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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난히도 긴 것 같습니다. 눈도 많이 오고 삼한사온을 잃어버린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거기에다 국내외적으로 들려오는 소식들은 밝은 소식보다는 어두운 소식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겨울이라는 체감온도는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옥상 텃밭에 자주 올라가 보았습니다. 지난 늦가을 심었던 마늘이 전부 얼어죽은 것은 아닌가 싶어 마늘밭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지만, 어제까지 마늘싹이라고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참새와 비둘기가 옥상텃밭의 기운을 돋우기 위해 버려둔 음식물찌꺼기에서 먹을 것을 찾아먹느라 옥상텃밭에 모여듭니다. 비둘기에게는 조금 적대적으로, 참새에게는 조금 호의적으로 대했더니만 요즘은 비둘기는 오지 않고 참새들만 날아듭니다.

 

오늘(8일)은 참새를 한 번 사진으로 담아볼 생각에 참새가 제법 많이 모이는 옥상 한 구석에 위장을 하고 쪼그리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이미 눈치를 챘는지 사진으로는 담기 어려운 정도의 거리에서만 알짱거립니다. 결국 다리가 저려서 포기했지요.

 

문득 어린시절, 삼태기 밑에 쌀을 한 줌 펼쳐놓고 끈을 연결한 뒤 작대기로 세우곤 참새사냥을 하던 기억이 났습니다. 얼마나 영리하고 빠른지 그 방법으로 단 한 마리도 잡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참새를 잡으려고 숨을 죽였던, 다리가 저려오고 손에 땀이 맺혔던 날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어릴 적에는 흔한 것이 참새더니만, 이젠 참새구경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살아 숨쉬는 참새를 보기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참새구이도 사라졌습니다. 70년대, 80년대 초반까지는 그래도 포장마차에서 어렵지 않게 '참새구이'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참새를 위장한 병아리라고 하더니만, 그마져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조금은 잔인한 것 같지만 인간은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의 희생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뭐, 요즘이야 다른 종을 넘어서 같은 종인 인간의 희생을 담보로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세상이니 말해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참새 사진찍기에 실패하고 옥상텃밭 중 마늘밭을 바라보다가 제일 먼저 싹을 낸 마늘을 만났습니다. 하필이면 아직도 얼음이 남아있는 그곳에서 용감하게도 싹을 내밀었습니다. 그 마늘싹을 보면서 '결국 봄은 오는구나!' 생각하며, 오는 봄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미 봄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니 실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예감할 수 있는 것이 봄입니다. 아니, 예감하지 못한다고 오는 봄이 겨울로 되돌아가지는 않겠지요.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금남보' 단 하나를 제외한 15개 보는 수리모형실험 최종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공사가 강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책임자는 무책임하게도 나중에 실험결과를 공사에 반영하기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강이 되돌릴 수 없는 데까지 훼손되어야만 비로소 '그것이 잘못 되었구나!' 뒤늦은 후회를 할 것 같아 무섭습니다. 그때면 4대강 사업을 밀어부친 이들 중 책임을 질 이들은 아무도 없겠지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옥상 텃밭에 삐죽 올라온 마늘싹 하나에서 봄을 봅니다. 그 싹 하나를 보면서 봄을 더욱 더 간절히 기다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이내 현실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여지는 하나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면 좋겠습니다.


태그:#봄, #마늘싹, #4대강 사업,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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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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