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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이 오는 6.2 지방선거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진보정당의 예비후보들은 물론 민주당과 여당인 한나라당의 후보까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여야를 초월한 무상급식 연대' 가능성까지 타진되고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선언을 한 김진표·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 등이 당선되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도 '무상급식 클럽'에 동참한 상태다.

보수정당에서까지 무상급식 공약이 나오자 이를 불온하게 바라보는 보수진영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 파장을 경계하는 태세에 돌입했다.

보수의 알레르기... "무상급식은 독버섯"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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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4일 사설을 통해 무상급식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다.

특히 <조선>은 "무상급식 공약 경쟁, 선거 앞둔 독버섯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무상급식 공약을 내건 정치인들을 '독버섯'에 비유해 맹비난했다. <조선>은 "무상급식 다음엔 공납금 공짜 공약,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 대학입시 추첨제 공약이 차례차례 또는 한꺼번에 등장할 것"이라며 "아첨꾼 정치인들은 불평등과 빈부격차라는 사회의 그늘을 비집고 독버섯 돋아나듯 돋아난다"고 비난했다.

여당에서는 처음으로 무상급식 공약을 내놓은 원희룡 의원은 무상급식을 이념적 잣대로 재단하려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 내 '원조 소장파'로 통하는 원 의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무상급식은 사회주의 정책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의무교육과 공교육을 충실화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무상급식은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

그는 "재원 조달의 현실성이 있는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무상급식 자체가 이념적으로 나쁘다거나 포퓰리즘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무상급식은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이고 따뜻한 보수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5일자 <조선일보>에 전날 사설을 반박하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다만 원 의원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 추진에 대해서는 예산의 우선순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무상급식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며 "경기도의 경우 전체 교육예산 1조 원 중 6600억 원을 무상급식 예산으로 돌릴 경우 다른 교육복지 예산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제안한 '무상급식 연대'와 관련,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의 경우에는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의지 문제인데 지방은 재정이 문제"라며 "먼저 각 지역별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한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원희룡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선거 때 표 얻으려고 무턱대고 내건 정책 아니다"

- 무상급식 공약에 대해 <조선일보>가 4일 "선거를 앞둔 독버섯"이라고 맹비난하는 사설을 내보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국민을 속이고 국가에 해독을 끼치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는데.
"물론 타당한 예산 계획이 없는 선심성 정책은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비판을 할 때는 재원조달의 현실성이 있는지, 조달된 재원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 예산을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등 내용을 따져야 한다. 그게 아니라 무상급식 자체가 이념적으로 나쁘다거나 포퓰리즘이라고 '딱지'를 붙여서는 안 된다."

- 그렇다면 무상급식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의무교육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산이 허용하는 한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기본권을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아이들이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은 직접 가계의 부담을 줄여서 실질소득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 선별적으로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도 없앨 수 있다. 유럽의 교육선진국 핀란드는 물론 미국의 일부 주에서도 이미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다. 무상급식은 사회주의 정책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의무교육과 공교육을 충실화하는 정책이다."

- 그럼에도 보수진영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 아이들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주장한다. 무상급식 예산을 다른 분야의 교육 혜택 제공에 써야 한다는 지적인데.
"물론 예산 균형은 중요한 문제다.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해 노후시설 교체나 학교 도서구입 예산 등 꼭 필요한 사업 예산을 줄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선입견을 가지고 무조건 예산낭비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서울시는 1900억 원이면 전체 초등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다른 교육예산을 줄일 필요 없이 전시성 낭비 예산만 줄여도 무상급식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서울시 예산 구조를 낱낱이 분석해서 무상급식 공약을 내놨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무턱대고 제기한 것이 아니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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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인 공약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무상급식은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이다. 이념적 논란이 끼어들 정책이 전혀 아니다. 따뜻한 보수를 실천하는 길이다."

-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무상급식에 반대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무상급식을 주장했지만 좌절됐는데.
"여권 내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는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한 가지 따져볼 것은 있다. 경기도의 무상급식 추진 사례에서는 다소 무책임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경향이 보인다. 교육청으로 넘겨준 예산 1조 원 중 6600억 원을 급식비로 돌린다면 다른 교육복지 예산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제가 된 것이다. 아무리 무상급식이 필요하고 좋다고 해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무너뜨려가면서까지 추진해서는 안 된다. 학습환경 개선 등 다른 사업들과 균형을 맞추면서 단계적으로 실현 가능한 안을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의 진정성을 훼손시키고 필요 이상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 지난 2일 토론회에서 '무상급식 전담지원체계'에 관해 이야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해 달라.
"전담지원체계는 서울 소재 모든 초등학교에서 좋은 식재료와 균형 잡힌 식단의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구체적인 각론에 대해서는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려 있다. 급식 자재 구입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급식 자재 유통센터를 만들어 지원하고 급식 공급은 각 학교별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더 적극적으로 학교별이 아닌 각 거점별로 급식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상급식 방식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과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론을 내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 경기도지사 출마선언을 한 김진표·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전 의원 등도 무상급식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여야를 초월한 무상급식연대를 만들자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 무상급식 추진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의 경우에는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의지 문제다. 하지만 지방은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문제가 아니라 재정이 문제다. 그런데 무조건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적인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먼저 각 지역별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서 어떤 방식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한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태그:#무상급식, #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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