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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친이계와 친박계의 혈전이 치열한 한나라당의 모습을 생각할까, 아니면 맹주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민주당의 내부를 생각할까. 아니면 고전으로 돌아가 공자가 말한 정자정야(政者正也 나라를 바르게 한다)를 생각하거나 강력한 지도자의 권위를 옹호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정치라는 단어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인 '이정희'라는 이름을 넣으면 어떤 느낌일까.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 서민들의 애환이 있는 현장이면 꼭 나타나는 사람 등 몇가지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87년 인문계 여자 수석, 인권 변호사, 민주노동당 전국구 의원을 비롯해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전형적인 엘리트 과정을 겪는 기득권자처럼 느껴지는데, 그녀의 모습은 전혀 낮설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이 의원에게 '정치'라는 단어는 마치 하얀 눈밭에 검은 오물이 던져지는 것처럼 익숙하지 않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정치에 가진 부정적 이미지가 워낙에 강해서일 것이다. 또 깨끗한 이미지를 가졌던 많은 이들이 정치라는 영역으로 들어가서 얼마나 괴물로 되어갔는지를 알기에 우리의 우려는 더 클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정치는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크고 거대한 구름이다. 맑은 구름이라면 세상은 평안하겠지만 먹구름과 광풍이 몰아친다면 그 아래 사는 이들은 재난에 시달릴 것이다. 지난 2년간의 정치만 봐도 잘못된 정치가 얼마나 빨리 세상을 망칠 수 있는지 뼈저리게 알 수 있다.

 

사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권의 책이 들렸다. 이정희 의원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느낀 소회나 기고를 모은 정치에세이집 '사랑하며 노래하며 아파하다'(알다 간)이다.

 

누가 봐도 이정희 의원에 대한 이미지는 작다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을 보고 그런 느낌을 가지는 이는 없다. 국회에서 어느 누구보다 강단있는 이의원은 큰 덩치의 다른 여성의원들에게도 지지않고 덤비는 당찬 여성이다. 사실 그녀의 이미지는 노무현 등 뜻을 굽히지 않는 정치인들을 닮았다. 아마도 그런 모습이 있기에 '이해찬' 전 총리가 추천사를 써 준 연유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내놓은 정치 에세이집에서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한글학자 이오덕 선생을 존경하고, 바른 글쓰기를 생각한다는 이의원의 글은 전혀 치장하지 않은 그녀의 삶을 닮았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딱딱해 보이지만 그 행간을 읽어가는 도중에 우리는 지난 2년간 그녀가 얼마나 진실한 삶을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가졌던 자리에 대부분 공감하기 때문에 공감의 폭이 컸을지 모른다.

 

사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 분당을 겪으면서 힘이 빠진 것이 사실이다. 내부적으로도 여전히 계파 싸움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 그런 이유로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다. 그녀는 또 노회찬 의원에게 보낸 편지 등을 통해서 진보신당과의 통합 등 더 큰 정치를 말한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태동은 정말 서민들을 위한 계급 정당을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이후 수많은 부침을 했지만 민노당은 당 분열이라는 상황까지 겪으면서 여전히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다. 민노당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빠져나간 만큼 정체성도 흔들렸다.

 

하지만 현 정부의 실책이 커갈수록 진보세력의 분열이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도 커가고 있다. 또 민노당을 이끌던 이들도 이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다. 거기에는 이정희 의원처럼 젊은 힘도 있다. 그녀는 2009년 12월 18일에 노회찬 대표에게 쓴 '노회찬 대표님, 통합은 과거 회귀가 아닙니다'(246페이지)를 통해 통합에 대한 진정한 희망을 요구한다. 사실 이런 이의원의 행보는 현 민노당 지도부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녀는 바른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녀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소시민인 나는 스스로도 꼭 가봐야할 장소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아픔이 있는 장소에는 꼭 간 것 같다. 쌍용자동차 파업 현장, 이주 결혼 여성의 장례식장, 용산 참사 현장 등에도 그녀가 있었다. 사실 국회의원의 의무에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살피는 일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지역구 행사나 국가의 의전행사에 참여할 뿐 서민들의 삶을 살피는 일에는 무심한 게 현실이다.

 

사실 이의원을 보면서 우리 정치에서 여성의 힘들이 갈수록 커갈 수 밖에 없음을 실감했다. 우선 자신의 철학을 지키면서 한 길을 걷기 힘든 남자 정치인들에 비해 여성들이 자신의 철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청렴도나 전문성 등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특기를 살리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정확한 행보가 가능하다.

 

사실 지자체 선거가 멀지 않으면서 정치인들의 자서전 등 책이 쏟아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고 할지라도 그런 책들과 이정희 의원의 책을 대비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랑하며 노래하며 아파하다

이정희 지음, 알다(2010)


태그:#이정희, #민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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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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