친구는 내 근황에 대해 사전에 얘기해둔 모양이다. 내가 좋아서 애써 틈을 내 팬카페를 만들고 운영하며 ○○○ 이사장을 돕고 있다고 한 모양이다. 그 사람은 그걸 내게 물으며 '모시고 있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이 재활에 몰두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나의 처지를 그 사람 딴에는 배려한 말이리라. 그러한 내 처지에 대한 자격지심이 발동한 이유일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누구를 모시긴 누구를 모시냐? 그저 내가 시간을 좀 내서 누구를 돕는 것이다"라 말하고 말았다.

특별한 직업이 없이 생활하는 나를 배려한 그 사람의 말에 발끈하는 반응을 보이고 만 것은 나의 자격지심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기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말 속에 우리의 왜곡된 의식이 투영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전제군주 체제로 유교 문화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의식에 그 잔재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전통 문화 속에서는 국왕이 나라의 주인이며 평등한 신분이 아닌 계급 사회였던지라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모시고 섬기는 문화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평등한 민주 사회에서는 모신다기보다는 '보좌'하는 개념이 맞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의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도록 분야를 나누어 전문적으로 보좌해 한 팀을 이루는 시스템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게 민주주의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누구를 보좌하는 사람들을 동양적인 관점에서 '모신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6.2지방선거는 매머드급 선거

2010년 6월 2일에 지방동시선거가 벌어지게 된다. 각 시도지사를 비롯 교육감, 교육위원, 시군의원까지 총 8명의 지방정치 대표자를 뽑는 유래를 찾기 어려운 매머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도지사 및 도교육감 출마자들은 2월 2일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어 전국적으로 입후보자들의 현수막이 거리에 나 붙으며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되었다. 2010년 접어들며 몸이 가파른 회복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현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해 6.2지방선거에도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다. 더욱이 작년부터 ○○○ 이사장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가 2010년 접어들며 전라북도 교육감 출마의사를 확실하게 드러내 그 관심이 증폭되었다.

현실적으로 한 아이의 아빠로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대적인 목표를 가진 내 입장에서 선거를 본격 도울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고, 틈틈이 여가를 이용해 팬카페를 관리하는 입장인지라 선거에서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 볼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근데 선거를 돕기 위해 그를 보좌하기 위한 팀이 구성됐다. 가만 보니 그들의 표현 자체가 ○○○를 모시는 ○○○입니다인 걸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의식 저 깊은 곳에 예전 봉건시대의 잔재가 남아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문화 중 계승하고 더 발전시켜야 할 것들은 분명 더 가꾸어 나가야 한다. 요즘 우리는 고유의 것이나 전통적인 것들은 낡고 진부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아울러 전통의 것 일지라도 민주적이지 않아 몰 가치한 것들은 과감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중에 우리의 사고가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하찮은 표현 일지라도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표현한 언어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지금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중에 우리의 잘못된 사고를 바탕으로 한 언어생활을 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무의식적인 언어에 우리의 의식이 투영되게 되고 언어생활에는 각별한 주의가 따라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을 정리



태그:#서치식, #보좌, #6.2지방선거, #전제군주, #봉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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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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