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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아래 자문위, 위원장 곽노현)가 전국 교육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로 추진해 수많은 논란과 관심을 끌었던 학생인권조례 최종안 2가지를 김상곤 교육감에게 제출했다. 2가지 최종안에는 체벌금지와 두발자유를 비롯한 핵심 내용들이 그대로 담겼다.

 

자문위는 10일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도교육청 제3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교육감에게 조례안을 전달하고, 조례안 성안 과정과 주요 내용들을 설명했다.

 

곽노현 위원장에서 조례안을 전달받은 김상곤 교육감은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터득하고, 상호 존중할 수 있는 학교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지 고면하며 안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조례안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조례를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 발전과정에서 헌법이 규정한 인간 존엄성과 권리를 학교 구성원 모두가 논의하고 존중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 조례안은 아주 소중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 산물입니다. 조례안을 중심으로 우리 학생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의 소양과 인성을 갈고 닦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조례로 성안되는 걸 추진하겠습니다."

 

김 교육감은 "도교육청에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은 교권보호헌장안도 이달 안에 작성하게 된다"면서 "학생인권과 교사교권이 존중돼 학교문화가 다양하게 재창출 된다면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선진미래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례안 채택 시행되면 가히 교육혁명이라 말씀 드릴 수 있다"

 

조례안의 의미에 대해 곽노현 자문위 위원장(전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은 "조례안이 채택돼 필요한 조치와 병행돼 시행된다면 생활지도 교육의 페러다임 변화라는 면에서 가히 교육혁명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다"고 자신감과 긍지를 표현했다.

 

일부 언론에서 자문위 내부의 이견 때문에 의견을 조율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돼 자문위가 지난 1일 교육감에게 조례 최종안을 제출키로 했던 걸 9일이나 늦춘 것이란 식의 보도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다.

 

곽 위원장은 "최종안은 무엇보다도 자문위원회 13명의 합의의 결과이고, 일부 언론에서는 공개 날짜가 바뀌니까 혹시 내부 이견이 있는 건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발표가 늦어진 이유는 최종안 해설과 초안의 중요 쟁점에 대한 자문위 검토 의견, 전문가 의견 요약 등 제출하는 문건들을 작성하는 작업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례안과 함께 제출한) 이 문건들이 조례의 입법 취지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앞으로 다른 교육청에서 조례를 만들 때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해 만들었습니다. 모범적인 조례가 성안되기 위해 거쳐야할 과정과 논의를 거쳤습니다."

 

또한 곽 위원장은 "오늘 안은 자문위의 최종안이며 (도교육청에서) 최대한 정신과 취지를 존중해 주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교육청 당국에서 특별한 요구를 받거나 사전 협의를 받은 것은 전혀 없고 100% 독자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왔다"고 덧붙였다.

 

학내 집회 허용 조항 "삭제한다고 해서 부정될 수 없는 것"

 

조례 최종안은 A안과 B안 2가지인데, A안은 초안(원안)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B안은 일부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첨예한 논란이 됐던 '사상·양심의 자유'(16조), '학내 집회 허용'(17조)와 관련된 것이다.

 

B안은 '사상·양심의 자유' 조항에서 '사상'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학생은 세계관·인생관 또는 가치적·윤리적 판단 등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로 고쳤다. '학내 집회 허용' 관련도 뺐다.

 

하지만 B안에서 '사상'이란 표현 대신 '세계관·인생관 또는 가치적·윤리적 판단'으로 바꾸고, '학내 집회 허용' 관련 조항을 삭제됐다고 해서 내용이 갖는 의미가 초안보다 '후퇴'한 것은 아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오동석 교수는 "사상의 자유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했다"면서 "A안은 그대로 두고, B안은 사상이란 말이 무겁고 모호하게 여겨지며 불필요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사상 표현을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안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인용해 담아냈다.

 

'학내 집회 허용' 조항 삭제도 마찬가지다. 오 교수는 "(집회의 자유는) 삭제한다고 해서 부정될 수 없는 것이며, 헌법의 모든 권리를 조례에 다 담지는 못 한다"면서 "논란이 되고 오해가 생기니까 (삭제한 것이고) 기존의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습에 관한 권리, 사생활의 비밀 등 관련 세부 내용 추가

 

최종안은 또한 초안과 비교해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내용들이 담겼다. 우선 '차별받지 않을 권리'(6조)에는 차별의 사례로 '언어'도 넣어 이주노동자 자녀가 차별받지 않도록 배려했다.

 

'학습에 관한 권리'(9조)에는 "전문계 고등학교는 현장실습 과정에서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으며, 방과후 학교 등의 프로그램 운영은 미리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명시했다(10조).

 

'사생활의 비밀'(14조)에서는 '교육비 미납사실'과 같은 학생에 관한 사적 정보를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없이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징계 등에서의 권리'(26조)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직계 내용을 공고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소수학생의 권리보장'(28조)에는 "학교와 교육감은 빈곤, 장애,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운동선수 등 소수 학생이 그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적정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학생인권옹호관이 인권침해 구제 신청에 필요한 직권조사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도 큰 변화다. 이를 통해 학생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보과 적절한 조사와 시정, 권고 조치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자문위는 조례 제정과 병행되어야 할 조치 사항으로 △학생인권에 관한 학생·교사·보호자 등에 대한 교육홍보 △학생인권에 대한 정기적 실태조사 △학생인권증진을 위한 실천계획 수립 △학생인권심의위원회와 학생참여위원회 구성 △학교별 규정개정위원회 구성 등을 제시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이날 자문위에서 제출받은 최종 조례안에 대한 축조심의와 내용 검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도교육청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3월 하순에 도교육청 안을 결정 행정절차와 입법예고를 거처 도교육위와 도의회에 심의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자문위 곽노현 위원장, 오동석 자문위원과 기자들의 일문일답이다.

 

- 집회 자유 관련해 B안은 조항을 삭제했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오동석 교수 : "(집회의 자유는) 삭제한다고 해서 부정될 수 없는 것이다. 헌법의 모든 권리를 조례에 다 담지는 못 한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걸 부정하는 조례라면 위헌이 될 것이다. 논란이 되고 오해가 생기니까 기존의 헌법과 법률에 의한 테두리 안에서 보장 받는 것이다."

 

- 체벌 조항 등은 교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곽노현 위원장 : "체벌을 해서 유지되는 교권이라면 굉장히 취약한 교권, 아주 앙상한 교권이다. 두발, 복장같은 자율화 조치도 교권침해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오히려 학생들이 당연히 누려할 권리를 누리려면 선생님들은 학생의 권리를 존중해야하고, 관리자는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정말이지 매를 때리고 언어폭력을 행사하면서는 교권은 유지되지 않고, 교권은 붕괴한다.

 

자율을 주지 않고는 자유를 가르칠 길이 없다. 자율을 주지 않고는 책임을 가르칠 길이 없다. 자율과 책임의 기회를 주지 않고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길이 없다는 것이 교육적 판단이라 생각한다. 초기에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학생참여로 있다. 규제를 악용하고 남용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동료학생들의 질타가 쏟아져 단기적으론 혼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도 자율 규제가 작동할 것이다."

 

-학교나 교사가 학생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조례를 위반하면 권고할 수 있는데, 그게 효과가 있겠나?

곽 위원장 : "(학생인권조례를 어기면) 권고를 하게 되는 데, 거기엔 교육감에게 (조례위반자를) 징계하도록 하라는 권고가 포함된다. 따라서 권고는 교육감의 의지 여하에 따라 무겁게 받아들여서 이행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자율 규제로 극복될 것이라 했는데, 사례가 있나?

곽 위원장 : "대안 학교들에서는 지금 얘기되는 인권이 거의 존중되고 잇다. 거기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 있다. 참여와 소통의 힘을 체험 학습하는 장으로 학교를 바꿔내겠다는 것이 학생인권조례의 모든 것이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몸으로 배운 가치만이 10년 후, 20년 후 성인이 됐을 때 행동양식으로 되고 우리사회의 속살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경기도교육청, #김상곤, #경기도,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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