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홍수예방, 대규모 공공 토목사업, 강제 퇴거, 혈세 낭비, 정(政)경(經)관(官)유착, 토건 마피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들의 조합이다. 지난해 서울 용산에서는 시와 구가 추진하고 토건족들이 이익을 챙기며 경찰이 이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강제퇴거에 맞서 끝까지 자신의 삶터를 지키려던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또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운하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이 '4대강 살리기'라는 낯부끄러운 이름으로 둔갑해 제대로 된 사전 실태조사도 거치지 않고 부실과 날림으로 총사업비 2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려 하고 있다.
물부족과 홍수를 예방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의 삶과 경제회복에도 도움이 되며, 하천 정비를 통하여 수질이 깨끗해진다고 하는 이른바 '녹색 뉴딜'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이 불도저식 대규모 국책사업에는 예산문제와 절차 문제를 포함해, 수질오염과 댐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2~3차적인 환경파괴와 주민의 건강피해까지 우려된다. 또 전국 16개의 보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토지 강제수용과 강제이주라는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이 흐름의 이면에는 공통점이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공공사업의 일반적 논리가 강요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개발과 보상금, 경기회복이라는 사탕발림을 남발하지만 개발에 의해, 보상금에 의해 새로운 삶을 얼마든지 큰 고통없이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다.
일본은 지난해 8월 총선거를 통해 54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내면서 9월에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를 필두로 새 정부가 들어섰다. 하토야마의 연립내각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이미 혈세를 낭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공약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은 개혁의 칼을 들었다.
한국보다 먼저 토건 국가의 길로 폭주해왔던 일본은 치수(治水)를 목적으로 전국에 약 900기에 가까운 댐을 건설해왔다. 그러나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은 과거 자민당 정권에서 추진해왔던 전국의 136개 댐 사업 가운데, 본체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89개의 사업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도쿄 인근의 얀바댐이다. 얀바댐은 1949년부터 시작해 이미 60년동안 추진되었고 예산의 70%가 이미 투여되었으나, 예산낭비와 댐의 효용성 자체에 대한 의문 등을 이유로 전면 중지될 지도 모른다.
반딧불이 서식지로 유명한 아름다운 마을 코바루 "사요나라 댐"
규슈에서도 현재 15개의 댐 사업이 재검토 대상이다. 열흘 전, 규슈 나가사키현과 사세보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시키(石木) 댐 건설예정지를 다녀왔다. 나가사키역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가와타나(川棚町) 역에 내렸다. 촉촉한 비가 내리는 일요일이었다. 일부러 마을 구석구석을 큰 흐름 속에서 마주하고 싶어 댐 건설시 수몰예정지인 코바루까지 1시간 이상을 걸었다. 시골길이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산과 들, 하천의 깊고 풍부한 자연 냄새에 감탄하며 발길을 내딛은지 얼마 안되어 도로변에 세워진 대형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댐 건설에 찬성하는 '가와타나의 장래를 생각하는 모임'이 만든 것이었다.
"이시키 댐 건설로 수해없는 마을 만들기. 코쿠조 산과 이시키 댐과 온천으로, 동부에 새로운 미래를!"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2년 전 방문했던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 강정마을의 갈라진 공동체, 찬반의 양깃발이 태극기와 노란 깃발로 선명하게 나뉘어져 있던 모습이 머리 속에 되살아 났다. 한참을 걷다 보니 에너지의 절반은 태양열에서 얻어 사용중인 공장과 대규모 채석장도 나타났다.
가와타나 코바루(川原)에 도착하자 35년동안 댐 건설에 반대하며 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현주민 이와시타 카즈오씨가 기자를 맞아 주었다. 여느 시골 아저씨 같이 푸근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댐 건설 계획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 1975년이므로 이와시타씨가 스물 여덟 혈기왕성한 청년의 때였다.
82년 기동대가 투입되어 강제측량이 실시되었을 무렵 마을 주민의 반대운동이 가장 강렬했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이 싸움에 지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지친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댐을 건설하려면 토지 강제수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전 대상자로 전락한 67세대 중에 80%가 이미 고향을 등지고 떠났고, 남은 것은 "결사 반대"를 외치는 13세대뿐이다.
반딧불이 서식지로도 유명한 아름다운 마을 코바루에는 남은 자들이 "사요나라 댐", "팔고 울기보다 웃으며 단결", "토지 강제 수용 중지하라", "자연이 남긴 반딧불의 마을, 생명을 지키는 녹색 댐을" 등의 구호가 손님을 반기고 있었다. 잠시 헷갈렸던 기자가 "녹색댐이 무슨 뜻이에요? 시와 현이 추진하는 댐 말고 다른 종류의 댐도 있나요?"라고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자, 이와시타 씨가 "댐을 만드는 대신 생명을 지키고 환경을 살리는 방식으로 물을 관리하고 물 대책을 세우자는 의미"라고 대답을 해준다.
현재 나가사키 현과 사세보 시가 홍수대책과 물 부족, 즉 치수와 이수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시키 댐은 댐 건설에 따르는 부수 사업으로서 도로공사 등의 입찰 등도 마친 상태이고, 편향적이며 날림이라는 이유로 많은 지적과 비판을 받고 있는 전문가 의견 청취나 환경영향평가 및 공개 사업 설명회 등도 마쳤다. 작년에는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반대 주민들을 어떻게든 강제 이주를 시켜 사업을 신속히 진행시키는 수단으로서 현과 시가 국토교통성 규슈 지방정비국에 '사업 인정 허가'를 신청했다.
사업인정이란 국가가 만든 법률적 효력이 있는 제도로서, 사업에 있어서 그 공익성을 판단하여 주민의 피해가 있더라도 공익성이 인정되면 토지 강제수용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제도이다. 사업 인정을 받더라도 주민과 사업추진 쌍방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타결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나, 그것은 허울 좋은 말일 뿐, 타결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간다.
히로타케 교토대 명예교수 "댐으로 범람 막을 수 없다"
가와타나 강의 지류인 이시키 강에 건설예정인 이시키 댐은 이시키강과 가와타나 본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약간 하류에 있는 야마미치 다리(山道橋)를 중심으로 해 최대 매초 1400톤이 유입되는 집중호우로 인하여 홍수가 발생할 경우를 산정한 홍수대책으로서 계획되었다. 현은 이시키 댐이 완성되면 100년에 한 번 내리는 폭우에도 강이 범람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건설 이유는 가와타나 마을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근 사세보시의 만성적인 물 부족 때문이다. 즉 가와타나 강이 흐르는 시가지의 치수와 사세보시의 이수를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시타씨가 참여하는 '이시키댐 건설 절대 반대 동맹'과 '이시키댐 수호대", '물문제를 생각하는 시민모임' 등 댐 건설 반대측은 이의를 제기한다. 지난해 11월 22일 나가사키 신문의 인터뷰에서 이마모토 히로타케(今本博健) 교토대 명예교수는 "이시키 댐의 치수효과는 없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폭우가 내리는 경우, 댐으로 범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가와타나 강 하구 지점과 이시키댐의 바로 밑 정도에 한정된다. 그리고 100년에 한 번 내릴까 말까한 호우 예측량을 넘어서는 비가 내릴 경우에는 댐 자체의 치수 효과가 없어진다. 일정 한도의 홍수만을 치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이미 틀렸다. 홍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기초해, 제방 보강 등 유역 전체에서 불어난 강물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홍수로 인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치수의 근본이거늘, 나가사키현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댐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하면서도 1990년에 엄청난 수해를 입은 노구치 강 저지대에 치수대책과 배수시설 보강 없이 새로운 주택 건설을 허용했다. 대홍수로 침수되었던 저지대 마을은 홍수 이후에 오히려 농지가 주택지로 대부분 전환되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세대가 거주하게 되었다. 이와시타씨는 "저지대에 주택을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주택 건설 규제가 필요한 지역에 현이 무리해서 입지를 허가한 것은 이 지역의 홍수 피해 리스크를 부각시켜 댐 건설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나가사키현 의회의 스에츠구 세이이치(末次精一)의원은 사세보 시 수도국의 "만성적 물 부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 9월 스에츠구 의원은 의정보고 자료를 통해 사세보 시 수도국이 내세우는 물 수요 예측량이 너무 과대하게 산정되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배수과정의 누수가 심각한 수준이므로 중요한 것은 누수 대책이라고 말한다. 시가 보유할 수 있는 물의 양에 비해 공급 과정에서 누수율이 10%이상에 다다른다는 것은 곧 물이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이시키 댐 건설 반대측은 사세보 시 인구는 급감하는데, 애초에 인구 증가를 상정해서 물 수요 폭등을 전제로 해 계산한 물 수요 예측 자체가 어긋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댐 건설 예정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가장 절박한 반대 이유는, 조상 대대로 살아왔고 자신이 태어나 지금껏 자식을 기르고 이웃과 함께 나이들어 온 고향에서 강제로 내쫓기고 싶지 않다는 데 있다. 댐 건설 예정지란 것은 곧 수몰을 의미한다. 카와타나 마치 이와야고 코바루 지구에 댐이 들어서면 산 깊고 물 맑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며 다양한 동식물이 사람과 더불어 공존하는 이 역사 깊은 마을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게 된다. 마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니 역사를 묻어버리는 것일까.
이와시타씨도 코바루에서 태어나 코바루에서 살아왔다. 선조 대대로 이 마을을 지켜온 토박이다. 지금은 평소에는 부부 두 사람과 아들 1명이 함께 살지만, 주말이 되면 큰 아들 내외가 손자, 손녀를 데리고 놀러 오기 때문에 3대가 모인다. 마침 이와시타씨가 차를 대접하겠다며 집으로 초대해 주어 자택까지 들어서니, 이와시타 씨의 사모님도 만나볼 수 있었다. 손님이 왔다며 커피와 녹차를 5차례 정도는 내왔던 이와시타 여사는 "고향은 돈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보상금 같은 건 거부하고 끝까지 남아서 싸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주민 이와시타, "홍수 방지나 물 부족은 댐 아니라도 방법 있어요"
이와시타씨를 만나기 위해 코바루 입구에 들어섰을 때 동네 사랑방과 같은 간이 오두막이 있었다. 출입문 앞에 "댐건설 관계자 면회 거부"라고 써붙여 놓은 것이 있었는데, 이와시타 씨 집 현관문에도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집까지도 찾아오느냐고 물었더니, "찾아오지만 만나주지 않으니까 돌아갑니다"라고 답한다. 이와시타 씨 댁의 거실에 마주 앉아 "왜 그토록 댐 건설을 반대하느냐?"고 물었더니 말을 아끼던 그가 입을 열었다.
"사업이 처음에 나온 당시부터 댐이 정말 필요한가 필요성에 의문이 있었지요. 댐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반대하는 겁니다. 홍수 방지나 물 부족 해결은 댐 아니라도 대체할 방법이 있어요." 이와시타씨를 비롯하며 댐 반대측 주민과 학자들, 의원과 활동가들이 주장하는 대체안으로는 먼저 치수면에서는 댐보다는 강폭을 넓히거나 제방을 보강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물부족 해소 면에서는 해수의 담수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실제로 물의 공급 과정에서의 누수를 방지해 물 공급의 유효비율을 향상시키고 행정적으로도 절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댐이든 대체안이든 어느 쪽도 필요없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현이나 시 수도국은 해수의 담수화 등 대체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온 그룹에 대해서 댐보다 고비용이고, 시설 수명이 짧고, 수도요금이 올라가게 되므로 대안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스에츠구 의원은 재반론을 펼쳤다. "현재 해수의 담수화 시설이 있는 곳이 오키나와, 후쿠오카 등인데, 사세보시에는 후쿠오카처럼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사세보에 맞게 소박한 센터를 건설하면 비용은 160~200억 엔으로, 이시키 댐 건설 비용 285억 엔보다 저렴하다. 반면 구마모토현의 가와베가와 댐은 당초 예산 350억엔이 3300억 엔까지 올라간 것처럼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댐 사업이다."(2009.9.1.현정보고신문 이시키댐 특집호)
댐으로 물을 만드는 것보다 해수에서 물을 만드는 것이 비용은 더 높은 편이지만 이 비용의 차이는 전기료의 차이이기 때문에 이는 풍력발전 등의 발전설비를 가지면 해결된다는 분석도 덧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나가사키 현과 시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 외에, 댐 건설에 집착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지는 않을까? 2001년 '탈(脫)댐 선언'을 한 바 있는 당시 나가노 현 다나카 야스오(田中康夫) 지사에 따르면, 이수· 치수 등의 다양한 효용이 있다고 주장되곤 하는 다목적 댐 건설사업은 일본 중앙 정부가 절반의 예산을 부담한다. 50%는 현이 부담하지만, 이중 95%는 채권발행(빚)이 인정되어 상환시에도 66%는 교부세 조치라는 이름하에 정부가 해결해준다. 결국, 댐 건설 전체 비용의 80%는 국고에서 부담하는 셈이다.
다나카 전 나가노현 지사는 탈댐 선언문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국가에서 금전적 보조를 보증해주니까'라는 식의 안이한 이유로 댐 건설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하천 개수 비용이 댐 건설보다 고액 소요된다 하더라도 100년~200년 뒤 우리 자손에게 남길 자산으로서 하천과 호수, 늪의 가치를 중시하고 싶다. 장기적 시점에서 보면 일본의 등뼈에 위치해 많은 수자원을 가지고 있는 나가노 현에 가능한 한 콘크리트 댐을 만들어선 안된다. 치수의 본연의 자세에 관한 전국적 규모의 광범위한 논의를 기대한다."
나가사키현은 오는 21일 현 지사 선거를 치른다. 지사가 바뀌면 댐 정책도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댐 관련공사는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시타씨는 선거에서 댐을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며, 이후에는 선거 결과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지사 선거 후보로 나선 사람들 중 댐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공산당의 후카마치 다카오 의원 등은 당선 가능성이 낮다. 반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나카무라 노리미치 현 부지사다. 그는 댐 추진파다.
그러나 이와시타씨 등 마을 주민들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끈임없이 현에 주민의 요구를 전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필요성도 의심스러운 곳에 혈세를 낭비하는 전국 댐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 하면서도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댐 사업은 지사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은 올해 여름까지 댐에 의지하지 않는 치수 대책과 치수 효과 평가 방법 등 기준을 정리해 이에 준거하여 댐 사업의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강력하게 소신을 펼치고 있으므로, 가와타나 코바루 마을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은 "국가는 사업을 중지할 권한은 없으나, (보조금을 주지 않을) 재량은 있다"라고 말해, 지자체가 정부 기준안에 맞지 않는 댐사업을 밀어부칠 경우 올해 예산의 보조금 지급을 중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지난해 큰 논란이 되었던 군마현의 메가톤급 국책사업 얀바댐 공사중단 가능성을 이야기한 이후, 최근 지역민과의 간담회에 참여한 그는 "이전 정권이 국책 사업, 공공 사업은 한 번 시작하면 절대로 도중에 멈추는 일은 없다라는 자세를 견지했다면, 현 정권은 다르다"면서 정책 전환에 따른 주민들의 고통은 "모두 정치의 책임"이므로 "주민 생활 재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겠다. 그러나 댐 공사를 재검토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거센 반발의 목소리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의 이런 자세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댐 건설, 경기회복 목적 있으나 수계 찢고 생태계 파괴
1996년에 출간된 책 <미국은 왜 댐 개발을 중지했는가>는 일본의 '공공사업 감시 기구를 실현하는 의원모임'이 펴냈는데, 이미 당시부터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 등이 이 모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공공사업에 혈세 낭비는 용서할 수 없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리고 책 속에는 미국의 대형댐 건설기구로서 유명한 개간국의 다니엘 비어드 총재가 1994년 5월 불가리아에서 개최된 국제가뭄재해 및 배수위원회에서 "미국에 있어 댐 개발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던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다니엘 비어드 총재의 발언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도 미국의 정책 기조로서 이어지고 있다.
왜냐면 1987년에 이미 개간국은 향후 댐건설보다 효율적인 물 이용에 중점을 두겠다고 새로운 방침을 밝혔던 것이다. 미국의 정책 전환에 큰 전환의 계기를 가져온 것은 1993년 미시시피강과 미주리강을 덮친 대홍수였다. 이 대홍수는 댐 건설이나 방제 등 구조물로서 홍수를 완벽히 예방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상류 유역의 보수 기능 충실화, 범람지구에 투자, 주민의 홍수 보험 가입 등 주민의 물적, 신체적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치수의 근본 정신에 더 다가서게 해주었다.
위의 책에 따르면, 수질악화나 댐 건설에 있어서의 엉터리 편익 분석에 대한 납세자들의 비판, 정치가와 토건업계 유착으로 건설 목적이 확실히 없이 마구잡이로 댐을 만드는 문제에 대한 비판, 연방 예산의 교부금 배분 문제점, 지금까지 경시된 하천의 다양한 가치 재인식 등을 배경으로 미국은 1996년 시점에서 하천정책에 큰 전환이 있었다. 3개의 방향성인데, 대규모 댐은 건설하지 않는다는 것, 노후화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기존 댐은 철거한다는 것, 철거를 하지 않는 기존 댐도 일정 수량은 물을 하류에 방출하는 것이다. 결국 강은 흐르지 않으면 죽는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러한 미국의 하천 정책, 댐 정책 전환을 연구하고 받아들인 것이 일본의 '공공사업 감시 기구를 실현하는 의원모임'이며 거기에 현 일본 정부의 총리와 국토교통상이 참여한 것이다.
댐은 다양한 효용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머나먼 옛날에도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위해 소규모 흙댐을 만들었다고 하며, 흔히 댐 건설의 근거로 수력발전과 관개, 홍수와 가뭄 방지, 관광지로서의 개발 등이 거론된다. 미국에서 대규모 댐 건설이 시작된 배경에 대공황과 뉴딜정책이 있었듯이 공공 토목사업 실시에 의한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의 목적도 있다. 그러나 댐 건설은 수계를 찢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하천이 가진 가치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늘 그동안 하천의 역사와 문화와 환경적 가치, 그리고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권리 등은 오랜 세월 경시돼 왔다.
일본과 미국은 대규모 댐을 너무 많이 만들어 왔고, 이제는 댐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댐에 대해서도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되는 댐은 철거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경기 연천댐이 1996년과 99년 두 차례나 붕괴되어 2000년에 철거된 일이 있다.
강은 흘러야 한다. 그리고 우리 곁에서 숨쉬어야 한다. 자연의 흐름을 인간이 억지로 가로막는 댐 건설은 어떤 재앙을 가져올 지 모른다. 게다가 댐 건설이 가져올 효용성을 '계산'해보더라도, 효용성과 수익 자체에 의심이 간다. 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 명예교수는 "치수의 사명은 어떠한 대홍수에 대해서도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댐에 의한 치수를 고집할 경우, 반드시 그 계획을 넘어서는 호우가 내려 언젠가는 파괴적 피해가 생길 것이다. 댐의 치수 기능에는 본질적인 결함이 있다. 지금 중요한 건 댐을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치수의 본연을 어떻게 할까 하는 문제의식이다. 더이상 댐을 만들어선 안 된다"라고 말한다.
댐뿐 아니라 어떠한 공공사업과 국가정책이라도 그 사명은 국민의, 혹은 주민의 삶을 지켜주는 것이다. 일본의 탈댐화와 국책사업 전면 재검토,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 이동하여 복지를 위해 힘쓰겠다는 개혁의 실험이 성공하면 한국사회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혈세를 낭비하고 주민의 삶과 생명, 생태계를 찢고 병들게 하는 국책사업이 감시받고, 전면 재검토되고, 중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선은 대규모 준설에 의해 깊이 파헤쳐진 강바닥의 퇴적층에서 오염된 진흙층이 나와 수질오염과 주변 토양오염 위험까지 예측되는 4대강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사업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전국 16개의 보(洑,작은 댐) 건설과 대규모 준설이라는 개발주의적 하천 정비 사업 추진보다는 진정으로 강과 자연, 그리고 국민의 삶을 살리는 바람직한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한국에도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 토건에서 복지로 이동하는 과감한 결단과 개혁이 요구되는 때다.
* 인용자료
공공사업 감시기구를 실현하는 의원모임 편,『アメリカはなぜデム開発をやめたのか』,築地書館,1996.
長崎県議会議員·末次精一·県政報告新聞 第9号,2009.9.1.
나가사키 신문, 石木ダム計画を問う(4)=治水代替え案編, 「識者に聞く/今本博健・京都大名誉教授」,2009.11.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