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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8일)부터 1박 2일 동안 9년을 같이 공부하는 목사님들과 함께 전남 담양군에 있는 추월산(731m)과 전북 순창군에 있는 강천산(583m)을 다녀왔습니다. 지리산, 내장산, 설악산처럼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가을 단풍이 참 아름답고, 가을이면 산봉우리와 보름달이 맞닿는다고 해서 추월산이라고 이름을 지었답니다. 강천산은 병풍바위와 병풍폭포, 구룡폭포가 산을 찾는 이에게 감동을 줍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려도 가기로 했습니다. 구름다리가 눈 앞에 있는데 어떻게 그만 둘 수 있습니까. 목사님 한 분은 등산을 자주 가는데 정말 산에 잘 오릅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산에 오르는 일이 별로 없으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구름다리에 오르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다들 그만 주저 앉을 뻔했습니다.

 추월산 구름다리를 오르는데 일행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추월산 구름다리를 오르는데 일행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 김동수

 추월산 구름다리
추월산 구름다리 ⓒ 김동수
구름다리에 서니 힘들게 올라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용추산에는 구름다리가 있었는데 구름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무섭기보다는 작은 쾌감이 들어 마음이 묘했습니다. 구름다리를 건너가는데 방금 전 든 작은 쾌감은 어디로 가고 무서움이 온 몸을 휘감아 돌았습니다.

흔들거리는 구름다리를 보면서 이것을 만든 분들 심장은 얼마나 튼튼했을까 생각해보니 오싹해졌습니다. 구름다리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에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난공사였겠습니다.

비가 내려 계단은 미끄러웠지만 계단 하나 하나를 오를 때마다 힘들게 일한 분들에게 고마움이 들었습니다. 그 분들 수고가 아니었다면 편안하게 오르지 못하고, 구름다리 위에서 정말 멋진 모습을 구경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구름다리에서 내려와 위를 보는데 구름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보다 오히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름다리가 구름 위에 있었습니다. 구름 안개 때문에 산 위에서 산 아래를 볼 수 없지만 구름다리 아래에서 구름다리 위를 쳐다보는 것은 색다른 마음이었습니다.

 담양군 추월산 구름다리
담양군 추월산 구름다리 ⓒ 김동수

구름다리 아래에는 용소(龍沼)가 있는데 정말 깨끗했습니다. 이 용소에서 흘러 가는 물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궁금했습니다. 바로 이곳이 영산강 시원지라고 했습니다. 영산강이 여기서 첫 발을 내딛는다는 말에 기뻤습니다. 용소는 깨끗한데 영산강은 이제 4대강 삽질 때문에 생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영산강 시원지 용소처럼 영산강이 하루 빨리 깨끗한 강으로 살아나가를 바랐습니다.

 구름다리 위에서 바라 본 영산강 시원지 용소
구름다리 위에서 바라 본 영산강 시원지 용소 ⓒ 김동수

 영산강 시원지 용소
영산강 시원지 용소 ⓒ 김동수

추월산 구름다리와 용소를 다녀 온 후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래만에 등산한 사람들은 강천산에 오르지 말고, 그냥 집에 돌아가기를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목사님은 어떻게 해서든 산에 오르기를 바랐습니다. 목사님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아침을 먹고 나니 비가 그쳤습니다. 결국 산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전북 순창군 강천산  병풍바위엔 높이 40m, 물폭 15m인 병풍폭포가 있습니다. 물이 많이 떨어질 때는 1초에 5톤이나 된답니다. 정말 산에 오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북 순창군 강천산 병풍폭포
전북 순창군 강천산 병풍폭포 ⓒ 김동수

▲ 병풍폭포와 구룡폭포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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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어느 해보다 눈이 많이 왔지만 우리가 사는 동네인 경남 진주엔 눈다운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강천산에서 눈을 만났습니다. 병풍폭포에서 떨어지는 물과 쌓인 눈에 함께 어울려 큰 빙산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남극에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병풍바위를 뒤로 하고 구장군폭포를 목표로 삼아 오르고 있는데 만들다 만 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건너고 싶었는데 막아 놓았습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와 떠내려가버리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옆에 있던 목사님 한 분이 옛날 고향에 이런 다리가 있었는데 여름에 비만 오면 떠내려가버렸다는 추억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만들고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아마 이 다리도 올 여름을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강천산 계곡 다리
강천산 계곡 다리 ⓒ 김동수

 강천산 구룡폭포
강천산 구룡폭포 ⓒ 김동수
병풍폭포에서 30분쯤 걸어 올라가니 구룡폭포가 있습니다. 아홉마리 용이 하늘에 올라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폭포 이름에는 '용'자가 들어간 이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강천산에 있는 폭포도 구룡 폭포인데 겨울이라 물이 많이 없는데도 산 위에서 내려오는 폭포를 보면서 여름에 오면 정말 대단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저 폭포를 통해 용이 올라갔을까요. 진짜 용이 올라갔다면 대단했을 것 같습니다. 용은 보이지 않고 물만 하늘 위에서 떨어집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는지 녹은 눈과 작은 돌들이 계속 떨어집니다. 그 추웠던 강천산 겨울은 남녘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에 밀려 북녘으로 저만치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겨울은 봄을 이길 수 없습니다. 구룡폭포를 뒤로 하고 산 아래로 내려오는데 참 아름다운 길이 있었습니다. 옅게 낀 안개는 정말 걷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게 하였습니다. 연인, 부모, 자녀, 동무들과 함께 걸어면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삶을 나누고,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였습니다. 물론 함께 걷는 이 없어도, 안개와 나무, 강천사를 벗삼아 걷는 것도 뜻 깊을 것입니다.

 같이 걷는 이가 없다면 안개와 나무를 벗삼아 걸을 수 있는 강천산
같이 걷는 이가 없다면 안개와 나무를 벗삼아 걸을 수 있는 강천산 ⓒ 김동수


#추월산#구름다리#강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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