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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파리 사이로 단내를 가득 머금은 딸기가 탐스럽다. 고랑을 오가며 딸기를 수확하는 농민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그 손놀림에 먹음직스런 딸기가 금방 한 바구니 가득 차오른다.

 

전라남도 담양군 봉산면 와우리 김상철(48·와우딸기작목회장)씨의 딸기하우스 풍경이다. 여기에서 딴 딸기는 전량 서울로 보내진다. 목적지는 양재동 하나로마트와 가락동시장이다.

 

친환경 인증과 전남도지사 품질인증 마크를 달고 상경한 이 딸기는 늘 최고 시세로 '명품' 대접을 받는다. 평소 2㎏짜리 한 상자에 3만원에서 3만5000원 선에 거래된다. 하지만 가져가려는 중매인들이 넘쳐 올라간 물량이 금세 동나기 일쑤다.

 

"솔직히 딸기 한 상자에 경락가가 3만원 넘으면 비싼 거죠. 저희 같으면 사먹을 엄두를 못 내요. 그래도 비싼 값을 주면서 사 드시는 분들이 있기에 저희 같은 농사꾼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의 말이다. 더 신기한 것은 이렇게 높은 값을 주면서도 중매인들이 이것저것 따져 묻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랜 전통이다. '와우딸기' 좋다는 건 중매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믿음으로 신용을 쌓아온 덕분이다. 다른 지역의 딸기가 심한 가격등락을 겪을 때도 그 영향에서 비켜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연유다.

 

와우딸기의 명성은 어제 오늘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벌써 30년도 넘었다. 와우리는 지난 1970년대 초부터 시설원예를 도입, 딸기를 재배했다. 친환경 농법을 도입한 것도 벌써 오래 전이다.

 

김상철 작목회장은 물론 회원농가 76명이 재배하는 딸기하우스 280동(1동 600㎡) 모두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회원들은 산야에 지천인 쑥과 미나리를 채취, 흑설탕과 섞어 발효액비를 만들어 땅에 뿌려준다.

 

연작 피해를 막기 위해 딸기 후작도 재배하지 않는다. 대신 딸기 수확을 끝낸 다음엔 물갈이를 해 볍씨를 뿌려 전량 퇴비화한다.

 

"딸기 후작을 심어 다른 소득을 내는 것도 중요하죠. 그러나 우리는 딸기 하나만을 제대로 재배해서 출하하면 그것이 더 높은 소득을 보장해 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작을 따로 하지 않고 땅심을 높이는 거죠."

 

김 회장의 말이다. 땅은 회원들의 믿음을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땅심을 북돋아 준 결과 다른 지역보다 이른 11월부터 딸기를 따기 시작, 한 달 이상 늦은 이듬해 6월초까지 출하한다. 수확량이 그만큼 많은 것도 당연한 일. 당도 역시 월등히 높다.

 

딸기수확도 이른 새벽에 한다. 보통 3∼4시부터 시작, 오전 9시를 전후해 마무리한다. 조금이라도 과육이 물러지기 전에 따 최상품으로 출하하기 위해서다.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은 것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

 

"오랜 기간 공들여 쌓아온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다져 온 신용인데요. 앞으로도 우리 회원들은 전국 최고의 '와우딸기'라는 자존심을 지키면서 정직하게 농사지을 것입니다."

 

그의 말에서 '딸기지존' 와우딸기의 품격이 묻어난다.

 


태그:#와우딸기, #김상철, #와우딸기작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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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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