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대량 정리해고 방침으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이 고통분담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새 선박 수주를 못한 책임을 경영진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는 19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조합 요구안'을 제시했다. 한진중 노-사 양측은 정리해고와 관련해 교섭(협상)을 벌여 왔지만, 양측 모두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이런 속에 노조 지회가 "더 이상 분담할 고통도 남아있지 않는 노동자들이 노사상생을 위해 대안을 제시한다"며 요구안을 밝힌 것이다.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영도조선소)은 지난 1년6개월 사이 선박 건조 수주를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해외 선사로부터 선박 2척을 수주했는데, 이는 필리핀에 있는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노조 지회는 요구안을 통해 "현재 경영위기의 원인은 '제로 수주'가 보여주고 있는 무능력한 경영진 때문"이라며 "수주를 담당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아니며 한진중공업의 노동자들은 경영자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노조 지회는 "무능력한 경영진은 4227억 원의 흑자행진을 이어온 10년 동안 회사의 발전을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며 "그렇지 않다면 두 달 전인 2009년까지해도 흑자를 기록해오던 흑자기업에서 정리해고를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될 일이냐"고 주장했다.
노조 지회는 "2008년은 당기순이익 630억, 2009년에는 당기순이익 519억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남겼고, 이에 조남호 회장은 2008년에만 배당금 120억을 받아갔다"면서 "2009년에도 조남호 회장의 배당금이 100억이 될지, 얼마가 될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주주배당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무능력으로 경영위기를 초래한 경영진의 책임은 어디간 데 없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제위기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그간 뼈 빠지게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만 그 고통을 전가시키고, 경영진은 막대한 배당금과 연봉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가져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노동자들은 더 이상 분담할 고통이 남아 있지 않다"며 "현재의 한진중공업 경영 마인드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다, 제로수주 담당 상무에 대한 책임, 최고 경영책임자인 조남호 회장도 책임을 진다는 '경영위기를 초래한 경영진의 책임'이 기본전제가 된다면 노동조합은 노사상생을 위해서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50억 원, 노조가 책임질 수 있다"
금속노조 한진중지회는 사측에 ▲수주 담당 상무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 ▲최고 경영 책임자인 회장은 빠른 시일 내 수주 물량을 확보할 것 ▲회사는 2009년 임단협 교섭에 대해 인상을 전제한 입장을 공개 천명할 것 등을 요구했다.
노조 지회는 사측에 경영 책임을 전제로 "회사의 필요재원 150억 중 100억을 회장을 위시한 경영자들이 분담하면 나머지 50억은 노동조합이 책임질 수 있다"면서 "회사는 인력조정 중단하고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말 생산·관리직을 30%가량(750여 명)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미 350명이 명예퇴직했으며, 별도로 61명이 정년퇴직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지난 2일 부산지방노동청에 352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신고서'를 냈으며, 노조 지회는 파업과 집회 등을 통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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