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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눈옷을 입은 나무가 눈부시다.
하얀 눈옷을 입은 나무가 눈부시다. ⓒ 한나영

"해리슨버그시 공립학교에서 알려드립니다. 내일 2월 11일 목요일은 휴교를 합니다."

 

휴대폰으로 걸려온 '비상연락망' 전화 내용이다. 올 겨울 들어 몇 번째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이런 전화를 많이 받았다. 학교가 문을 닫는다고, 학교가 일찍 파한다고, 학교가 한 시간 늦게, 또는 두 시간 늦게 시작한다고. 모두 눈 때문이다. 

 

 I-81 고속도로에서 발견한 눈에 쳐박힌 트럭.
I-81 고속도로에서 발견한 눈에 쳐박힌 트럭. ⓒ 한나영

미국 동부 지역에 내린 엄청난 폭설 탓에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도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 주에는 한 시간, 또는 두 시간 늦게 학교를 가기도 했고, 예정보다 일찍 단축수업을 하고 오기도 했다. 물론 학교를 아주 안 간 날도 있었고.

 

그런데 이번 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폭설과 관련하여 학교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아예 이번 주는 한 번도 학교에 가질 않았으니까. 지난 1월 초에 끝난 2주간의 겨울방학이 연장된 기분이다.

 

새로운 2학기 시작이 엊그제였는데 시계가 거꾸로 돌아 다시 겨울방학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은 모두 희희낙락이다.

 

 뒷마당에 있던 책상과 의자에도 눈이 수북이 쌓였다.
뒷마당에 있던 책상과 의자에도 눈이 수북이 쌓였다. ⓒ 한나영

 처마밑에 고드름이 대롱대롱 걸려있다. 긴 것은 80센티가 넘는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고드름 ♪ "
처마밑에 고드름이 대롱대롱 걸려있다. 긴 것은 80센티가 넘는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고드름 ♪ " ⓒ 한나영

 이른 아침 집 앞 풍경. 온통 눈 세상이다.
이른 아침 집 앞 풍경. 온통 눈 세상이다. ⓒ 한나영

딸아이 휴대폰은 신이 난 친구들의 문자 메시지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발이 묶여 아무 데도 가지 못 가는 아이들의 심심함, 무료함도 나른하게 느껴진다. 올 가을이면 대학에 가게 될 고등학생들도 이런데 하물며 유치원, 초등학생들의 '방콕' 퉁퉁증은 얼마나 더 심할 것인가.

 

그래서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집에 갇힌 아이들을 위한 생활지도와 학습지도가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벌써 일주일 가까이, 또는 일주일 넘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폭설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것도 어렵게 되자 집안에서 만날 게임에만 빠져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도 힘들어한다고 하고.  

 

그런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한 듯 오늘(10일) 아침 NBC-TV의 <투데이> 쇼에서는 자녀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게임도 즐길 수 있는 유익한 사이트를 소개했다. 바로 소프트스쿨즈 닷컴(softschools.com).

 

이 사이트는 과목별로 다양한 주제의 퀴즈와 활동이 소개되어 있어 영어에 관심이 있는 어린 자녀를 두고 있다면 이 사이트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학교 안 가도 하나도 안 심심해

 

 뒷마당 경사진 곳에서 눈썰매를 타고 있는 딸.
뒷마당 경사진 곳에서 눈썰매를 타고 있는 딸. ⓒ 한나영

일주일 가까이 학교를 못 가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 이제는 학교엘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게으른 하루를 보내며 방에 있던 딸, 귀를 쫑긋 세우며 밖으로 나오는데 강력한 엔진 소리가 동네 가득하다. 

 

창 밖을 보니 큰 제설차 두 대가 앞뒤로 나란히 다니면서 동네 구석구석을 쓸고 다닌다. 창문 밖으로 이 장면을 주시하고 있던 딸, 제설차를 보며 원망어린 한 마디를 던지는데.

 

"아니, 왜 눈을 치우고 그러지? 가만 놔 둬도 괜찮은데. 아예 작정을 했군. 학생들 학교 보내려고. 제설차가 두 대나 왔잖아."

"제발 눈 좀 그만 와서 이젠 학교 좀 가자."

 

 동네를 구석구석 누비며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 제설차 두 대. "왜 눈은 치우고 난리?"
동네를 구석구석 누비며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 제설차 두 대. "왜 눈은 치우고 난리?" ⓒ 한나영

학생 본연의 임무인 공부 어쩌고 하면서 맹자 같은 고리타분한 말을 해 보지만 사실은 나도 지금의 게으른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공식적인 일정이 취소되어 나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눈 때문에 학교문을 닫거나 단축수업을 했던 적이 없었다. 그랬던 지라 지금 이곳에서 누리고 있는 <스노우데이>가 얼마나 달콤하게 느껴지는지. 갑자기 로또에 당첨되어 눈 먼 돈이라도 생긴 것처럼 눈 먼 시간 보너스를 얻은 느낌이다.  

 

 자동차 번호판이 어떻게 떨어져 나왔을까? 버지니아 대학 주차장에서 발견한 희한한 일.
자동차 번호판이 어떻게 떨어져 나왔을까? 버지니아 대학 주차장에서 발견한 희한한 일. ⓒ 한나영

 

그나저나 이번 주 폭설 때문에 학교에 안 간 아이는 집에서 뭘 했나? TV도 보고, 영화도 보고, 쿠키도 만들어 먹고, 뒷마당 경사진 곳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타기도 했다. 즐거운 인생!

 

폭설 때문에 며칠 동안 갇혀 있을 때, 집 주변을 둘러보며 눈 풍경을 찍었다. 눈 폭탄을 맞았던 이곳의 눈 풍경을 감상하시라. 

 

ⓒ 한나영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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