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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제주도월별이사율비교 2008년도 제주도와 전국 인구이동율 월별비교
전국-제주도월별이사율비교2008년도 제주도와 전국 인구이동율 월별비교 ⓒ 라영수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사를 한다. 새로운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또는 자손들의 학교 옆으로, 자기집을 마련하기도 하고, 생활이 나아져 더 큰집으로 옮기거나, 혹은 외국으로 이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이사는 좀 더 편리하고 낳은 생활을 위하여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중에 반대의 경우도 있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육지의 이사는 손이 없는 달과 날을 받아 이사를 연중에 해왔다. 주로 봄철과 가을철에 몰리는 경향이 있으나 1년 내내 이사를 한다. 이제까지의 이사는 힘든 생활사 중 하나였으나 이제는 '포장이사'까지 등장하여 이삿짐 센터에서 짐이 있던 자리에까지 날라다 주는 편리한 시대가 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8년 전국 인구이동율은 17.8%였고 수도권은 20%를 넘나들었으나, 제주는 최하위 14%를 밑도는 경상북도 다음인 14.5%의 이동율을 나타내었다. 즉, 제주도의 이사건수는 전국평균치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제주도에는 육지사람들이 잘 이해 못하는 제주만의 세시풍습인 '신구간(新舊間)'이 있다. 제주사람들은 '신구간'이란 1주일 기간 내에 이사를 한다. 이사율은 높지 않으나 육지의 이사는 1년 내내 이뤄지지만, 제주에선 365일 중 신구간에만 집중적으로 이사가 이뤄져 북새통이 이는 것이다.

이사_포장이사_S.jpg 안산시 주택가에서 포장이사를 하고 있는 이사짐센터 화물차량
이사_포장이사_S.jpg안산시 주택가에서 포장이사를 하고 있는 이사짐센터 화물차량 ⓒ 라영수

제주도는 신들의 고향이다. 무려 1만8000 신격(神格)이 있다. 인간생활의 일반적인 일을 관장하는 일반신 외에, 마을을 수호하는 당신(堂神), 씨족수호신으로 대별되는데, 일반신만 하더라도 직능상 종류가 다양하여 그 수가 모두 합쳐 1만8000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많은 신들을 제주향토사학자들도 잘 헤아리고 있을지 의문이 갈 정도이다.

'신구간'의 기간은 대한(大寒) 5일 후부터 입춘(立春) 3일전까지 1주일간이다. 이 기간 내에 모든 1만8000 신격들이 모두 옥경(玉京-옥황상제가 계신 곳)으로 올라가 1년간의 임무에 대한 평가를 받고 새로운 신격이 임지로 내려온다. 고로 이 1주일간, 제주에는 인간만 남고 신격이 없어지는 것이다. 인간들은 이 기간(신구간)에 이사를 한다거나 집을 고친다. 또 변소를 고치거나 담장을 치는 등 모든 인간생활잡사를 해결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 기간 외에 이러한 일들을 하면 '동티'가 나서 액을 면치 못하며 심지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신들이 없는 기간 '신구간'에 이사가 러시를 이룬다.

진성기 관장 제주민속박물관 진성기 관장
진성기 관장제주민속박물관 진성기 관장 ⓒ 라영수

'신구간'의 유래에 대하여 여러 가지 주장이 있으나, 탐라국부터 전해 내려온 제주 고유의 문화라는 설이 대세다.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제주민속박물관의 진성기(75) 관장의 말을 들어보자.

"탐라국은 농업이 시작된 시기로 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로 제주도의 모든 풍습의 원형이 갖추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5000년을 지나 아직도 신구간이 지켜지는 것은 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배경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지 기간과 군사 독재기간에 신구간을 미신이며 악습이라 하여 행정력으로 폐기코자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신구간'은 부동산 거래의 기준단위가 되어버려 1년간이 신구간에서 다음 신구간으로 계산된다. 신구간의 여러 가지 세시풍속 중 이사풍습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기준을 쉽게 변경하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된다.

<한라일보> 강문규 논설실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신구간이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는 주거문화의 변화이며, 시대의 변천이 따라,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여 제주인의 주택보유율을 100%에 이르게 되었고 아파트의 준공일에 맞추어 입주를 함으로 신축아파트 입주는 신구간을 무력화시키는 요소가 됐다. 특히 젊은 층은 신구간 자체에 아무런 뜻을 두지 아니함으로 날이 갈수록 신구간은 쇠퇴하게 된다." 

신구간 때는 이사를 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물론이려니와, 이삿짐 센터도 눈코 뜰 사이가 없다. 생활환경이 개선된 90년대 이후부터는 이사 쓰레기로 제주도가 몸살을 앓고, 전화와 인터넷 가설 이전 폭증으로  전화국은 초비상사태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기간은 잠자던 제주의 경기가 반짝 살아나는 때로 제주 경기에 활력을 주는 약이 되기도 한다. 한때는 군사정부에서 새마을 사업을 한답시고 신구간도 폐습 중 하나로 몰아 행정기관에서 주도하여 금지를 시키기도 하였으나, 신구간은 제주도민들에 의하여 끈질기게 지켜져 왔다.

최근에는 '신구간'은 전통에서 비롯된 합리적이며 과학성을 가진 풍습으로 재평가 되고 있으며, 사라지기 전에 지키는 방법을 찾기 위하여 축제형식으로 발전시키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있다. 입춘을 비롯하여 '한라산 들불축제' 및 입춘굿 등 행사와 연계해 '신이 없는 인간세상의 축제', 입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사람들의 축제 등을 하는 건 어떨까.

'신구간'은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는, 아니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제주만의 고유전통문화로서 길이 보존 발전시킬 풍속이며,  우리민족의 뼈속에 묻혀있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랑스러운 유산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2일 후 안산지방신문에 제공됩니다



#신구간#제주의 이사#제주 세시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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