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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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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62·민주당·수원 영통) 최고위원은 오는 6월 2일 치러질 경기도 지방선거에서 김문수 현 지사 다음으로 주목받는 주자다. 지난 1~2월 조사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김 지사의 뒤를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범야권 지지율 1위'의 힘도 김 지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적어도 배 이상 차이가 난다(11일 <오마이뉴스>-<더피플> 여론조사, 김문수 53.2%-김진표 21.8%). 야권후보 단일화에 성공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개의치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수원 장안 재보선에서 투표 전날까지 7%포인트 뒤지던 이찬열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당선된 경험이 그 믿음의 이유다. 그는 1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지역언론협회 여론조사 결과에선 4%포인트까지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견제론'이 커지고 '야권단일화'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자신감의 두 번째 배경이 되고 있다. 그는 "지역을 다녀보니 시민들의 느낌이 다르다"며 "야권단일화도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크다"고 승리를 낙관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세 번째 자신감의 배경으로 김문수 현 지사의 '실정'을 꼽았다. 김 지사가 '규제 개혁-일자리 창출'을 외쳐왔지만, 결과적으로 경기도를 퇴보시켰다는 주장이다.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청년실업률 3위,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최하위권, 용인·안양·성남 등 초호화 청사 논란, 골프장 허가 남발 등으로 삶의 질은 떨어졌고, 서민들의 박탈감은 커졌다는 것이다. 

김 지사를 "좌충우돌형 철부지 리더십"으로 규정한 그는 "규제 개혁을 외치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은 달성했지만, 도지사로서는 낙제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단일화해도 당선 안 될 사람은 곤란하다"

인터뷰가 이뤄진 1시간 반 동안 그는 경기도의 새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려고 애썼다. '대한민국 최고 공무원'이라는 별칭답게 김 최고위원은 경제와 교육, 복지 분야에 세밀한 정책을 구상하고 있었다. 중소기업 육성, 산학협동 강화, 무상급식 전면 시행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가장 먼저 넘어서야 할 '야권후보 단일화' 고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신자유주의 정책 입안자",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다"고 자신을 공격하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두 후보는 김 최고위원을 "진보와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단일화해도 (당선) 안 될 사람은 곤란하다"는 말로 두 후보의 공격에 응수했다. 그는 최근 타매체와 인터뷰에서도 "이종걸 의원은 훌륭한 야당의원이지만, 본선 경쟁력 없는 사람을 후보로 뽑는 것은 코미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책통'의 강점을 가진 김 최고위원은 '대중성이 약하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을 지지하는 젊은이들 속에 파고들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인으로서는 비교적 발빠르게 지난해 9월 트위터(@jinpyokim)를 시작한 것도 젊은층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방안이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지 열흘이 지났다. 직접 다녀보니 지역 분위기는 어떤가.
"피부로 느끼는 게 시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반발하고 견제와 균형 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거다. 중앙언론의 여론조사는 김문수 지사와 차이가 상당히 벌어진 것으로 나오는데, 지역언론협회에서 여론조사 해보니 김문수-김진표 양자대결에서 4%포인트까지 접근한 것으로 나온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가 이기기도 한다."

- 여론조사 결과를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추세가 있지 않나.
"지난 10월 재보선 수원 장안 선거만 봐도 여론조사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전날까지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가 7%포인트 이기는 것으로 나왔는데 우리가 이겼다. 대낮에 여론조사를 할 경우에는 젊은층 응답률이 낮다. 그러니 정확치 않다. 대체로 젊은층이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 아닌가. 선거 때 여론조사를 잘 안 믿는다."

- 왜 경기도민들이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나.
"지금껏 경기도는 원사이드(one-side)한 한나라당 정권이었다. 31개 시장·군수 중 25명이 한나라당이다. 도의회 111명 중 100명 정도가 한나라당이다. 그 병폐가 너무 컸다. 경기도내 골프장이 몇 갠가. 이인제 지사 때 2개, 임창렬 지사 때 3개, 손학규 지사 때 9개를 허가했는데, 김문수 지사는 무려 31개를 허가했다. 그러니까 고위 공무원들이 자꾸 비리에 연루돼 기소되는 사고가 나지 않나. 용인시청, 성남시청 호화 청사 봐라."

- 김문수 지사는 일자리 창출을 도정의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실제 성과가 있지 않나.
"아니다. 경기도 일자리는 매우 부족하다. 손학규 지사 때 일자리 74만개가 창출됐다고 한다. 김문수 지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3만개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17만개는 중앙정부의 희망근로사업 일자리다. 따지고 보면 실제 김 지사 때 증가한 일자리 숫자는 손학규 지사 때의 1/3 밖에 안 된다. 경기도 청년실업률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꼴찌에서 3위다."

"혁신형 중소기업-자율형 혁신학교로 일자리-교육문제 해결할 것"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이 1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이 1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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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지사가 수도권 역차별론을 내세우며 규제를 풀어 그나마 좀 나아진 것 아닌가.
"경기도 일자리가 왜 없겠나? 기업이 유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원하면 모든 규제를 푼다고 정치적으로만 언성을 높이고, 다른 지자체에 싸움을 도발하니까 해결이 안 되는 거다. 수도권 규제를 푼다면 다른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가만히 있겠나? 다 합쳐서 100명도 안 되는 국회의원 숫자 갖고 정치적으로 목소리만 높이면 문제가 해결되나?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은 법 개정을 두고 보겠나? 그게 김문수 리더십의 한계다. '좌충우돌형 철부지 리더십'이다. 싸워도 목표가 있어야 한다. 도대체 김 지사의 규제 개혁 싸움은 무엇을 위한 싸움인가. 자기 정치적 이익을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은 달성했으되, 도지사로서는 낙제점이다."

- 결국 리더십의 문제라는 것인데, 김 지사를 손학규 전 지사와 다른 리더십으로 평가하나.
"내가 경제부총리 시절이라서 잘 안다. 손 전 지사는 이해찬 총리가 주재하는 규제개혁심의위원회에 꼭 참석했다. 사실 얼마나 아니꼬웠겠나. 하지만 회의에 와서 경기도의 입장이나 어려운 사정을 호소했다. 어떤 때는 대들고 뛰쳐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회의에 와서 대화했기 때문에 규제 완화에 성공한 것 아닌가. 또 손 전 지사는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까지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도지사들을 설득하고 윈-윈 할 방법을 찾았다. 김문수와 손학규, 과연 어떤 리더십이 옳겠나."

- 그럼 김 최고위원은 또 다른 리더십을 생각하고 있나.
"규제 개혁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규제를 다 풀라고 하면 경기도는 난개발밖에 안 된다. 용인시-화성시가 난개발로 굉장히 비판받지 않나. 기업 한다고 땅 사서 실제로는 쓰레기 하치장처럼 쓰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경기도는 치명적 손해다. 땅값, 집값 올라 살 수가 없다. 규제를 모조리 완화한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정책이다. 경기도는 고부가가치 첨단업종과 협력업체를 유치해야 한다. 대신 지방은 다른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게 윈-윈 할 수 있는 길이다. 다만,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는 '덩어리 규제'는 뽑아야 한다. 중첩된 규제는 하나만 풀면 소용없다. 덩어리 규제를 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풀어야 한다."

- 김문수 지사가 최근 재선 출마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인터뷰를 했는데.
"글쎄, 김 지사는 확실히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안다."

- 김 최고위원은 경기도 일자리를 확실히 늘릴 복안이 있나.
"일자리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혁신형 유망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세계 선진국의 대형업체에 납품 잘해서 크도록 하는 거다. 그래서 경제부총리 때 진대제 정통부 장관과 미국에 '아이파크'를 만들었다. 컨설팅 정보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출신 직원들을 스카우트해서 우리 기업이 납품할 수 있는 정보와 루트를 제공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와서 정통부를 없애버리니까 아이파크가 관료화된 코트라 밑으로 들어가서 죽은 기관이 됐다. 안타깝다. 경기도지사가 되면 경기도 중소기업지원센터를 기업형 컨설팅 조직으로 바꿔 기업을 지원하겠다. 이런 일이 실제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 산학협력을 통한 인력양성도 중요하다. 한양공대, 성균관대 등 도내 각종 대학과 기업이 힘을 합쳐 인력을 양성하고 밤새워 새 기술을 개발하면 뭐가 나와도 나온다. 그런 일을 도가 나서서 해야 한다."

- 무상급식 논란 등으로 볼 때 이번 경기도 선거에서 교육문제가 당락을 가르는 핵심 의제가 될 것 같다.
"경기도 교육은 한마디로 최악이다. 16개 광역시도 중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초중고 모두 꼴찌 아니면 꼴찌에서 2등을 했다. 부모 경제력, 학벌, 교육열 모두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1~2등 해야 정상 아닌가. '특목고 지상주의자'였던 전임 경기도교육감의 책임도 크지만, 김 지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 김 최고위원이 생각하는 김문수 지사의 책임은 뭔가.
"우선 학교용지분담금 1조2000억 원을 한 푼도 안 내고 있다. 재정 지원을 안 한다. 내가 도지사가 되면 1조2000억 원을 임기 중 또는 경기교육청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차차 갚아 나가겠다. 그럼 초등학교 무상급식도 해결된다. 1조2000억 원이면 전국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할 수 있는 돈이다. 김 지사는 무상급식이 좌파라고 하는데, 경상남도도 하고 있고 과천이나 성남 등 경기도 내 6개 기초자치단체도 하고 있다. 무슨 좌파 이런 말을 하나."

- 김 최고위원의 교육공약은.
"자율형 혁신학교를 빨리 확산시켜야 한다. 김상곤 교육감도 같은 계획을 갖고 있다. 자율형 혁신학교는 먼저 학교장을 공모제로 뽑고, 두 번째는 재정지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 다음은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 김 교육감은 2013년 내에 도내 모든 학교가 자율형 혁신학교로 가도록 한다는데, 앞서 말한 학교용지분담금으로 1년에 3000억 원씩 지원해 주면 모두 해결된다. 또 국립경기(도)대학을 세우고 싶다. 교육부총리 시절 자치단체와 MOU를 체결해 울산과학대학, 인천시립대를 발전시키고 좋은 대학으로 바꾼 경험이 있다. 도내에 경기대학이 있는데, 100% 등록금으로 운영하고 있어 문제다. 연간 500억씩 10년만 투자하면 국내 5위권 내 대학으로 만들 자신 있다. 여기서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키우고, 우수 인재는 경기도가 스카웃해도 된다. 평생교육 체계를 만들어 일본, 독일처럼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 감동 주려면 당 지도자들 지방선거 나서야"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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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에서 야권통합이 중요한데, 어떻게 다른 후보들을 끌어안을 생각인가.
"이번 선거에서는 야권통합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선거가 치러지니까 (각 정당이) 단일화해서 1대1 대결구도를 이루면 승리할 곳이 많다. 그게 국민의 여망을 받드는 거다. 야5당이 이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도 실제 민생경제와 교육, 복지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승리해야 MB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다. 통합할 수 있는 정당은 통합이 최선이다. 국민참여당이 그렇다. 아니면 최소한 연대라도 해야 한다. 다만 단일화해도 (당선) 안 될 사람으로 하면 곤란하다."

- 경기도지사가 되면 세종시·4대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야당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기면 결국 세종시는 자동적으로 원안 시행해야 한다. 4대강도 상당 부분 해결된다. 나는 세종시나 4대강을 한나라당 장기 집권을 위한 정략으로 본다. 청계천 효과 같은 걸로 현혹해 다음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거다. 4대강은 제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중단하겠다.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새로 조사를 하겠다. 최대한 늦춰서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못하도록 해야 한다."

-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김 최고위원의 개인 지지도도 중요하지만, 당의 지지율도 중요하다. 지방선거 전까지 지지율 제고 방안이 있나.
"선거에서 감동을 주려면 우리 당의 지도자들이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좀 더 많이, 과감하게 지방선거에 출마해야 한다. 당을 대표할 좋은 인재들이 다 나서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면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무너진다. 작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젊은 세대들이 들고 나온 피켓이 뭐였나. '평생 투표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올해는 젊은 세대들의 투표 열기가 살아날 것이다. 우리가 감동을 주면 투표로 이뤄내는 혁명이 새로운 정치 물결을 만들 것이다."


태그:#지방선거, #김진표, #민주당, #야권단일화,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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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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