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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교육평론가 이범의 교육특강 ② - 한국 교육 문제의 분석과 대안'이 열리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교육평론가 이범의 교육특강 ② - 한국 교육 문제의 분석과 대안'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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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학원강사가 공교육 바깥에서 피부로 느낀 한국 교육의 문제는 무엇일까.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첫째로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가 결합된 대학 선발 경쟁, 둘째로 초·중·고교 문제, 셋째로 대입제도 문제를 꼽았다. 이씨는 "구조적인 요소 때문에 교육계의 자정작용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세 가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치에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의지가 있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 클럽 특강' 15번째 강사로 나선 이씨는 대학과 초·중·고교를 넘나들며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쉴 새 없이 지적했다.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가 사교육 부른다

이범씨는 대학 입시를 중심으로 강력한 선발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로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의 결합을 지적했다. 대학 서열화는 대학을 1등부터 등수를 매기는 것을, 학벌주의는 출신 대학에 따라 인생에서 어떤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는 것을 말한다.

"어느 서열에 있는 대학을 가느냐가 중요해지게 되면 서열상 한 단계 위에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 학생들이 경쟁하는 강도가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선발 경쟁의 점수 경쟁이 아니라 등수 경쟁이거든요. 남들을 제쳐야 하는데 남들이 얼마나 공부를 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결국 무한히 공부를 하게 되고 사교육을 찾게 되는 겁니다."

이씨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대학을 평준화 시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 대학의 84%가 사립대라서 사실상 평준화는 어렵다"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쉽지 않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서울대 학부를 폐지하고 전국의 국공립대를 평준화하거나, 정부나 공기업에서 공무원이나 사원을 뽑을 때 지방대학에 쿼터를 주는 방법 정도가 단기안에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이씨는 "우리나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으로 가는 학생 비율이 세계 최고"라며 "인문계 고등학교와 4년제 대학을 나와야 '사람 취급'을 받고 그것이 또 소득격차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대졸자'를 선호하는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과 급여 환경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학교의 의무교육과정에서 협동과 협력을 강조하는 핀란드나 독일은 기업에서 가장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한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개인의 지나친 경쟁은 국가적인 경쟁력에 해롭다"고 덧붙였다. 

'무책임'하게 '주입'하는 초·중·고교 교육이 문제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교육평론가 이범의 교육특강 ② - 한국 교육 문제의 분석과 대안'이 열리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교육평론가 이범의 교육특강 ② - 한국 교육 문제의 분석과 대안'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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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씨는 우리나라 초·중·고교의 문제로 학생의 학업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 교육'과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을 차례로 지적했다. 그는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의 '책임 교육'을 좋은 사례로 꼽았다.

핀란드의 경우 정규수업은 학생들끼리 마주보고 앉아 학생들끼리 협동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학습 진도가 부진한 학생은 교사에게 개별적으로 보충 교육을 받는 식으로 보완이 이뤄진다. 이씨는 "보완 교육은 쉽게 얘기하면 옛날 우리나라에 있던 '나머지 공부'"라며 "핀란드는 '나머지 공부'가 매우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나머지 공부는 실종됐고 이에 대해 어떤 보완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범씨는 획일적인 공교육의 '주범'으로 초·중·고교 학교 성적표에 찍히는 '전교 등수'를 지적했다. 

"학교에서 A선생님은 1, 2, 3반, B선생님은 4, 5, 6반을 가르친다면 당연히 선생님에 따라 나눠서 시험을 보고 따로 등수를 매겨야 맞지만 한국 중·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 수업과는 관계없이 같은 범위 같은 문제로 시험을 봅니다. 이런 것들이 교사들의 창의적인 수업을 막고 수업 자체를 획일화 시키는 겁니다."

너무 많은 과목을 '의무'로 묶어놓는 교육과정 역시 획일적인 공교육의 '공범'이다. 이범씨는 "우리나라는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며 "영국의 경우 네 과목만 의무적으로 배우면 되고 나머지는 다 학생들이 선택해서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교육을 주입식 교육이라고 하는데 사실 주입조차 안 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주입식 교육이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에 비유가 되곤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수업시간에 학생들한테 고기를 막 뿌립니다. 머리 좋고 선행학습 된 학생들만 그 고기를 받아먹고 나머지는 못 먹습니다. 그렇게 때마다 일괄적으로 시험을 보고 등수를 내서 다음 학년으로 올려 보냅니다."

이런 주입식 교육은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까. 이범씨는 "미국 최고 명문대 13개 대학에 들어갔다가 중도 탈락한 사람의 비율을 지난 최근 22년간 인종별로 조사했는데 한국계 학생이 44%로 압도적인 1등을 차지했다"며 "요즘 고등학교에서 바로 미국 명문대 간다고 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국내 대학으로 편입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거치며 정답만을 좇는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토론식 수업과 분명한 자기 생각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미국 대학에서는 적응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범씨가 제시한 대안은 의무로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을 최소한으로 한정하고 나머지 과목들은 학생들에게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씨는 학생들이 직접 과목을 선택하게 되면 학생들의 진로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를 위해서는 교실을 만들고 교사를 더 고용하기 위한 재정적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 이씨는 "교실 만드는 것도 어차피 건설경기를 부흥시키는 것 아니냐"며 "4대강 사업에 쓰일 돈의 1/5만 교실을 늘리는 데 사용하면 조금이라도 선택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입학사정관제 대비해 활동이력 꾸준히 관리해야

이날 강의에서는 최근 국내 대학이 크게 비중을 늘리고 있는 입학사정관제 문제도 다뤄졌다. 입학사정관제란 별도의 시험을 보지 않고 학생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전형자료를 통해 개인의 능력과 소질, 발전가능성 등을 각 대학이 선정한 입학사정관이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하는 제도. 학생기록부 이외에도 토플 점수, 경시대회 성적, 인증시험 자격, 봉사활동 내역 등 비교과영역에 대한 평가도 대학 입시에 반영된다.

학생 입장에서는 대학 입시를 위해 준비해야 할 '시험범위'가 더 늘어난 셈이다. 이범씨는 "비교과영역에 대한 평가 때문에 학부모들이 입시 전략 짜기가 더 막막해졌다"며 입학사정관제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사교육비도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대안도 나왔다. 이범씨는 "학생 선발방식을 최대한 간소화해야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선발인원의 1/3은 내신등급만으로, 1/3은 수능점수만으로, 1/3은 논술평가만으로 뽑는 방식을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정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 강의 후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엔 '입학사정관제를 위해선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을 결정하고 준비해야 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범씨는 "적성이나 진로를 조기에 결정한 학생들은 그에 맞춰서 준비하면 된다"며 "진로 결정을 못한 학생들도 봉사활동 경력 등 활동이력과 독서이력은 꾸준히 관리를 해야 고등학교 3학년 때 이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태그:#10만인 클럽, #이범,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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