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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2009년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2009화해상생마당 심포지움> '전환기에 선 한반도 -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에서 '한반도 위기의 본질과 선진화 포용 통일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자료 사진).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2009년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2009화해상생마당 심포지움> '전환기에 선 한반도 -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에서 '한반도 위기의 본질과 선진화 포용 통일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자료 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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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전 의원이 보수 쪽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오면, 솔직히 우리가 많이 힘들죠."

진보 교육계 한 인사의 말이다. 교육감 선거를 앞둔 진보 진영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한때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효과를 보며 진보가 유리한 고지에 섰다고 봤으나, 이젠 상황이 역전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대표 선수'로 내세울 서울 지역 후보가 마땅치 않아 시름이 깊다.

그동안 진보 진영 서울시교육감 후보로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이부영·박명기·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 최갑수 서울대 교수, 이종오 명지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등이 자천 타천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신영복 교수와 조국 교수는 본인들이 완강히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재정 대표는 정치권으로 발을 돌렸다. 그리고 이부영 교육위원 등과 최갑수 교수 등은 상징성이 큰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내세우기에는 '맨파워'가 다소 부족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진보 진영, 마땅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못 찾아 고민 중

결국 진보 진영은 많은 논의를 했지만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는 사이 보수 진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보수 진영을 대표해 서울시교육감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진보 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지금까지 보수 쪽 후보로 거론된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호성 전 서울교대 총장, 이상진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대표 등과는 무게감과 상징성이 다른 그야말로 '중량급 인사'다.

박 전 의원이 직접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건, 이명박 정부가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경기도에 김상곤 교육감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교육감마저 진보 진영에 잃는다는 건, 이명박 정부엔 최악의 악몽이다. 그리고 이는 곧 'MB교육 OUT'이 현실화되는 걸 의미한다.

최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차관 쪽은 이를 적극 부인했지만, 교육계의 시각은 좀 다르다.

여당의 한 인사는 "이런저런 교육감 후보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급'이 다른 박 전 의원이 스스로 후보로 나서겠다고 하겠느냐"며 "결국 누군가 나서 다른 후보들을 정리하고 박 전 의원을 추대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보수 쪽 교육감 후보로서 대중성과 상징성만 큰 게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더피플(장강직 대표)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 전 의원은 11.6%의 지지도를 기록해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1위를 차지했다. 김호성 전 서울교대 총장(10.9%)과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10.2%)가 그 뒤를 이었다.

도종환 시인이 2009년 6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후퇴하는 민주주의와 스노보크라시'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자료 사진).
 도종환 시인이 2009년 6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후퇴하는 민주주의와 스노보크라시'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자료 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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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 '거물' 박세일 내세워 서울시교육감 수성 노릴 듯

이 조사는 전국 15개 지역에서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인천은 1400명)을 대상으로 1월 12~15일 사이에 전화자동응답(ARS)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2.5%p(인천은 95%±2.6%p)이다.

상황이 이러니, 진보 진영이 긴장하고 있는 건 결코 엄살이 아니다. 서울시 진보 교육단체 등은 지난달 13일 '2010 서울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범시민 추대위'를 결성했다. 이들은 내부 경선 등을 통해 교육감 후보를 내세울 방침이다.

시민 추대 방식은 분위기를 띄우고 후보를 단일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 조건이 있다.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대표 선수'가 출전해야만 흥행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대표 인물이 빠진 경선은 자칫 '집안 잔치'로 끝날 수도 있다.

시민 추대위 후보 추천위원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후보 선정기준과 후보 단일화를 위한 내부 기준을 마련해 3월 초에 단일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보가 결정되면 시민 추대위는 본격적인 선거 대책 기구로 전환할 방침이다.

진보 진영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반MB 교육'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에서는 이른바 '강남벨트'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에서 공정택 후보의 몰표가 나오는 바람에 주경복 후보가 낙선했지만, 경기도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다.

2010년 6월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은 '반MB 교육'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진보 진영은 이런 기조에 가장 잘 어울리면서도 대중성까지 갖춘 문인 두 명을 교육감 후보로 내세우기 위한 작업을 하기도 했다.

두 문인은 바로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시인 도종환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낸 시인 황지우다.

기대했던 두 시인 도종환·황지우 모두 고사... '진보 드림팀' 무산

황지우 전 한예종 총장(자료 사진).
 황지우 전 한예종 총장(자료 사진).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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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도종환 시인의 고향은 충북이다. 그는 '충북교육감 필승 카드'로 거론되며 한동안 진보 진영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도종환 시인은 끝내 고사했다. 전남 해남 출신인 황지우 전 총장도 광주·전남교육감 후보로 거론됐지만 고사했다. 이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다시 거론됐지만 본인이 끝내 거부했다.

두 시인은 모두 이명박 정부와 악연이 있다. 도종환 시인은 지난해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노제에서 사회를 봤다. 그리고 황 전 총장은 '좌파 인사'로 낙인찍혀 한예종 총장에서 밀려났다.

일부 진보 진영 인사들은 "서울은 황지우, 경기는 김상곤, 충북은 도종환이 나오면 '진보 드림팀'이 구성돼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는데, 모든 게 무산됐다"고 아쉬워했다.

어쨌든 진보 진영은 자체적으로 판단했을 때 "확실한 서울의 흥행 카드 황지우 전 총장"에 이어 "충북에 나가면 당선될 필승 카드 도종환"도 잃었다. 여기에 '거물' 박세일 전 의원이 '적지'에서 꿈틀대고 있다.

꽃피는 봄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데, 진보 진영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교육감 선거는 꽃이 다 질 즈음인 6월 2일 치러진다.


태그:#박세일, #도종환, #황지우, #김상곤,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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