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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의 설날 연휴를 마치고 출근했다. 선배님이 점심을 산다며 고깃집으로 오라고 했다. 같은 사무실의 선배님(두 선배님은 친구 사이)과 함께 가 악수부터 나눴다.

"설에 고향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응, 자네는?"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이윽고 삼겹살이 나와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기 시작했다. 선배님은 술을 물처럼 즐기는 나를 생각하여 서빙하는 아줌마에게 술도 한 병을 주문했다.

"000 표 소주로 주세요."

두 분은 평소 술을 안 마시는 터여서 선배님이 시킨 술은 분명 날 위한 배려였다. 나는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오늘은 안 마시고 고기랑 밥만 먹을래요."

그러자 선배님은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설날에 떡국에 얹어 나이를 한 살 더 먹더니 이제야 나잇값을 하는 것 같네?"
"ㅋㅋㅋ ^^"

같은 사무실의 선배님 입도 가만있지 않았다.

"웬일이야? 술을 다 마다하다니. 이제 술 공장은 다 망했다!"

하지만 그날 내가 술을 거부한 건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날 저녁엔 아들이 제 2차 신입사원 연수를 들어가는 날이었다. 고로 아들을 배웅하여야 하는데 아비나 되는 작자가 술 냄새나 물씬 풍겨서야 어찌 체면이나 설까 싶어 내린 '고육책'이었다. 여하튼 고기와 밥을 먹는데 선배님이 우리 둘을 칭찬하셨다.

"이젠 두 사람 다 고생이 얼추 끝난 것 같아서 내 맘도 좋다. 네 딸은 이번에 간호사 국가고시에도 합격했다며?"

내 곁의 선배님 얼굴이 그 말에 금세 보름달로 변했다.

"응! 그래서 오는 3월부턴 00 병원으로 출근한단다."

싸움은 말리되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고로 선배님에게로의 축하와 덕담은 흥정처럼 붙이고 볼 일이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간 고생이 참 많으셨는데 이젠 선배님도 저와 마찬가지로 한 고비를 넘은 듯 싶습니다."

대저 그같은 덕담과 칭찬은 상대방의 기분을 고무시키면서 그와 엇비슷한 무게의 칭찬과 덕담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법이었다.

"고생하기로는 자네도 나 못지 않았네. 왜냐면 자네나 나나 이제야 비로소 부모 자격을 다 했다는 어떤 '수료증'을 받았으니 말일세."

그 말에 우린 모두 동의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수료증 (修了證)이란 일정한 학과를 다 배워 마쳤음을 증명하는 증서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부모가 최선을 다 하여 자녀를 대학까지 가르쳤다는 건 그렇다면 부모로서의 어떤 학과 과정 수료가 아닐지!

오는 2월 26일이면 내가 공부하는 사이버 대학 2학년 과정 수료식(修了式)이 있다. 아들 역시 조만간 신입사원 과정의 마침표인 수료증을 가지고 돌아올 터이다. 수료증을 받기까지에는 험준한 가시밭길도 무수히 돌출한다. 그 길엔 또한 고생과 고통 또한 자객처럼 숨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이겨냈을 때라야만이 비로소 '수료증'이란 영광의 증표를 받을 수 있음은 상식이다.

진정 바라건대 아들과 딸은 '믿음표 동량(棟梁)'이 되길, 아울러 우리 가족 모두 안 아프고 건강하기만 하다는 어떤 수료증을 덩달아 받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여의주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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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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