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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다음날인 지난 15일 가족들과 오순도순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KBS1 <설날 2010 명사스페셜>을 보고 있었다. 설날을 맞아 KBS가 배우 최불암씨, 산악인 엄홍길씨 등 명사 11명을 초청하여 명사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게 했는데 설 연휴를 맞은 가족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결식아동 돕는 김문수? 화합의 대명사 주호영?

KBS1 설 2010 명사 스페셜에 나온 김문수 경기지사
 KBS1 설 2010 명사 스페셜에 나온 김문수 경기지사
ⓒ K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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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2010 명사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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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초청된 명사 중에는 한나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과 장관, 공공기관 사장, 의원이 포함되어 있어 KBS가 정부 홍보를 위한 방송인지 착각할 정도였다. 초청된 명사는 김문수 경기지사, 주호영 특임장관,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었다. 야권에서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 1명이 나왔다.

KBS1은 김문수 경기지사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매주 일요일 택시기사까지, 봉사는 그의 평생덕목! 김문수", "행동하는 도지사 김문수"라고 김문수 지사를 치켜세웠다. 경기도교육청이 '무상급식'을 추진하려고 하자 이를 "무상급식은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는데도 진행을 맡았던 황수경 아나운서는 오히려 "요즘 결식아동 돕기에 바쁘시죠. 앞서가는 경기도의 행동하는 도지사"라며 김 지사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김문수 지사를 결식 아동 돕기에 바쁘다고 하는 것은 도를 지나쳤다.

김문수 지사를 치켜세운 <설 2010 명사 스페셜>은 곧 이어 주호영 특임 장관을 향한 사랑도 아낌없이 주었다. 주호영 장관을 설명하는 문구는 "그의 주위는 늘 평화롭다, 끊겨진 인연도 필연으로 묶는 특유의 힘있는 사람" "소통과 화합의 대명사! 주호영"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호영 특임 장관이 과연 "소통과 화합의 대명사!"인지 궁금하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지난달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 원안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역사적 선택 중에 '쪽박'과 '대박' 있다"고 말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사람을 소통과 화합의 대명사라고 치켜세우는 것은 민망하다. 이날 주호영 장관은 '비 내리는 고모령'을 불렀는데 고모령은 주 장관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에 있다. 그는 "고모령의 무대가 저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에 있다"고 해 자신과 지역구까지 적극 홍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 2010 스페셜에 나온 주호영 특임장관
 설 2010 스페셜에 나온 주호영 특임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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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홍보에 바쁜 KBS, 국영방송인가

KBS는 그 동안 뉴스 시간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연예프로그램까지 정권 홍보에 적극 나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KBS2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는 "세상은 경찰한테 너무 냉정하다. 경찰은 사람도 아니다" 같은 경찰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대사 때문에 비판을 받았고, <과학카페>는 지난해 12월 26일 농림수산식품부 협찬을 받아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을 정부 논리대로 홍보하기도 했다.

KBS1 <열린음악회>는 한국전력의 원전 수출 축하 특집 방송까지 내보냈다. <열린음악회> 진행자인 황수경 아나운서는 "이제 앞으로는 세계적인 원전강국으로 도약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오늘 열린음악회는 원전수출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로 함께 하겠다"고 말했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 KBS가 공영방송이 아니라 국영방송이 되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KBS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와 여당 인사들 홍보까지 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번 6·2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로 출마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도 공영방송이 명사로 초청하여 "매주 일요일 택시기사까지, 봉사는 그의 평생덕목! 김문수", "행동하는 도지사 김문수"라고 치켜세우는 것은 공영방송으로 자기 역할을 포기한 것과 비슷하다.

김문수 지사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마음이 없다면 모를까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면 아무리 KBS가 초청하더라도 정중하게 거절해야 맞다. 선거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KBS는 자신이 공영방송임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태그:#김문수, #KBS, #명사초청, #주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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