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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9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에서 MBC 노동조합원들이 전날 방문진에서 새로 임명한 황희만 보도본부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2월 9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에서 MBC 노동조합원들이 전날 방문진에서 새로 임명한 황희만 보도본부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 김동환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 "우리가 막는 이유 알죠? 회사를 위해 용퇴해 주십시오."
황희만 신임 보도본부장 : "이번 (출근 저지) 투쟁에 논리적인 모순이 많아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임명된 이사가 작년 연말에 있었고, 지금 출근하잖아요. 왜 그때는 낙하산이라는 얘기가 없었고 이번에만 낙하산이라며 출근을 저지합니까?"

9일 오전 7시 50분께, 황희만 MBC 신임 보도본부장이 후배들에게 들은 인사말은 '용퇴'였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MBC 노동조합원 20여 명은 여의도 사옥 1층에서 황 본부장의 회사 진입을 막았다.

황 본부장으로서는 당연히 달갑지 않은 상황.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황 본부장은 이근행 위원장과 사옥 앞에서 '낙하산' 논쟁을 벌였다. 황 본부장은 "작년 연말에 방문진이 임명한 이사는 잘 출근하는데, 왜 내 출근길은 막느냐"고 따졌다. 양쪽 모두 목소리는 높이지 않았지만, 물러서지도 않았다.

황희만 "왜 우리만 낙하산인가" - 이근행 "그걸 몰라서 묻나"

이근행 : "이번 이사 임명에 MBC 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 사실상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이 임명한 겁니다."
황희만 : "방문진 체제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잖아요."
이근행 : "지금의 방문진이라면 존재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문진 때문에 MBC가 공영방송 기능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황희만 : "이런 투쟁이 정파적으로 비쳐, MBC를 시기하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어요!"

 2월 9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에서 MBC 노동조합원들이 전날 방문진에서 새로 임명한 윤혁 TV 제작본부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2월 9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에서 MBC 노동조합원들이 전날 방문진에서 새로 임명한 윤혁 TV 제작본부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 박상규

'작년 연말에 방문진이 선임한 이사'는 김재영 경영본부장을 말한다. 황 본부장과 대화가 안 통한다는 듯 이근행 위원장은 고개를 돌렸다. 이근행 위원장 주변에 있던 노조원들이 구호로 답했다.

"정권의 앞잡이 방문진은 해체하라!"
"정권의 하수인 낙하산은 물러가라!"

황 본부장도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작심한 듯, '지금의 MBC는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본심을 풀어냈다.

"제가 울산문화방송에 (사장으로) 있으면서 항상 하던 말이 있는데, 공영방송은 국민의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쪽 바다로 치우쳐 있으면 안 됩니다. 이것이 공영방송에 대한 나의 철학입니다."

하지만 후배들은 선배의 '철학'을 인정하지 않는 듯 "MBC 사수하여 언론자유 지켜내자"고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일부 후배들은 "돌아가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황 본부장이 길이 막혀 MBC 사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오전 8시 10분께, 이번에는 윤혁 신임 TV제작본부장이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MBC 사옥 앞에서 내렸다. 후배들은 다시 "공영방송 소신 없는 부적격자 물러가라"는 구호로 아침 인사(?)를 대신했다.

표정이 굳어진 윤 제작본부장은 사옥 입구를 막아선 노조원들에게 "언제까지 이럴 겁니까?"라고 물었다. 후배들은 "우린 계속 이렇게 갈 것이다"라고 답했다. 윤 제작본부장은 약 1분 동안 현장에 머물다 떠났다.

 2월 9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에서 MBC 노동조합원들이 전날 방문진에서 새로 임명한 황희만 보도본부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2월 9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에서 MBC 노동조합원들이 전날 방문진에서 새로 임명한 황희만 보도본부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 김동환

"낙하산들은 공영방송 위해 용퇴하라"

윤 제작본부장의 등장으로 잠시 뒤로 물러섰던 황 본부장이 다시 후배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낙하산 논쟁'을 다시 이어갔다.

황희만 : "위원장님, 저는 정성을 다해서 일하려고 합니다."
이근행 : "지금은 입장이 다르지만, 저희가 옳다고 믿습니다. 방문진 이사장이 보도본부장을 밀어넣는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방문진이 칼자루를 휘두르는 상황에서 (이사가 된다고) 뭘 할 수 있습니까? 용퇴하더라도 다 이해해 줄 겁니다."
황희만 : "왜 우리만 낙하산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이근행 : "왜 낙하산인지 또 설명해야 합니까?"
황희만 : "다만 어느 것이 회사를 위해 효율적인 방안인지 생각해 봅시다."

황 본부장은 오전 8시 30분이 넘자 '논쟁'을 끝내고 "내일 보자"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MBC 노조원들은 1층 로비로 들어가 농성을 이어갔다. 농성장 주변에는 "정권의 앞잡이 방문진을 해체하라", "MBC 장악음모 총파업으로 분쇄하자" 등의 구호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KBS, YTN 등 다른 방송사에서 봐왔던 아주 익숙한 풍경이 MBC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MBC 노조는 총파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11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근행 위원장은 "공영방송으로서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MBC를 지키기 위해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황희만 보도본부장, 안광한 편성본부장, 윤혁 제작본부장을 선임했다.


#MBC#이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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