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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는 개, 돼지가 될 것이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300여명의 조합원 앞에서 결연히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개, 돼지가 되면) 권력의 발바닥을 핥으며 살아야 하지만 그럴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전 조합원이 뭉쳐 MBC를 지켜내자"며 "11일부터 이뤄지는 총파업 찬반투표 자체가 투쟁인 만큼 많이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9일 오후 5시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에서 MBC 조합원 비상총회가 열렸다. MBC 로비에 있는 큰 기둥 두 개에는 '사수 공영방송' '분쇄 방송장악'이라고 적힌 노란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 비상총회에는 노조집행부가 준비한 방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참석했고 그 수는 300명이 훌쩍 넘었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8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황희만 울산 MBC 사장, 윤혁 부국장, 안광한 편성국장을 MBC 이사 선임을 강행하고 엄기영 MBC 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후 열린 비상총회인 만큼 참석한 조합원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비상총회에 참석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싸움을 걸어왔고 우리는 전선에 서 있다"는 말로 현재 상황을 표현했다. 최 위원장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피해서도 안 되고 피할 필요도 없다"며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1만3000명 조합원 동지가 여러분과 함께 힘차게 싸우겠다"는 말로 연대사를 마쳤다.

 

조합원 자유발언에 발언자로 나선 TV 편성국 오동운 조합원은 "기왕 나서야 할 길이라면 두려움 없이 함께하는 사람들과 가자"는 말로 조합원들의 기를 북돋웠다. 예능국 임정아 조합원은 "입사 후 13, 14년 간 여러 번 파업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착잡한 적이 없었다"며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함께 힘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의 수중 카메라 감독이었던 김만태 조합원은 "잘못 돼 가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잡는 것이 이 땅의 방송인으로서 할 일"이라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자유발언 이후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 위원장은 "싸움이 시작됐다"며 "싸움의 끝에서 우리가 이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대가를 치르는 만큼 언론이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박상재 전 위원장에게 노조를 넘겨 받으며 MBC를 다치지 않게 지켜서, 다음 위원장에게 넘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제일 뒷줄에 앉아있던 한 조합원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MBC 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는 11일 부재자 투표를 시작으로 다음주 18일까지 본 투표가 진행될 계획이다. 가결될 경우 서울지부를 비롯 19개 지역 MBC 지부가 모두 총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태그:#MBC, #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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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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